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당하느니 맞고 만다’ 교사들, 교육 제대로 되겠나 [핫이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주 공개한 교사를 향한 학부모들의 폭언이다.
습관적으로 욕설을 하는 아이에게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교사를 협박하고, 민원이 원하는 대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교사에게 밤늦은 시간에 문자 폭탄을 보내기까지 한다.
아이들 입에서도 “이딴 것도 선생이냐” “XX 공무원이 나랏돈 처먹고 뭐 하는 거예요?” 같은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초등교사노조가 전국 초등교사 2390명을 대상으로 한 실시한 설문에서 99.2%가 교권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니, 사실상 모든 교사가 폭언과 폭행·악성 민원에 노출된 셈이다.
문제는 악성 민원을 해결할 수단이 마땅치 않고, 심지어 학생에게 폭행당해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친구를 때리려는 학생의 팔을 붙잡았다고, 모든 학생에게 칭찬스티커를 주지 않았다고 아동학대로 몰리는 일이 벌어진다. 신고를 당해도 학교나 교육청의 도움을 기대하기 힘들다. 직위해제 상태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법정싸움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오롯이 교사의 몫이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느니 차라리 맞고 만다’는 교사들의 자조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교육청 의뢰로 금융부동산규제연구원이 작성한 ‘교원대상 법률 분쟁 사례 분석 및 교육청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8년 1월∼2023년 1월)간 학교 안 교원 대상 법률 분쟁은 판례 기준 총 1188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70% 이상이 형사사건이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교원(58%)은 당국의 소송비 지원 정책에 모른다고 답한 것이 현실이다.
급기야 교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지난달 22일과 29일에 이어 이번 달 5일에도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에 이어, 유명 웹툰 작가가 특수 교사를 아동학대죄로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사들이 참아왔던 울분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학생들의 생활지도 거부와 폭언·폭행, 학부모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라는 총알이 다음엔 누구를 겨눌지 두렵다. 누구든 걸릴 수 있고, 걸리면 죽는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교사들의 정당한 생활지도권에 대한 면책과 수업방해·교권침해시 조치 방법을 명시하는 가시적인 대책 마련을 통해 거리로 나선 교사들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이 뒤늦게 웹툰 작가에게 고소당한 특수교사를 복직시키고, 교육청이 기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는데, 문제를 교사 개인에게 떠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
교권을 강화해 교사가 자부심을 갖고 교단에 설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일은 결국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이다. 교권이 무너지고, 교사가 무력감과 분노에 빠진 학교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교권을 높이는 것이 아이들의 인권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교육을 위해 협력해야 할 교사와 학부모를 대립 관계로 몰아갈 필요는 더더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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