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불가능성’에 빠진 위기의 민주당… 혁신 없인 집권 전망 어두워[Deep Read]

2023. 8. 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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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혁주의 Deep Read - 민주당 정치 행태 분석
장관·법관 탄핵 등 툭하면 ‘급발진’ 사고… ‘불체포특권 포기’ 혁신안 놓고 도덕적 해이
시스템도, 국정운영 능력도 부족… 지도체제 변화·정책 역량 제고 통한 해법 마련돼야

더불어민주당의 무절제한 정치 행보가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통치불가능성(ungovernability)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국정·정국 운영 능력 부재로부터 오는 통치불가능성이 민주당의 집권 전망을 어둡게 하고, 의회정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치불가능성이란

원내 의석 반수를 훨씬 넘는 168석을 갖고 실질적으로 국회를 좌지우지하는 민주당은 국정운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눈앞의 인기와 지지를 얻기 위해 근거가 뚜렷지 않은 폭로성 비판을 하거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에 관한 과학적 근거를 무시하는 괴담으로 국민 불안을 초래하는 등 구태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태도는 국정운영 주체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 보기 어렵다.

더욱 심각한 일은 이번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 부결과 혁신위원회 논란이 민주당의 통치불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치불가능성은 주로 국정운영과 관련, 정부의 의지가 있음에도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의도한 정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옥스퍼드대의 스타인 링겐 교수는 1970∼1980년대 영국 정부가 끊임없이 증가하는 부채와 재정적자를 줄이고자 노력했으나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통치불가능성의 문제로 설명했다. 공공부문의 비대화, 복지비용의 만성적 증가와 같은 비효율적 행정 시스템으로 인해 근본적 개혁 없이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국가 재정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거릿 대처 총리의 개혁이 상당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공공부문 민영화, 노동시장 개혁과 같은 제도와 구조적 문제를 겨냥한 행정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치불가능성은 행정 시스템이 갖는 구조적 문제에만 기인하지 않는다. 권한과 책임을 가진 정당의 도덕성·국정운영 능력 결핍에서도 비롯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정지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운전자의 운전 능력 결핍으로 브레이크 대신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면 차는 오히려 과속으로 질주해 사고를 초래하게 된다. 이때는 자동차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자의 운전 능력 결핍이 사고의 원인이다. 마찬가지로 국정운영의 역량과 판단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정치세력이 국정운영을 맡는다면 통치불가능성의 문제에 불가피하게 부닥치게 된다.

◇민주당의 급발진

민주당의 국정운영 역량과 판단력에 여러 문제가 있다는 점은 최근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기각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전후에 경찰과 소방, 그리고 행안부의 대응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장관을 탄핵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은 판단이었다. 오히려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에서 대정부 질문과 비판을 통해 장관의 책임을 추궁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적절한 대응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장관의 업무가 167일간 정지되는 비상 상황을 무릅쓰고 탄핵소추를 추진했다. 이는 기록적인 장마로 인한 폭우와 하천 범람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상황에서 재난 안전의 최고 책임자인 행안부 장관이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같은 민주당의 국정운영 ‘급발진’ 사례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2021년 2월 민주당은 임성근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부당하게 재판에 개입해 헌법을 위반했다면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켰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미 임기 만료로 퇴직한 임 전 부장판사를 파면시키는 탄핵안을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취지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임 전 부장판사는 2022년 4월 대법원에서 재판 개입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민주당의 성급하고 부적절한 판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민주당이 혁신위원회 개혁안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도덕적 해이와 함께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언행도 논란이 되고 있다. 혁신위의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은 의원총회 부결 등 파란을 거치다 ‘정당한 영장 청구’ 조건을 달아 겨우 통과됐다. 혁신위의 ‘체포동의안 기명투표 처리’ 안도 방탄국회라는 병리적 현상을 무기명 투표라는 제도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문제를 노출시켰다. 31일엔 “미래가 짧은 분들이 왜 1인 1표를 행사해야 하나”라는 김 위원장의 노인 비하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해법의 모색

그렇다면 민주당이 국정운영 역량을 회복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현재 민주당의 근본적 위기가 통치불가능성에서 오는 것이라면, 그 해결책은 거꾸로 통치능력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한다.

해법의 단초는 지난 29일 이재명·이낙연 회동 때 이낙연 전 대표의 언급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혁신은 도덕성과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재명 체제의 민주당이 도덕성을 상실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자, 이 대표에게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도덕성 논란과 리더십 문제, 사법 리스크 등을 안고 있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건이다.

두 번째 해법은 민주-반민주라는 이분적 사고에 근거한 정치투쟁 방식의 국정운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과감하고 새로운 정책 구상을 마련하는 일이다. 사회적 대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책을 발굴하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교육·복지 분야의 대전환을 가져올 새로운 정책 구상을 준비해야 한다.

날로 악화하는 소득 불평등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도 민주당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정책과제이다. 특히 우리나라 소득 불평등 심화의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소수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와 그 외의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간의 커지는 임금 격차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보호를 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중소기업이나 하청·납품업체 근로자들의 소득은 지체되거나 오히려 하락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공당의 존재 이유

기득권의 폐해를 타파하고 약자를 보호하며 사회적 통합을 이뤄나가는 것이 공당의 기본적 가치이자 존재 이유이다. 이를 위해서는 도덕성을 전제로 국정운영의 혁신 역량을 갖춰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된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용어설명

‘통치불가능성’은 스타인 링겐 교수의 조어로, ‘ungovernability’를 번역한 것. 링겐 교수는 영국 복지정책을 연구하면서 시스템 결함에 따른 구조적 문제가 통치불가능성을 불러온다고 역설.

‘스타인 링겐’은 노르웨이 출신 학자로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2016년 펴낸 ‘완벽한 독재:21세기의 중국’에서 중국 체제의 특징을 ‘control+cracy’ 합성어인 ‘controlocracy’로 표현.

■ 세줄요약

통치불가능성이란 : 민주당이 무절제한 정치 행보로 통치불가능성의 문제를 일으켜. 통치불가능성이란 구조적 문제로 정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 도덕성이나 국정운영 능력 부재도 통치불가능성 초래 원인.

민주당의 급발진 : 행안부 장관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재 기각 등 민주당 급발진 사례들, 혁신안 처리 과정도 통치불가능성 문제를 드러내는 것들임. 이는 민주당의 집권 전망은 물론, 의회정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어.

해법의 모색 : 해결책은 통치능력 회복을 위한 고민에서 출발해야. 도덕성 회복, 시스템 개혁, 국정운영 패러다임 변화, 혁신 역량 제고를 통한 과감하고 새로운 정책 구상 마련 등이 해법을 위한 과제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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