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한 이야기에 집중할수록 커지는 스릴…연극 '2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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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22분이 되면 나타난다는 혼령의 존재를 목격하기 위해 주인공 제니의 집에 머무는 네 사람.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혼령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해 토론을 나누던 네 사람은 무대 밖에서 들려오는 여우의 울음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집중해서 네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관객도 누군가의 비명처럼 들리는 여우의 울음에 몸을 들썩이며 놀랄 수밖에 없다.
반대로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제니의 남편 샘은 혼령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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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새벽 2시 22분이 되면 나타난다는 혼령의 존재를 목격하기 위해 주인공 제니의 집에 머무는 네 사람.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혼령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해 토론을 나누던 네 사람은 무대 밖에서 들려오는 여우의 울음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집중해서 네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관객도 누군가의 비명처럼 들리는 여우의 울음에 몸을 들썩이며 놀랄 수밖에 없다.
지난 달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막한 연극 '2시 22분 - 어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에서 여우의 울음소리에 놀라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작품의 흡인력 있는 대사와 치밀하게 설계된 인물들의 관계에 몰입하면 금세 여우의 존재를 잊게 되기 때문이다.
'2시 22분'에서 네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다양한 주제를 넘나든다. 일상의 대사를 주고받는 것에서 시작해 오싹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제니의 초대를 받은 로렌과 벤 부부는 유령을 목격했던 각자의 경험을 실감 나게 풀어놓는다. 특히 혼령이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 벤은 유령을 목격했던 당시를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을 만큼 상세한 묘사로 공포감을 더한다.
반대로 과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제니의 남편 샘은 혼령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따져 설명한다. 두 사람이 팽팽히 맞서는 모습에 무대에서는 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영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한국 관객도 공감할 수 있는 대사를 적절히 활용해 몰입도를 높였다. 유명 인사를 '핵인싸'라는 신조어를 활용해 설명하거나 언제나 확신에 찬 대답을 내놓는 샘을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에 비유하기도 한다.
극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인물들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밝혀지며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샘은 로렌을 대학 시절 친구라고 소개하지만, 로렌은 샘의 말버릇부터 이성에게 매력을 보여주는 방식까지 알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두 사람의 과거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의문을 남기는 지점이다.
제니와 샘 부부는 서로에게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을 이야기하고 벤과 로렌 부부 역시 불편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인물 사이 관계도가 치밀하게 설계된 덕에 인물들이 표출하는 감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공포가 더해질수록 격해지는 연기를 따라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특히 제니가 "집에 혼령이 산다"는 말을 부정하는 남편을 향해 욕설과 함께 분노를 터뜨리는 대목에서는 제니가 오랜 기간 감정을 쌓아왔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작품은 무대에 오른 배우 네 사람의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극의 긴장을 쌓아간다. 제니는 아이비와 박지연이 연기했고, 샘은 최영준과 김지철이 연기했다. 로렌 역은 방진의와 임강희가, 벤 역은 차용학과 양승리가 맡았다.
2010년 이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해 온 아이비는 처음 선 연극 무대에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자연스러운 목소리 톤으로 극을 이끌었고,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대사를 전달했다.
출연진과 연출은 배우들이 주고받는 시시콜콜한 대사 속에도 극에 대한 힌트가 숨어있으니 여러 차례 극을 관람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아이비는 지난 달 25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숨은 힌트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며 "두 번째로 보게 되면 인물들의 관계에서 새로운 지점을 찾게 될 것"이라 말했다.
작품은 극작가 대니 로빈스의 희곡이 원작으로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연극 '레드', '대학살의 신' 등에 참여한 김태훈이 연출했다.
공연은 오는 9월 2일까지 계속된다.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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