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전공한 배우 지망생 톰 브라운, 디자이너가 되다[류서영의 명품 이야기]
류서영의 명품 이야기/톰 브라운①
패션의 아이콘(패션으로 관심을 끌고 숭배의 대상이 되는 사람)인 지드래곤(권지용 빅뱅의 멤버 가수)이 한때 톰브라운의 거의 모든 제품을 입어 화제가 됐다. 아마도 패션에 관심이 있는 젊은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톰브라운의 회색 4줄 카디건과 엉덩이를 가리지 않는 짧은 길의의 재킷에 짧은 소매, 복사뼈가 보이면서 7cm 정도 접어 올린 짧은 바지의 톰브라운식 슈트 코디네이트 방법을 선호할 것이다. 드라마 ‘펜트 하우스’에서 철없는 부잣집 아들 역의 배우 봉태규 또한 톰브라운 제품을 대거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톰 브라운은 1965년 9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엘렌타운에서 태어났다. 인디애나 주 노터데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배우가 되겠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1988년 배우가 되기 위해 영화의 본고장인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지만 결국 배우의 길을 포기하고 1997년 뉴욕으로 이주해 조르지오 아르마니 쇼룸에서 판매원으로 일하게 됐다.
패션 전공하지 않고 디자인 교육도 안 받아
정치학을 전공한 미우치아 프라다, 의대를 중태한 조르지오 아르마니처럼 톰 브라운 역시 패션을 전공하지 않고 정식으로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은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디자이너로서의 정식 경력은 조르지오 아르마니에서 나와 클럽 모나코로 직장을 옮겨 보조 디자이너로 일한 것이 톰브라운 브랜드를 론칭하기 전의 경력의 전부다.
2003년 톰 브라운은 뉴욕시 웨스트빌리지에서 메이드 투 메저(맞춤복)로 운영되는 매장에서 회색 슈트 5벌을 제작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각 재킷과 바지와 함께 회색 카디건과 흰색 옥스퍼드셔츠(약간 도톰하게 짜여진 면셔츠)를 세트로 만들었다. 2005년 톰 브라운은 뉴욕 패션 위크에서 남성복 레디투웨어 컬렉션으로 데뷔했다. 톰 브라운은 패션 락스(Fashion Rocks)에서 진행한 데이비드 보위 공연을 위해 맞춤 슈트를 제작했다.
2007년 가을 브룩스 브라더스 브랜드의 블랙 프리스 라인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했고 브랜드는 기대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다. 이를 계기로 2009년 몽클레르 남성 컬렉션인 감므 블루를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브룩스 브라더스는 톰 브라운이 자기의 브랜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입는 옷이라고 한다. 또한 몽클레르는 톰 브라운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한다. 톰 브라운이 생각하는 진정한 럭셔리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라고 한다.
톰 브라운이 센트럴파크에서 조깅을 할 때 입는 옷은 좀 특이하다. 그는 운동복 대신 셔츠와 카디건에 무릎길이의 버뮤다 팬츠를 입는다. 이유는 그냥 이런 옷이 좋다고 한다. 이러한 독특함은 컬렉션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남성복 컬렉션에 샤넬의 긴 진주 목걸이를 재킷과 함께 코디하는가 하면 블랙 시스루 원피스를 슈트 위에 입히기도 했다. 컬렉션 발표 장소도 아이스링크에서 하는가 하면 파리의 공산당사에서 2011년 봄여름 컬렉션을 발표하기도 했다. 몽클레르 감므 블루와 컬래버레이션하는 동안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모델들이 자전거를 타고 런웨이를 펼치기도 했다.
그가 컬렉션을 대하는 철학은 이렇다. “젊은이들에게 핸드 메이드 슈트를 소개하고 싶었다. 보수적인 옷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슈트를 나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 쇼에 등장한 독특한 옷들, 특히 일상생활에서 입을 수 없는 옷들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매 시즌 나 자신을 위해 열다섯 벌의 슈트를 만든다. 나도 패션쇼에 내놓는 옷들은 입지 않는다. 패션쇼는 현실을 사는 남자들의 옷장을 위한 게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세상과 공유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 때 미셸 오바마에게 옷 입혀
톰 브라운은 1960년대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와 ‘007’시리즈의 숀 코네리에게서 영감을 받아 슈트를 디자인한다고 한다. 그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영화나 책을 보고 거리의 사람들을 구경하며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다고 한다. 톰브라운의 대표적인 아이템은 옥스퍼드 셔츠와 톰브라운 특유의 줄무늬 로고가 새겨진 카디건이다. 평범해 보이는 흰 셔츠에 톰브라운을 상징하는 레드·화이트·네이비 컬러의 스트라이프가 더해지면 평범함을 독특함으로 바꾸는 매력이 있다. 2012년 톰 브라운은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위해 영부인 미셸 오바마에게 옷을 입히기도 했다(사진①).
2023년 1월 디자인 상표권에 대한 소송의 판결이 났다. 톰브라운의 4선 줄무늬가 스포츠 용품 업체 아디다스의 3선 줄무늬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했는지에 대한 소송에서 법원은 톰브라운의 손을 들어줬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아디다스 측은 톰브라운의 4선 줄무늬 디자인이 자사의 3선 디자인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톰브라운의 승소를 인정했다.
배심원단은 톰브라운의 4선 줄무늬 디자인(사진②)이 소비자에게 3선 줄무늬의 아디다스 제품과 혼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톰 브라운은 승소 후 “나는 지금까지 거대 기업에 맞서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디자이너들을 위해 싸워 왔기 때문에 이 판결은 나 자신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나는 단지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싶을 뿐 다시는 법정에 서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디다스 측은 즉각 항소할 의사를 밝혔다.
참고 도서 : ‘최고의 명품 최고의 디자이너(명수진. 삼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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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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