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댄스도 벨리댄스부터'…세계를 무대로 춤추다
"벨리댄스 알리고 학문적으로도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
요염한 몸짓과 쉴 새 없이 흔들리는 골반. 일명 '배꼽춤'이라 불리는 벨리댄스(belly dance)의 동작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했다는 벨리댄스는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현대에 들어와 전 세계에서 남녀노소가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화려한 의상과 동작으로 주목받았다.
(사)한국오리엔탈 댄스협회장이자 헤바벨리댄스 컴퍼니를 운영 중인 문혜진(41) 대표는 그런 벨리댄스와 반평생을 함께 했다. 지금도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걸음씩 내딛고 있다. 지난 7월 벨리댄스의 본고장인 이집트 카이로에서 해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대회에 이 협회 김수경 부회장의 제자가 출전해 '1등'이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마치 금발의 외국인이 한국 전통음악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문 대표의 설명이다.
"원래는 올해 이집트 대회가 어떤지 보려고 제자를 데리고 갔었어요.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등 대략 40개 국가에서 참여를 했어요. 대만에서 1위를 차지한 뒤 10년 만에 아시아에서 우승을 차지한 거죠. 우승한 제자의 실력이 뛰어났어요. 한국 대회에서도 모두 1등을 했죠. 한국에서 잘하는 사람은 세계 어딜 가도 잘한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벨리댄스 대회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열린다. 가장 오래된 춤인만큼 인기도 대단하다. 국내에 유입된 건 30년이 채 안 됐지만, 상당수의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문 대표가 속한 한국오리엔탈 댄스협회는 가장 오래된 단체로, 해외 유명 벨리댄서들을 한자리에 모아 매년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올해도 오는 10월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화려한 갈라쇼와 함께 치열한 경연이 펼쳐진다. 이 자리에는 사하르 사마라(Sahar samara), 모하메드 샤힌(Mohamed shahin) 등 세계적인 댄서들이 총출동한다.
■ 아이돌을 꿈꾼다면 벨리댄스부터
문 대표는 현재 서울 송파와 경기 안양 등 총 2곳에서 벨리댄스 학원을 운영 중이다. 벨리댄스는 아랍에서 유래한 역사가 오랜 전통 춤이지만, 기본적인 동작들이 가미돼 있어 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배워볼 만하다.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은 K-POP(케이팝) 댄스를 배우려는 이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특히 벨리댄스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벨리댄스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예를 들어 중국의 한 학원에서는 벨리댄스만 가르치지 않고 케이팝도 가르친답니다. 그만큼 관심도 많고요. 덕분에 그분들 역시 한국에도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반대로 우리는 그런 분들에게 한국에 대해 많은 걸 알려줄 수 있어요. 만약 벨리댄스를 배우러 오신다면 좀 더 넓은 무대를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국내 도입 초기와 달리 이제는 전국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수가 꽤 된다. 벨리댄스 인구가 많다는 의미다. 학원도 많아지고 있다. 바꿔 말해 문 대표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오리엔탈 댄스협회에서 다수의 전문 강사들을 배출했다고 할 수 있다. 벨리댄스가 건강뿐 아니라 경력 단절 주부들에게 고용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 대학에 '벨리댄스' 전공 만들고파
문 대표가 처음 벨리댄스를 시작한 건 대학교 1학년 때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고는 빠져들었다. 국내에 벨리댄스가 도입된 지 2년이 채 안 됐을 시기다. 10년 전에는 독일에서 열리는 벨리댄스 페스티벌에 참여했는데, 당시 무대를 보기 위해 무려 2천여 명의 관객이 몰린 걸 보고 정말 놀랐다. 벨리댄스 개념조차 없던 국내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상황이었다.
"한국에선 벨리댄스를 배워도 대학에 별도의 과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마니아로 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아니면 체육학과 같은 다른 예체능을 전공하며 벨리댄스를 이어가기도 하고요. 실제로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친 친구도 대학은 체육 쪽으로 진학했어요. 국내 벨리댄서로서의 진로에 한계를 느낀 거죠. 그렇다고 전공을 새로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그동안 벨리댄스와 후배 육성에만 신경 썼다면, 이제는 후배와 제자들의 미래를 위해 움직여야겠다고 문 대표는 결심했다. 이집트 춤으로 이집트에서 인정받겠다는 애초의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뤘다. 남은 건 한국에서 인정받는 것.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벨리댄스를 배우러 오고, 반대로 후배들도 좀 더 국제적으로 활동하며 발을 넓혀가길 바라고 있다.
"상업용이나 관람용이 아니라 한국무용처럼 오리엔탈 댄스가 하나의 학문으로 정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저희가 이집트 본토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것처럼 국내에서도 좀 더 새로운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지금도 전국 각 지역에서 벨리댄스를 연습하며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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