[혁신스타트업 in 홍릉] 스템엑소원 “줄기세포·엑소좀으로 세포치료 개막”
[IT동아 차주경 기자] 줄기세포는 우리 몸의 장기와 뼈, 살과 피를 만드는 근본 세포다. 그리고 몸 속 장기나 조직에 아픈 곳이 생기면 그 부위로 가서 치료하는 일도 한다. 이를 ‘호밍 이펙트(Homing Effect)’라고 한다.
줄기세포는 호밍 이펙트를 발휘할 때 어떤 물질을 내뿜는다. 이 물질 덕분에 우리 몸 속 세포는 재생과 촉진을 한결 활발하게 한다. 세포 고유의 능력을 강화하고 염증에 저항하는 능력을 높이는 것도 이 물질이다. 줄기세포가 물질을 내뿜어 우리 몸에 좋은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파라크라인 효과(Paracrine Effect)’이라고 부른다. 즉, 줄기세포의 장점 대부분은 파라크라인 효과에서 나온다. 이 때 줄기세포가 내뿜는 물질이 바로 ‘엑소좀(Exosome)’이다.
줄기세포는 수명이 짧아서 다루기 어렵다. 줄기세포를 연구하거나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것이다. 그렇다면, 줄기세포가 아니라 실제 효과를 발휘하는 엑소좀만 추출해서 쓴다면 어떨까? 엑소좀은 세포가 아닌 생체 물질이기에 다루기 쉽고 수명도 길다. 게다가 엑소좀의 특성과 효과를 활용하면, 우리 몸 속 세포의 재생과 촉진을 활발하게 유도해서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물질이 될 것이다.
20여 년 동안 줄기세포와 엑소좀을 연구한 한 과학자가 이 이론을 현실로 이끌려고 한다. 주인공은 홍릉강소연구특구 스타트업 ‘스템엑소원’을 이끄는 조쌍구 대표다.
조쌍구 대표는 건국대학교 줄기세포재생공학과 교수이자 KU융합과학기술원 전임 원장이다. 2022년 한국 줄기세포학회의 학회장이었고 올해에는 이사장을 맡았다. 2003년부터 줄기세포를 연구하던 그는 2006년 일본 신야 야마나카 박사가 발표한 유도만능줄기세포의 논문을 읽는다. 환자의 체세포를 역분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든 공로를 인정 받은 신야 야마나카 박사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는다. 이어 2015년에는 줄기세포 엑소좀으로 미국의 한 미식축구 선수의 만성 관절염을 치료한 사례가 나왔다.
2022년에는 줄기세포를 다루는 기업 알토스 랩이 30억 달러, 약 3조 8,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들은 줄기세포 엑소좀의 치료 기술 외에도 리프로그래밍, 우리 몸의 세포를 초기 상태로 돌리는 노화 역전 기술을 연구한다. 줄기세포 엑소좀의 효능과 성장 가능성이 차근차근 밝혀지자, 조쌍구 대표도 20여 년 동안의 연구 경력을 살려 창업을 하기로 결심한다.
스템엑소원의 핵심 경쟁력은 줄기세포를 잘 배양하는 기술, 잘 자란 줄기세포에서 치료 효능이 우수한 엑소좀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나아가 이들은 엑소좀을 여러 질환의 치료제로 활용하는 기술을 연마 중이다. 조쌍구 대표의 첫 번째 목표는 엑소좀으로 다양한 노화 관련 질환의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가 우선 주목한 것은 ‘방광’이다. 방광은 사람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기지만, 폐나 심장 등 주요 장기보다 연구 성과가 적다. 그래서 방광통증증후군과 같은 질병은 아직 치료제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방광은 중요하지만, 사람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장기가 아니어서 엑소좀과 같은 새로운 치료제를 적용하기 알맞다.
스템엑소원이 주목하는 또 다른 부문은 ‘뇌’다. 뇌는 약물 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를 감싸는 혈액뇌관문(BBB, Brain Blood Barrier)가 거의 모든 약물의 침투를 막아서다. 그런데, 엑소좀은 우리 몸 속 줄기세포가 만드는 생체 물질이라 혈액뇌관문을 통과한다. 스템엑소원은 엑소좀으로 뇌의 염증을 줄이는 연구를 통해 뇌질환 전반의 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조쌍구 대표와 연구진은 엑소좀을 변환, 약물 전달체로 만들려는 연구도 이어간다. 스템엑소원은 엑소좀에 약물이나 DNA(유전자), mRNA(유전정보 전달체)를 탑재해 유전자 치료제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면 엑소좀은 고유의 치료 효과는 물론 우리 몸 곳곳으로 수월하게 침투하는 효과까지 발휘해서 약물을 더욱 잘 전달할 것이다.
스템엑소원의 등 뒤에는 든든한 지원자와 기관들이 섰다. 건국대학교 줄기세포재생공학과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줄기세포 전문 연구 학과다. 이 곳의 학생과 연구진뿐만 아니라 건국대학교병원, 건국대학교동물병원의 연구진도 스템엑소원에 힘을 싣는다. 김아람 건국대학교 비뇨기과 교수를 포함한 의사 여러 명이 스템엑소원의 줄기세포 연구를 돕는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차움병원, 경희대학교 의과대학교도 스템엑소원의 주요 파트너다.
홍릉강소연구특구도 조쌍구 대표를 적극 지원한다. 고려대학교병원과 경희대학교병원과의 공동 연구를 주선했고, 비임상·임상 연구를 도울 다양한 교육을 제공했다. 보건복지부,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파트너 기관과의 네트워크도 연결했다.
파트너들과 함께 스템엑소원은 줄기세포, 엑소좀의 성장 가능성을 차근차근 현실로 만든다. 다만, 넘어야 할 벽은 아직 높고 두껍다. 가장 큰 벽은 허가와 규제를 만족하는 일이다.
엑소좀으로 치료제를 만들려면 동물·사람의 세포 연구와 임상은 필수다. 생명체이기에 각종 안전성 변수를 나타내는 줄기세포에 비해, 엑소좀은 생체 물질이라 안전성 변수가 적다. 엑소좀의 안전성을 검증 받고 바로 임상에 돌입, 연구를 이어가는 것이 스템엑소원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엑소좀의 적용 사례가 우리나라에 없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기 어렵다고 한다.
스템엑소원은 2019년 만들어진 첨단재생바이오법의 심의 임상 규제에도 부딪혔다. 이 규제는 ‘세포’의 연구만 가능하도록 허용한다. 엑소좀은 세포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엑소좀 치료제의 심의도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규제 개선을 바라는 업계의 공감대가 꾸준히 넓어진다. 그럼에도 이 규제가 개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본은 재생의료법을 마련해 미승인 물질의 연구를 지원한다. 덕분에 미승인 물질이라도, 임상 의사가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환자에게 투여 가능하다. 덕분에 일본 연구진은 줄기세포와 면역세포, 엑소좀을 활발하게 연구해 치료제 개발에 활용 중이다. 우리나라 환자들이 일본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러 가는 것도 이 까닭이다.
미국도 줄기세포와 엑소좀 연구에 한창이다. 이미 미국의 한 제약 기업은 엑소좀 치료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폐를 망가뜨리는 중증 호흡기 증후군 치료제다.
조쌍구 대표는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자들의 역량과 지식이 해외 연구자들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기술에 적응하고 응용하는 속도도 빠르고, 연구 성과의 완성도도 높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들이 허가와 규제의 벽에 막힌 사이, 세계 엑소좀 시장의 흐름에서 뒤처질 수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이에 우리나라에서 줄기세포와 엑소좀을 더욱 활발히 연구하고 활용할 길이 하루라도 빨리 열려야 한다고 외친다.
도전 과제를 풀기 위해 스템엑소원은 엑소좀을 간질성 방광염, 즉 방광통증증후군의 치료제로 활용하는 내용의 임상을 준비한다. 동물 실험과 데이터 수집 등 준비를 마치고 2024년 IND(임상시험용신약)를 신청할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엑소좀을 피부 질환 치료제, 화장품 원료로 활용하려는 시도도 거듭한다. 스템엑소원은 이미 엑소좀을 생산 중이다. 이것을 신속히 활용할 방안으로써 구상한 것이다. 이렇게 엑소좀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한 후, 노화 관련 기관인 방광에 이어 뇌·폐·간 등 주요 장기의 치료 기법에 적용하는 연구에 나선다. 침샘이나 눈물샘 질환처럼 지금까지 치료제가 없던 부문에 엑소좀을 적용하는 연구도 이어가려 한다.
조쌍구 대표는 “스템엑소원은 이미 튼튼한 엑소좀 생산 체계를 만들었다. 환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여건을 만들어 엑소좀의 효용을 널리 알리겠다. 이 성과를 딛고 우리나라의 엑소좀 연구와 신약 개발을 주도하면서 해외 진출도 성공리에 이루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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