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꼬마는 알고 있다. 지난주 초등 축구부 감독의 잘못을[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3. 8. 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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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 축구 페스티벌이 열린다. 말그대로 ‘대회’가 아닌 ‘페스티벌’, 즉 ‘잔치’다. 성적보다는 내용에, 결과보다는 성장에 중심을 둔 행사다. 그동안 배우고 익힌 걸 마음껏 펼쳐보이는 장이다. 최종 순위도 가리지 않는다. 트로피조차 없다. 예선에 탈락하는 팀도 없다. 모든 팀에게 똑같이 6경기가 보장된다.

페스티벌 방식은 아래와 같다.

1차리그에서는 4개 팀이 한 조가 된다. 팀당 3경기씩을 치른다. 그렇게 조 순위를 가린다. 2차리그는 수준별 리그로 진행된다. 1차리그에서 같은 순위에 자리한 4개 팀들이 같은 조에 묶인다. 조 1위는 1위끼리, 2위는 2위끼리, 3위는 3위끼리, 4위는 4위끼리 말이다. 그렇게 기량이 엇비슷한 상대와 세차례 맞붙는다.

이런 페스티벌에 A초등 축구부와 B초등 축구부가 참가했다. A와 B는 1차리그에서 같은 조에 속했다. 2경기씩을 치렀고 A는 2승, B는 1승1무다. 둘은 1차리그 최종 3차전에서 맞붙는다. 비기면 A가 1위를, B가 2위를 굳힌다.

내가 감독이라면 어린 선수들에게 뭐라고 지시할까.

①대충 공을 돌려. 공격하지 말고 비겨라. 비기면 A는 1위, B가 2위가 되니까.

②맘껏 맞붙어봐. 승부와 상관없이 두 팀 모두 3경기를 더 뛸 수 있잖아. 이번 행사는 순위도 따지지 않잖아.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졌다. 최근 대전에서 열린 ‘유소년 축구 페스티벌’에 참가한 A,B팀 감독은 ①을 택했다. 두 팀 선수들은 전후반 50분 중 거의 40분 동안 공만 돌렸다. 감독관은 여러번 양팀 감독에게 주의를 줬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두 팀은 비겼다.

초등 학생들이 지도자 지시 없이 한참 동안 공만 돌릴 수 있을까.

경기 후 양팀 지도자는 이렇게 말했다.

A팀 지도자 : “경기가 끝난 뒤 상대 감독에게 뭐라고 했다. 돈도, 트로피가 걸린 것도 아닌데. 우리는 비겨도 1위가 되는데 우리가 안 나온다고 상대도 공격을 안 했다.”

B팀 지도자 : “우리가 준비한 건 상대가 공을 빼앗으러 나오면 뒷공간을 노리는 것이다. 그런데 빼앗으러 나오는 것도 없고.”

내가 감독이라면 어떤 걸 선택할까. 어떤 게 초등학생 선수들에게 바람직한 결정일까.

두 지도자에 대해 대한축구협회가 조만간 공정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들 두명 지도자를 어떻게 처리하는 게 맞을까. 감독들의 설명에 수긍해 넘어가는 게 옳을까. 아니면 감독을 징계하는 게 맞을까.

지나가는 동네 꼬마에게 물어봐야겠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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