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주춤하자 분주해진 경쟁사들
그렇다면 향후 전망은 어떨까. 챗GPT가 출시 직후와 같은 급격한 성장세를 지속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솔솔 나오고 있다. 구글의 6월 검색 시장점유율은 92%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상승했다. 챗GPT를 앞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이 구글을 단숨에 몰아낼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챗GPT 트래픽·방문자 수 첫 감소
챗GPT가 주춤하자 경쟁사들의 발걸음은 한층 더 분주해졌다. 챗GPT로 세계를 놀라게 한 오픈AI에 이어 초거대 인공지능(AI) 분야에 안착할 주자가 누구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앤스로픽은 2021년 오픈AI, 구글 출신 연구원들이 설립한 업체로 구글, 세일즈포스, 줌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 회사는 '클로드'라는 AI 챗봇을 출시해 챗GPT에 도전장을 냈다. 5월 기업용 챗봇 서비스를 론칭한 데 이어 7월에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클로드 2를 공개했다. 클로드 시리즈는 챗GPT와 비교해 AI가 정보 처리 과정에서 보일 수 있는 오류인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현상이 덜하다. 더 많은 양의 텍스트를 프롬프트에 입력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IT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협업 툴인 슬랙에서 클로드를 호출해 사용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
구글이 야심 차게 출시한 '바드'도 주목된다. 3월 첫 출시된 바드는 5월부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일반에 개방됐으며, 지원하는 언어 종류를 점차 늘려가고 있다. 바드는 구글의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글의 이미지 검색 서비스 '구글 렌즈'와 연동된 바드에 사진을 업로드하면 해당 사진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피부병에 걸린 살갗을 촬영해 올리면 관련 의학 정보를 간단하게 제시하는 식이다. 바드의 답변 내용을 '구글독스'(구글 문서도구)나 지메일로 내보낼 수도 있다.
한편 메타는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 모델(LLM) '라마(LLaMA)'로 승부수를 던졌다. 라마를 활용하면 적은 수의 파라미터와 컴퓨터 리소스로 AI 모델을 비교적 쉽게 개발할 수 있다. 메타는 7월 19일 라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라마 2를 폐쇄된 연구용이 아닌 상업적 용도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끔 공개해 주목받았다. 라마 2를 오픈소스로서 개방해 AI 설계도인 소스 코드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누구나 다시금 AI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고성능 LLM을 무료로, 심지어 일반 컴퓨터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오픈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덕분에 많은 기업이 라마 2의 공개된 소스를 토대로 자체 LLM을 만들어 AI 서비스를 펼칠 기회가 열렸다. MS가 자사 웹브라우저 애저(Azure)에서 라마 2를 사용할 수 있도록 메타와 제휴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한 점도 눈에 띈다.
정서 교감에 특화된 AI 챗봇도 등장
AI 답변의 정확성 같은 기술적 측면 말고 사용자 감성에 주목하는 새로운 움직임도 있다. 스타트업 인플렉션AI는 30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해 챗봇 서비스 '파이'를 출시했다. 기존 AI 챗봇과 달리 사용자 질문에 논리적 해답을 내놓기보다 정서적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췄다. 대화 도중에 AI가 먼저 말을 걸어오는 등 마치 실제 사람과 일상 대화를 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챗GPT의 충격에서 헤어 나온 세계 IT업계는 새로운 초거대 AI 모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테슬라가 xAI라는 이름의 AI 법인을 출범하고, 애플도 '애플GPT' 내부 테스트에 나서면서 주요 빅테크가 사실상 모두 초거대 AI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픈AI도 챗GPT에 새로운 플러그인을 도입하는 등 맞대응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LLM 기반 AI 시장은 무한 경쟁 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테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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