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럽 조례 부결 후폭풍, '후쿠시마 오염수 등장' 왜?
조례 대표 발의 시의원 "부결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에 대한 감정적 반응"
조례 제정 반대 의원들 "제정 목적 맞지 않다, 이해 충돌·특혜 소지 있다"
조례 부결, 지역 내 정쟁 산물로 비화될 조짐
한 기초자치단체 시의회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정받은 지역 내 스포츠클럽의 육성과 지원을 골자로 하는 조례안을 부결했다. 해당 조례가 시의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을 두고 '합당한 결과'라는 의견과 '이례적 결정'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이 조례의 대표 발의 시의원은 '정치적 탄압 때문에 조례가 부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어 지자체의 스포츠 관련 조례 부결건이 정쟁의 산물로 비화될 조짐이다.
1일 CBS 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도 춘천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열린 제326회 임시회 3차 회의에서 '춘천시 스포츠클럽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심의를 벌여 부결을 결정했다. 15명이 공동 발의한 해당 조례의 대표 발의자는 나유경 의원이다.
나 의원은 기획행정위 심의 당시 "스포츠클럽법과 같은 법 시행령에 근거해 스포츠클럽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춘천 시민의 건강 증진과 생활 체육 저변 확대 등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조례 제정의 목적을 밝혔다.
나 의원이 조례 제정의 근거라고 설명한 스포츠클럽법의 제3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보면 ▲1항 -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스포츠클럽의 지원 및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함 ▲2항 - 국가 및 지방자지단체는 장애인의 스포츠클럽 활동을 장려ㆍ지원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함 ▲3항 -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 및 제2항의 시책을 수립하고 스포츠클럽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스포츠클럽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운영할 수 있음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상위법(스포츠클럽법)을 토대로 만들어진 조례를 살펴보면 제1조와 2조는 조례의 목적과 정의를 규정하고 있다. 3조에서는 보조금 지원과 체육 시설의 사용 허가 또는 관리 위탁 및 지원 범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조례가 통과, 시행되면 춘천시는 지정 스포츠클럽에 대해 ▲시책 수립과 보조금 지원 ▲체육 시설의 사용을 허가하거나 그 관리를 위탁 ▲체육 시설 사용료 감면 ▲생활 체육 활성화 공로 포상 등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또 보조금을 지원받은 스포츠클럽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갖게 된다. 지정 스포츠클럽은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스포츠클럽법에 근거해 문체부 장관이 공익 목적의 사업 추진을 위해 등록 스포츠클럽 중에서 지정한 곳(클럽)을 말한다.
이 조례의 제정 목적이 생활 체육 활성화 및 체력 증진에 있는 등 시민 삶의 질과 직결된 데다 60곳이 넘는 지자체들도 비슷한 조례를 잇따라 제정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조례 제정은 무난할 것이란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또 스포츠클럽에 대한 지원이 명문화된다는 점에서 춘천시 지정 스포츠클럽 소속 회원 등은 조례 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춘천시 스포츠클럽 회원은 650여 명이다.
민주당 2명 찬성표, 국민의 힘 4명 반대표··· 당적 따라 확연히 갈려
그러나 시의회 상임위의 판단은 달랐다. 조례 제정의 목적을 문제삼는 목소리부터 이해 충돌 소지, 특혜 의혹 등 각종 문제를 제기하며 조례 제정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표결 결과 출석 의원 6명 중 반대표가 4명에 달했다. 찬성이 과반수에 미달되면서 조례는 부결됐다. 조례 대표 발의 의원(나유경)은 민주당 소속이고, 반대표를 던진 4명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조례 심의에서 배숙경 의원(국민의힘)은 "상위법에도 스포츠클럽과 생활 체육은 다른 개념으로 각각의 법률이 있다. (조례는) 생활체육진흥법에 있는 목적을 가지고 왔다. 목적부터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또 "조례를 대표 발의한 나 의원은 수영 동호회에 소속돼 있어 이해 충돌 부분이 있다. 여기에다 문체부 지정 스포츠클럽은 춘천시에 딱 1개 있다. (조례 제정이) 특정 클럽을 육성하고자 하는 취지로밖에 안 보인다. 조례가 제정되면 특혜 소지도 시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조례가 제정되면 도시공사에 있는 체육 시설 관리·위탁 대한 권한을 시장 권한으로 다시 가져와야 하는 문제 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남숙희 의원(국민의힘)은 "조례 제정 목적을 보니 스포츠클럽법과 맞지 않는게 있다. 생활 체육 활성화 도모 등의 (목적은) 생활체육진흥법에서 다루는 것으로 안다. (조례에서) 정의는 스포츠클럽을 명시하고 있는데 지원은 지정 스포츠클럽으로 돼 있다. 조례의 정의와 지원 및 범위가 맞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해당 조례의 제정에 힘을 실어줬다.
김지숙 의원(민주)은 지자체에 스포츠클럽 관련 조례가 존재할 때 문체부 사업에 공모시 유리한 점을 강조하면서 "조례 제정이 늦은 감이 있다. 시민 욕구가 많아 현재 67개 지자체가 입법 예고하는 등 조례를 제정하는 곳이 많다. 상위법에 따라 지자체가 해야 할 일을 늦게 가져온 게 아닌가 한다"며 조례 제정의 필요·시급성 등을 강조했다.
같은 당 박남수 의원도 "생존 수영 등 스포츠클럽이 학교와 연계하는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 춘천시 생활 체육 발전의 목적을 둔 조례이기에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조례 제정 찬성 의견에 동참했다.
조례 발의 시의원 "상위법과 문체부 매뉴얼 근거로 만들어 문제 없다"
조례 대표 발의자 나 의원은 CBS 노컷뉴스의 관련 취재에 "(내 자신이)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춘천시에 5개 스포츠 클럽이 있다. 그 중 1개가 문체부 지정 스포츠클럽이 돼 근거 조례를 만든 것"이라며 조례를 발의한 동기를 설명했다. 이어 "지정 스포츠클럽에서 학교 체육의 테니스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그 선수들이 많은 비용을 본인이 지불하면서 시설물을 이용한다. 조례가 발의되면 춘천시 모든 체육 시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그 부분이 시급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조례를 통해 지정 스포츠클럽이 보다 더 영역을 확장하면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그 기반을 터준 것이다. 춘천시에는 앞으로 지정 스포츠클럽이 많아질 수 있기에 1개 스포츠클럽을 밀어준다는 특혜 소지는 말이 안 된다. 상위법과 문체부 매뉴얼에 준해 조례를 만들었기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는 등 조례 심의 당시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나 의원은 특히 부결 이유에 대해 "정치적인 게 개입됐다고 생각한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의 입장 표명으로 인해 의회 질서 유지를 위반했다고 7월 28일 징계(경고)를 받았다. 징계 건으로 인해 (의원들이 조례 심의에 있어) 감정적 반응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는 등 객관적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지난달 열린 춘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당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푯말을 노트북에 붙이고 회의에 참석한 것 등을 이유로 징계에 붙여졌다. 이후 춘천시의회 윤리특위는 지난 28일 열린 임시회에서 비공개로 무기명 표결을 진행, 13대 9로 징계안(의회 질서 유지 위반·경고)을 원안 가결했다. 춘천시의회는 국민의 힘 13명, 민주당 9명, 정의당 1명 등 23명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나 의원에 대한 징계 확정 후 민주당과 정의당 춘천시의원들은 기자 회견을 열어 "다수당의 힘을 앞세운 국민의힘의 폭거"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도 징계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행정 소송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부결 아냐 vs 다음 회기에 또 상정할 것'
나 의원의 조례 부결 이유에 대한 주장에 대해 김보건 춘천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국민의힘)은 "징계 건과 관련 없이 부결된 사안이다. 스포츠클럽과 생활 체육은 법령이 따로 있는데 혼돈해 만든 조례다. 정확한 조례 제정을 위해 부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부결시킨 것은 아니다. 나 의원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소속 정당간 확연히 갈린 4 대 2 표결 결과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원들도 조례를 안 좋게 봤어도 당을 의식해 찬성을 한다. 우리는 지적한 것을 토대로 진짜 반대를 해서 (조례를) 반대한 것이다. 스포츠클럽 취지에 맞는 조례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나 의원의 징계에 대해서는 "당초에는 징계를 철회했으나 나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신상 발언을 통해 또 다른 정쟁을 만들어 (징계가) 강행됐다"고 설명했다.
시키겠다"고 피력했다.
CBS노컷뉴스 동규 기자 dk7fl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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