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 '먹는 인슐린' 해명공시 13번…씁쓸한 전적 데자뷔

"텀싯 생략, 1상 후 본계약 체결키로"
"1상 3Q 실시, 4Q 결과 도출 예정"
업계 "정정횟수 이례적" 거래소 "제한 없어"

삼천당제약이 '먹는 인슐린 투자 유치'에 대한 해명 공시를 2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투자 유치 소식은 요원하다. 삼천당제약 측은 여전히 파트너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2021년 5월 한 매체를 통해 알려진 '먹는 인슐린 신약 2000억원 투자 유치'건 관련해 최근 또 한번 해명 공시를 냈다. 2021년 5월 4일부터 지금까지 총 13번째다.

지난 2년여간 삼천당제약은 크고 작은 새로운 정보를 붙이면서 '먹는 인슐린 투자 유치' 관련 해명 공시를 내왔다. 2021년 5월 3일 나온 첫 공시는 "중국 파트너사와 2020년 11월 오럴 인슐린 및 오럴 GLP-1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 해당 제품에 대한 실사 및 비즈니스 사항을 협의 중"이라는 것이다.

이후 삼천당제약은 △"5월 10일 텀싯(Term sheet·계약이행각서) 초안 전달 후 세부내용 및 임상일정 등 협의를 지속 진행 중이다." △"파트너사는 중국 주사형 당뇨 치료제 판매 1위인 통화동보다. 중국 내 임상 및 허가에 소요되는 비용을 파트너사가 전액 부담한다는 텀싯을 체결했다." △"파트너사와 임상 신청 및 본 계약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비임상을 완료해 시험결과를 파트너사에 전달했다." △"마일스톤 지급방식 및 지급기한 등을 확정했고 로열티 정산 범위 등 의견을 조율했다." △"파트너사와 본 계약서 초안을 바탕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경구용 인슐린 휴먼 파일럿 스터디 최종보고서를 수령해 중국 파트너사에 전달했다." △"파트너사와 임상 신청용 제품 배치 생산 및 시험을 진행 중이고, 계약 협의도 계속 진행 중이다." 등 내용을 추가해 해 공시를 냈다.

올해는 '바인딩 텀싯' 관련 사항을 중점적으로 알렸다. 텀싯은 본 계약 체결 전 주요 거래조건을 협상하는 단계로, 바인딩이 붙으면 '구속력이 있는' 상태다. 삼천당제약은 2월부터 이번까지 해명 공시를 통해 △"1월 경구용 인슐린 임상 및 중국 독점 판매권에 대한 바인딩 텀싯을 협의했다."(2월) △"바인딩 텀싯 체결을 합의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3월) △"바인딩 텀싯을 생략하기로 했다."(4월) △"인슐린 개발 및 계약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7월)는 소식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삼천당제약은 별도 자료를 내고 "통화동보와 바인딩 텀싯 없이 글로벌 1상 후 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며 "임상 1상은 올 3분기 실시될 예정이고 결과는 4분기에 도출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발표대로면 오는 10월 27일 재공시 때에는 먹는 인슐린 1상에 대한 소식이 담길 전망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삼천당제약의 정정 공시 횟수가 일반적이진 않단 판단이다. 바이오사 IR 담당자는 "동일한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는 대개 1~2번 정도 내는데 13번은 일반적이지 않다"며 "주가 관리나 주가 급등을 분산시키려는 의도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바이오사 IR 담당자는 "동일한 사안에 대해 이렇게 많은 해명 공시는 처음 본다"면서 "지금까진 파트너사와의 협의 내역을 거래소에 계속 제출해왔단 의미이긴 하지만, 2년 넘게 끌어온 사안인 만큼 계약 협의가 취소될 경우 벌점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규정상 상장사의 잦은 해명 공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횟수에도 제한선은 없다. 하지만 삼천당제약은 잇단 해명 공시의 결말이 좋지 않았던 전적이 있다. 작년 9월 지난 1년여간 7번의 해명 공시를 낸 끝에 "코로나19 백신 개발 협의를 중단했다"는 소식을 전한 것이다. 2021년 5월 한 매체를 통해 알려진 '경구용 코로나19 백신 개발 3000억원 투자 협의' 건과 관련해 2~3개월 간격으로 지속 해명 공시를 낸 결말이다. 올해는 유럽 제약사와 협의 중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유럽 독점 판매 본계약 예상시기가 미뤄졌단 소식도 계속 전했다. 이 역시 세 차례 정정 공시를 통해 알려진 소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자본시장에선 가급적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투자자에 알려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며 "회사가 기존에 밝혔던 내용에서 일부 바뀐 상황이 있으면 바뀔 때마다 투자자에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그 변경함에 있어 중요한 사항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거래소에서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면 회사의 사정을 인정하겠지만, 회사가 (자의적으로) 허위로 공시한 부분이 나중에 발각되면 불성실공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