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승강기 수리 노동자의 죽음… 진짜 '2인 1조' 작업은 그 누구도 감시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엘리베이터를 탄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이따금 고층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점검이라도 하는 날이면, 불편한 곳이 없어도 집 밖을 나설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장애인 등 노약자들의 이동권은 심각하게 제한받는다.
그런데 한 해 7명이 넘는 수리 노동자들이 사망한다. 지난달에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승강기를 수리하던 청년 노동자(오티스엘리베이터)가 2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숨졌다. 겨우 스물여덟이었다.
승강기에 관한 사항은 행정안전부의 관할이다. 행정안전부에 승강기정책과가 있고,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행정안전부장관의 업무를 위탁·대행하고 있다.
'승강기 안전관리법 제32조(승강기의 안전검사)'와 '승강기 설치검사 및 안전검사에 관한 운영규정 제11조(안전검사의 실시)' 등에 따르면 승강기 정기검사 시 승강기안전종합정보망에 입력된 자체점검 기록(점검자 포함) 등을 활용하여 엘리베이터에 대한 자체점검의 실시가 적합한지 검사해야 한다.
또한 행정안전부 고시인 '승강기 안전운행 및 관리에 관한 운영규정' 제16조(안전보건 규정의 준수) 제3항은 '관리주체 또는 유지관리업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62조에 따른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점검반을 소속 직원 2명 이상으로 구성하여 법 제31조에 따른 자체점검을 하게 하거나 대행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62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립 등의 작업을 할 시, 사업주는 사업장에 승강기의 설치·조립·수리·점검 또는 해체 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을 지휘하는 사람을 선임하여 그 사람의 지휘하에 작업을 실시할 것'. 언론은 위 내용을 행정안전부 고시상 '승강기 설치 유지보수 시 2인1조 작업 수칙'으로 해석했다. 버젓이 고시가 있음에도 2인 1조 작업 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참변으로 보도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스물여덟 청년이 사망한 이번 사고에서, 그는 죽음의 순간에 분명 혼자였다. 당시 혼자 작업하던 그는 사고 직전 동료에게 “혼자 작업하기 힘들다. 도와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연락을 받은 동료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사고가 난 후였다. 동료는 도착 7분 만에 지하 2층에서 박 씨를 발견한 뒤 119에 신고했지만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이미 그는 심정지 상태였다. 이번 사건은 2인 1조 작업 수칙이 빼도 박도 못하게 지켜지지 못 한 케이스가 맞다.
그러나 승강기 설치 유지보수 공사 중 사망사고 개요를 찬찬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그들은 혼자 있지 않다. 정확히는, 그 아파트 단지 안에, 혹은 건물 안에 혼자 있지는 않았다. 출장은 2인이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지자체를 통해 매년 승강기 유지관리업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면서, 유지관리기술자에게 2인 1조 점검반 구성·운영 여부 관련 설문조사(시·도별 30명 이상)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가 2인 1조 점검반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대답했다'고 밝혔다.
아파트 단지에 홀로 출동되어 고시를 명백하게 어긴 이번 사고와 같은 케이스는 거의 없다고 한다. 죽음의 위기가 다가온 순간에 안전 장비를 챙겨주고, 발을 헛딛은 동료의 손을 잡아주고, 사고 발생 시 119에 곧바로 연락해줄 동료가 곁에 없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2인 1조 점검반 구성에는 문제가 없단다. 상식상의 2인 1조 작업 수칙 준수와는 아무리 생각해도 거리가 멀다.
행정안전부가 아닌 고용노동부 산하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역시 2인 1조 수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확인하지 못한다. 안전보건공단은 산재 사고 발생 시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이때 '작업 형태'란에 단독 또는 복수 여부를 표시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는 한 공정당 2인1조의 의미가 아닌 작업 현장에 복수 인원이 투입됐는지 묻는 항목에 불과하여 2인1조 작업 수칙이 올바르게 준수되었는지 전혀 체크할 수 없다.
안전보건공단이 제출한 사고 개요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들이 두 명이서 사고 발생 시 각각 무슨 작업을 하고 있었고 작업자끼리 얼마나 떨어져 있었으며, 두 명이 서로의 안전을 체크하고 도와가며 작업을 했는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162조에 따라 '작업지휘자' 지휘하에 작업이 실시됐는지 알기가 어렵다.2020년도에 병원 건물에서 발생한 어떤 승강기 사망사고 케이스는 작업지휘자가 병원 원무과장이었다. 그럼에도 안전보건공단의 보고서에는 '2인1조 작업 수칙 위반'이라고 명시되지 않았다. 2인이 그 사고 현장에 있었던 것은 맞기 때문이다. 애초에 상식적인 의미의 2인1조 작업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체크는 안전보건공단 보고서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2인1조 작업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는 비단 승강기 유지·보수 과정에서만 발생하는 사고가 아니다. 2016년 구의역 김군,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는 아슬아슬한 1인 작업을 하다 숨졌다. 지난해 SPC 계열 SPL 공장에서 사망한 20대 여성 노동자 역시 죽음의 순간에 전처리실에 홀로 남겨져 있었다. 사측이 '2인 1조'였답시고 핑계를 댄, 사고 발생 시 그녀와 함께 근무하던 작업반장은 전처리실 밖에서 재료를 준비 중이었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2인1조는 공정 자체에 대한 2인 1조를 의미하는데, 기계 옆에 2명이 붙어 있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번 사망사고 노동자가 속했던 오티스엘리베이터노조는 승강기 한 대당 2명이 투입되어야 '2인 1조 작업 수칙 준수'라고 주장하는 반면, 회사 쪽은 아파트 한 단지당 2명이면 된다고 맞서고 있다. 생각해보면 인건비를 줄이고자 하고 이익을 좇는 회사로서는 당연하다. 그 어떤 부처도 제대로 준수 여부를 체크하지 않고, 명료한 유권해석을 내려주지 않고, 심지어 해당 고시는 권고규정인데, 어떤 회사가 “한 엘리베이터 작업에 두 명이 붙어서 서로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며 작업하라”라고 지시하겠는가. 그것을 기대한다면, 국가가 기업에게 과도한 기대를 걸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승강기에 관한 모든 사항을 관할한다는 행정안전부, 그리고 산재 사고에 대해 관할하고 사후 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모두 '핑퐁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가 유권해석을 안 해주고 노사가 실랑이하는 사이, 전국의 엘리베이터에서 해마다 7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에도 위험한 작업장의 2인 1조 작업은 법제화되지 못했으니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은 명료하다. 개별 산업마다 2인 1조 작업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면 된다. 적어도 관할 부처가 '승강기 안전운행 및 관리에 관한 운영규정'과 같은 고시 조항에 대한 명료한 해석이라도 내려준다면, 기업으로서도 노동자를 현장에 내보낼 때 한 번씩 더 '진짜 2인 1조'로 안전하게 작업할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비단 승강기 수리 노동자들만의 이슈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어떤 시민도 내가 매일 이용하는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사고의 순간에 홀로 남겨졌던 노동자의 죽음을 밟고 선 채로 높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는, 나는 더 이상 몸을 싣지 않으려 한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leesj545@hanmail.net
〈필자〉 이수진 의원은 간호사 출신 노동운동가로, 제21대 총선에서 노동 부문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 의원은 1991년 연세의료원에 간호사로 입사한 뒤 연세의료원노조,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연세재단 산하 노조협의회 위원장, 무상의료국민본부 집행위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정치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 전국노동위원회 상임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당명이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뀐 후 전국여성위원회 부위원장, 전국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 최고위원을 맡아 당내 여성·노동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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