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짧은 분들이 왜 1인 1표?” 또 구설 오른 野 혁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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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2030 청년층과의 좌담회에서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합리적이다'라는 취지로 읽힐 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
혁신위가 부랴부랴 입장문을 내고 "청년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의 처신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과거 총선에서 '노인 폄하' 논란이 악재로 작용했던 만큼, 민주당은 발언의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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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부적절한 발언’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2030 청년층과의 좌담회에서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게 합리적이다’라는 말을 인용해 ‘노인 폄하’로 읽힐 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 혁신위가 뒤늦게 “청년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발언”이라고 해명했지만, 여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의 처신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과거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비하’ 발언과 엮여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혁신위는 31일 김 위원장의 발언 논란에 대해 “청년들과 만난 좌담회에서 아들이 중학생 시절에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발언을 소개하며 “발언 전문을 봐도 민주주의 국가에선 이런 아이디어가 수용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고 했다.
혁신위는 “우리 정치는 세대간, 지역간, 계급간 불균형을 조정하고 과소대표되고 있는 주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며 “이런 논의를 위해 예시로 꺼낸 중학생의 아이디어를 왜곡해 발언의 취지를 어르신 폄하로 몰아가는 것은 구태적인 프레임이자 전형적인 갈라치기 수법”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문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송영길 전 대표 등이 연루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에 대해 “돈봉투 사건이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돈봉투 사건이 알고 보니 심각한 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지난달 20일에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코로나19로 학력 저하를 겪은 학생’에 비유하며 “코로나 때 딱 그 초선들이다. 소통이 잘 안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가 의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과거 총선에서 ‘노인 폄하’ 논란이 악재로 작용했던 만큼, 민주당은 발언의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장은 17대 총선을 앞둔 2004년 당시 대학생 인턴기자단과 인터뷰에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정 전 의장은 노인정을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한 뒤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또 선거대책위원장직과 당선이 확실한 비례대표 순번 22번까지 반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이른바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쓴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의 ‘최대 200석 달성’이 거론될 정도로 압승이 유력했지만, ‘노인 폄하’ 발언 등 악재로 152석에 그쳤다. 한나라당은 121석으로 선전했다.
민주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의 설화(舌禍)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정치나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무지한 것인지, 아니면 인식이 아주 깊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발언 진의가 왜곡됐더라도) 애초에 그런 빌미를 제공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말해야 한다”며 “그런 인식과 자세로 당 혁신을 위한 역할에 앞장서서 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 역시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유권자에게 남은 기대수명에 따라 비례적 투표권을 주자는 (김 위원장 아들의) 발상은 중학생다운 순진한 생각이지만, ‘미래가 긴 사람’ ‘미래가 짧은 사람’이라는 갈등적 표현으로 세대를 대비시키는 순간 아들의 순진한 발상은 고도의 정쟁적 주장으로 바뀌기 시작한다”고 했다.
또 “민주당은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입에 담을 수 없는 노인폄하 발언의 긴 역사 가진 정당”이라며 “혁신위도 구태에 빠져 있다면 민주당 혁신은 물 건너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현대판 고려장 발언”이라고도 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2030 청년좌담회’에서 “둘째 아들이 올해 22살인데 중학생 때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라는 질문을 했었다”며 “평균 연령을 얼마라고 봤을 때 ‘자기 나이로부터 여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여명까지’로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아들에게 (문제 제기 자체는)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서 (아들의 말대로) 그럴 수는 없다고 답했다”며 “그래서 투표장에 청년들이, 젊은 분들이 나와야 의사가 표시된다 라고 결론을 내린 기억이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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