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교역국 中 ‘손절’ 나선 독일[글로벌이슈인사이트]
“기업들 손실봐도 구제 못해”
유로존 제1의 경제대국 독일. 이 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자국의 최대 무역국 중국에 대응하는 국가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유럽 국가 중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유독 높은 독일. 이런 독일이 지금까지 견지해온 중립 노선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강경한 대중 ‘디리스킹(위험 완화)’ 기조를 정립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는 내각회의를 열고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겨냥한 국가전략을 공식 의결했습니다.
완전한 탈동조화를 뜻하는 ‘디커플링’은 거부하되, 독일이 공급망과 수출 시장을 중국에서 다각화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는 디리스킹 기조를 공식화한 것이죠.
이 보고서는 독일이 의약품·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정보기술, 부품, 전기자동차 배터리 원료에 이르기까지 산업 공급망 대부분을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중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손실을 봐도 정부는 이를 구제하지 않을 것이며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천명했죠.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보고서에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업은 더 큰 금융 리스크를 스스로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위험한 기업 결정’에 대한 책임은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고 분명히 못박았습니다.
지식재산권 유출 가능성이 있는 중국과의 연구개발 프로젝트에는 연방기금이 지원되지 않는 등 보다 까다로운 조건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가 안보에 민감한 기술 보호를 보장하기 위한 수출 통제 조치도 머지않아 시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의 대중 의존도는 유로존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FT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 프랑스를 뛰어넘는, 독일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은 약 3000억유로를 기록했습니다. 중국 시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독일 일자리는 100만개가 넘고, 독일 제조기업 중 거의 절반이 공급망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을 만큼 불가분 관계를 맺고 있죠.
다만 팬데믹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을 전후로 독일은 대중국 전략을 재고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중국발 공급망 경색으로 모든 산업 분야에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한 데 따른 부작용이 비로소 표면화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피해를 본 만큼 이를 거울삼아 대중국 전략을 보다 강경하게 수정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이번 보고서를 통해 독일의 대중 강경 노선이 비로소 정립됐다는 평가다 나오고 있습니다. 위르겐 마테스 쾰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정학적 이해관계에 관한 어려운 논쟁을 피하고자 했던 독일에 이 전략은 “사실상 순진함의 종말이 시작된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다만 독일 정부는 무역관계에서의 디리스킹 외에 중국의 안보 위협을 견제한다는 기조까지 명확히 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인구 가운데 60%가 거주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갈수록 공격적으로 지역적 주도권을 요구하며 국제법 원칙을 흔들리게 만든다는 게 독일 정부의 지적입니다. 이에 독일 정부는 인도·태평양 내 파트너와 함께 안보 정책적, 군사적 협력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가장 가까웠던 유럽의 든든한 무역 파트너 독일. 이런 독일도 서서히 경제·안보 분야에서 중국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20년간 중국과 교역규모 1위를 기록해온 우리나라, 과연 우리나라는 다가올 차이나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이른바 ‘중국 특수’라는 달콤한 열매에 취한 나머지 경제구조를 개선할 기회를 놓치고 있을까요? 먼나라 독일의 이야기가 결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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