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한국형 재난물의 도약…흥행 코드 다 갖췄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세상은 무너지고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그들만의 유토피아는 금세 디스토피아가 된다. 이제 가장 무서운 적은 재난이 아니라 인간이다. 촘촘한 이야기에 스펙터클한 볼거리까지 갖춘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가 올여름 텐트폴 시장의 화려한 하이라이트가 될 전망이다.

영화는 대지진으로 초토화된 서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생지옥 속 홀로 멀쩡히 살아남은 황궁 아파트로 외부 생존자들이 몰려들자 입주민들은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에 사람들은 주민 대표 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외부인들을 쫓아내고 입주민만을 위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이들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다. 

자연 재난을 배경으로 두고 있지만 그야말로 대지진은 거들뿐,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크고 작은 드라마를 만드는 인간 군상이다. 영화는 파괴적인 지진 그 자체보다 가족, 친구, 이웃 등 개인적인 차원으로 카메라를 낮춰 이야기를 풀어간다. 극한 상황 속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과 그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의 처절한 갈등을 예리하게 조명했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폐허가 된 도시를 구현한 영상미다. 아파트라는 한정적인 공간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정교한 특수효과로 스릴을 극대화했다. 바깥 상황도 인상적이다. 완전히 무너진 고층 빌딩, 뒤엉켜버린 자동차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도시는 아찔한 스펙터클인 동시에 묘하게 현실적이라 공포스럽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폭발음, 도미노처럼 무너질 듯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건물 잔해들은 에피소드와 절묘하게 뒤섞여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만든다.

선악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점도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매력이다. 주인공들은 각자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걸을뿐, 마냥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특출한 영웅도 없다. 오로지 생존만이 목표가 된 전쟁터에서 사람들은 서로 물고 물린다. 이들의 현실적인 관계 덕에 겪어본 적 없는 재난도 낯설지 않고 관객은 언제든 영탁, 민성(박서준), 명화(박보영), 금애(김선영)가 될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캐릭터에 맛을 더한다. 이병헌은 인간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주민 대표 영탁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폭발적인 에너지로 그려내며 압도한다. 첫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왜 그가 영탁이어야 했는지 모든 장면이 설명해준다. 부부로 등장한 박서준, 박보영도 밀도 높은 호흡을 보여주고, 부녀회장 금애 역을 맡은 김선영의 열연 역시 임팩트가 있다. 이들 모두 재앙 속 평범한 사람들이 빚어내는 블랙코미디 포인트를 제대로 살려 '콘크리트 유토피아'만의 색깔을 더욱 선명히 했다.

북미 지역 최대 영화제인 제48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하며 일찌감치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해외에서 터진 호평이 국내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화는 오는 8월9일 개봉한다.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