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만에 역성장 벗어난 유럽…웃지 못하는 이유는?
긴축효과에 가계·기업지출은 얼어붙어…수출도 부진
ECB 9월 금리동결론 고개…인플레 불확실성은 여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기술적 침체’(2개 분기 연속 역성장) 상태에 빠졌던 유럽 경제가 3개 분기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성장이지만 소비와 투자, 수출 위축 위험성을 고려하면 마냥 웃을 순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화 긴축을 이어갈지를 두고 유럽중앙은행(ECB)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예상 웃돌았지만 아일랜드·프랑스 빼면 제자리걸음
유럽연합(EU) 통계기관 유로스타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3% 늘어났다고 3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한 시장 컨센서스(0.2%)를 웃도는 성과다.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 연이어 감소했던 GDP가 3개 분기 만에 다시 성장세를 회복한 것이다.
다만 자세한 내용을 들어다 보면 성장세 회복을 마냥 즐길 순 없는 상황이다. 앤드루 케닝엄 캐피털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3.3%), 프랑스(0.5%)를 제외한 나머지 유로존 경제 성장률은 0.04%에 불과하다고 CNBC에 설명했다. 스웨덴(-1.5%)과 오스트리아(-0.4%), 이탈리아(-0.3%)는 2분기에도 경제가 위축했다.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에서도 GDP가 증가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부문별 상황도 비슷하다. ECB 기준금리가 22년 만에 최고 수준인 4.25%까지 높아지자 가계와 기업의 차입 부담이 커지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내수 부진으로 유로존의 단기 경제 전망이 악화했다”며 “고물가와 까다로워진 자금 조달이 (경제주체들) 지출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ECB 조사에 따르면 유로존 기업의 신규 대출 수요는 2003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불어난 이자 부담에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뜻이다.
유럽의 경제 성장 동력이던 수출도 부진하다. 유럽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지난해 말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를 선언했음에도 아직 경제 회복세가 더디기 때문이다. 지난 1~5월 유럽의 대중(對中) 수출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한창이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구조적인 요인도 유럽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소비와 생산성 향상이 부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 정부가 국방비를 증강하면서 증세 압력도 커지고 있다.
에릭 닐센 유니크레디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ECB의 과감한 행보의 폐해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지난 12개월에 걸친 강력한 긴축의 효과가 뒤늦게 나타나면서 실물경제가 더욱 악화할 것”일하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케닝엄 이코노미스트도 “긴축적 통화정책 영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하반기 유로존 GDP는 하반기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최근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을 0.4%에서 0.3%로 낮췄다. 반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 주말 르피가로와 인터뷰하며 올해 유로존 경제가 0.9% 성장할 수 있다고 낙관했다.
경기 부양-물가 억제 사이 ECB 고심 깊어지나
이런 상황에서 경기 부양과 물가 억제 사이에서 ECB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탈리아 등 일부 EU 회원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ECB가 긴축 정책을 끝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지난 7월 통화정책회의까지 9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ECB가 오는 9월 회의에선 동결을 선언할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여전히 정책 목표(연간 2%)를 훨씬 웃도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5.3%)을 생각하면 긴축 기조를 섣불리 접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7월 서비스 물가는 5.6%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9월에 금리는 추가 인상될 수도 동결될 수도 있다”면서도 “9월 이후에 금리가 동결된다고 해서 그것이 (긴축 사이클의) 최종적인 것(결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종화 (bell@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상] 교사 때린 8살 '수갑 채워' 연행한 美 경찰 재조명
- '소주 1000원' 시대 열렸다…주류업계 '환영' vs 자영업자 '불만'
- '극단적 채식' 비건 인플루언서 사망...지인 "굶어죽은 것"
- 급락 겪고도 2차전지 사는 개미…“위상 공고” vs “불안”
- 웃통 벗고 자연인된 바이든…美대통령의 여름휴가
- “자는 거 아니었니”…조수석 女제자 성추행한 40대 중등교사
- “휴대폰 좀 잠깐 쓸게”…빌려주자 순식간에 벌어진 일
- 8번의 굉음, 300여명 사상…가오슝 폭발 사고는 왜 일어났나[그해 오늘]
- '유포리아' 인기 배우 앵거스 클라우드, 25세 나이로 사망
- 하연수, 日 본격 데뷔…NHK 드라마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