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김주성 신임 감독의 첫 과제, DB만의 컬러를 구축하는 것

손동환 2023. 8. 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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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8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6월 14일 오후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한 팀에서 20년 넘게 보냈다. 선수와 코치, 감독대행까지 맡았다. 한 곳에서 누구보다 다양한 직책을 소화했다.
그런 특별한 존재가 지휘봉을 잡았다. 지휘봉을 잡게된 신임 사령탑은 팀의 기반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팀만의 색깔을 낼 수 있게,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원주 DB의 신임 감독이 된 김주성의 이야기다.

레전드에서 초보 코치로
김주성은 현역 시절 205cm의 높이를 지닌 빅맨이었다. 높이에 어울리지 않는 활동량과 기동력, 농구 센스도 겸비했다. 한국 남자농구 빅맨의 계보를 이었던 레전드.
특히, 원주에서는 상징적인 존재였다. KBL 입성 후부터 은퇴할 때까지 원주에서만 뛰었고, 세 번의 플레이오프 우승(2002~2003, 2004~2005, 2007~2008)을 원주 팬들에게 안겼다.
그런 그가 2017~2018시즌 종료 후 은퇴했다. 그리고 2019~2020시즌 DB의 코치로 임명됐다. 선수 시절의 영광을 함께 했던 구단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은퇴 후 미국 얼바인으로 떠났습니다.
유학 비자를 통해 미국으로 갔습니다. 코치 연수를 받는 건 아니었어요. 오전에는 학교를 다니고, 오후에는 근처에 있는 대학교 농구부의 운동을 지켜봤습니다. 디테일한 요소를 보기 어려웠지만,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훈련 태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학생 선수들을 지도하는 감독님과 코치님도 마찬가지였고요.
2019~2020시즌 DB 코치로 부임했습니다.
은퇴 후 한 시즌 만에 원주로 돌아왔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것처럼 좋았어요. 다만, 코치로 부임했기 때문에, 선수 시절과의 역할은 조금 달랐습니다. (선수 시절과는) 해야 할 일이 분명 달라졌죠.
선수와 지도자의 차이가 크다고들 합니다. ‘코치 김주성’은 ‘선수 김주성’과 어떤 게 달랐을까요?
먼저 시합을 뛰느냐 안 뛰느냐의 차이가 가장 큽니다.(웃음) 그리고 선수 때는 저 혼자만 잘하면 됐는데, 코치 때는 선수들을 잘하게 만들어야 해요. 감독님의 스타일을 보조하는 역할도 해야 하고요.
지도자 데뷔 시즌부터 정규리그 1위를 경험했습니다. 어떤 역할을 주로 하셨나요?
감독님께서 시키신 걸 잘 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웃음) 그리고 선수들의 운동을 잘 도와줘야 합니다. 포지션에 맞는 훈련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줘야 해요.
현역 시절 빅맨이었기 때문에, 장신 선수들을 많이 지도하셨습니다.
빅맨이 해야 할 기초적인 것과 경기에서 필요한 것들을 말해줬습니다. 또, 모든 선수가 게임을 뛰는 게 아니어서. 선수들의 출전 시간에 맞게 운동 방법을 알려줬습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한테는 게임에 필요한 기술을 알려줬고,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기본적인 스텝과 운동 방법을 이야기해습니다.

부진의 늪
DB는 2019~2020시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못했다. ‘윤호영-김종규-치나누 오누아쿠’로 이뤄진 트리플 타워가 맹위를 떨쳤기에, DB의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2020~2021시즌부터 예상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 선수들이 부상 혹은 기량 난조로 팀에 어려움을 준 것. 게다가 국내 주축 자원들이 번갈아 부상으로 이탈했다.
부진에 빠졌던 이상범 DB 감독은 2022~2023시즌 전부터 의지를 다졌다. DB 선수들 또한 달라진 전투력을 보여줬다. 1라운드 한때 5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2라운드 8경기에서 1승 7패. DB는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했다. 코치 신분이었던 김주성의 고민도 커졌다.

DB는 2020~2021시즌부터 예상치 못한 위기와 마주했습니다.
좋은 때가 있으면, 안 좋은 때도 있는 법입니다. 하지만 팀이 더 가라앉으면, 분위기를 회복하기 더 어렵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으면,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더 커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을 중심으로, 팀 분위기를 다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2021~2022시즌에도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한 시즌만 성적을 내지 못한 거라면, 좋지 않았던 것들을 파도처럼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시즌 연달아 성적을 내지 못하다 보니, 팀 분위기가 더 안 좋아졌어요.
그렇다고 해서, 경기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부족한 점을 다 같이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선수들 모두 어려움을 헤쳐가려고 했어요.
2022~2023시즌을 맞는 각오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코치는 감독과 선수의 보조 역할을 하는 직책입니다. 그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습니다.(“2019~2020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도 코치로서의 임무와 본분을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코치 신분이었기에, 이전 시즌들을 조심스럽게 돌아봤다) 팀의 부족함이 보였기 때문에, 감독님과 선수들을 더 도와주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시즌에도 원하는 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아쉬움이 컸죠.

데뷔전
DB는 2020~2021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어려움을 겪었다. 사령탑이었던 이상범 감독과 수석코치였던 김성철이 자진 사퇴했다. 이로 인해, 감독이라는 무게가 세컨드 코치였던 김주성에게 넘어갔다.
김주성의 직위는 감독대행이었다. 김주성이 지휘봉을 잡은 후, DB는 4연승으로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5라운드 첫 7경기 모두 패배. 또 한 번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김주성 감독대행도 쓴맛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련 속에 많은 걸 배웠다. 팀의 수장으로서 해야 할 일 또한 조금은 알게 됐다.

이상범 감독님과 김성철 수석코치께서 동반 사퇴했습니다.
부담감이 물론 컸습니다. 하지만 (감독님과 수석코치님의 동반 사퇴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고, 팀 또한 급하게 시합을 떠나야 했습니다.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커졌어요.
하지만 선수들도 (감독님과 수석코치님의 동반 사퇴를) 위기라고 인식했습니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상범 감독님과 김성철 수석코치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응집력이 어느 정도 생겼던 것 같습니다.
감독대행이라는 어려운 자리에 앉았습니다. 가장 먼저 하려고 했던 일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상범 감독님께서 사퇴하신 후, 이틀 만에 감독대행을 맡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팀에 변화를 주는 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팀 분위기만큼은 수습해야 했습니다. 구단 또한 저에게 그런 걸 원했기에, 저는 ‘분위기’라는 단어 더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경기들이 한참 남았기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경기 준비에 온 힘을 쏟았어요. 그 중에서도 수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비록 준비했던 걸 원하는 대로 보여드리지는 못했지만, ‘수비’를 계속 강조했어요. 추상적인 단어여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선수들에게 “투지를 보여달라”는 말도 강하게 했고요.
지휘봉을 잡은 후, DB는 4연승을 달렸습니다. 4연승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특별한 건 없었어요. 그렇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선수들이 현실을 빠르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좋지 않았던 과정과 좋지 않았던 결과를 하나씩 고쳤던 게, 약간의 승리라도 챙길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DB는 또 한 번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아쉬움이 크셨겠지만, 배운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많은 걸 배웠습니다. 가장 크게 배운 건 외국 선수였어요. 드완 에르난데스가 나가는 과정과 대체 선수로 합류한 말콤 토마스의 부족한 몸 상태 등이 저한테는 크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저희 팀이 남은 20경기 정도 하는 동안, 7연패도 했고 4연승도 했습니다. 강철이 불에 달궈지면서 단단해지듯, 저도 그런 과정을 거쳤던 것 같아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색깔
DB는 2022~2023시즌 종료 후 감독대행이었던 김주성에게 감독 자리를 제시했다. 계약 기간 3년의 조건으로 김주성을 정식 감독으로 임명했다.
김주성 감독은 팀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코칭스태프다. 그리고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의 레전드였던 코칭스태프다. 하지만 팀을 만드는 건 선수 시절의 퍼포먼스와 다른 문제다. 그래서 김주성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해야 할 일과 과제를 디테일하게 설명했다.

2023~2024시즌부터 ‘김주성 DB 감독’으로 불립니다. 감독대행 시절과는 분명 다를 것 같습니다.
급박한 과정 속에 감독대행으로 선임됐습니다. 그러나 정식 감독으로 임명된 후에는 ‘비시즌’이라는 시간을 얻었습니다. 감독대행 시절보다 준비할 시간이 훨씬 많아진 거죠.
물론, 4개월 정도 되는 비시즌 동안, 제 색깔을 다 입힐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비시즌 훈련에서 최소한의 팀 컬러를 구축해야 합니다. DB라는 팀의 색감이 짙어질 수 있도록, 비시즌을 잘 치러야 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신임 감독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스태프와 선수단을 구성하는 일입니다. 외국 선수를 살펴보는 것도 포함돼요. 비록 순탄했던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잘 꾸려졌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부상이 없어야 합니다. 팀원들의 부상이 없어야, 팀이 시즌 내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어요. 그래서 선수들의 몸 만드는 과정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집 후 1~2달 동안 몸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팀의 승패를 좌우할 거라고 봐요. 그렇게 하려면, 스태프의 역할이 더 세분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DB를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으신가요?
‘팀을 이렇게 만들겠다. 내 색깔은 이렇다’라고 생각은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팀을 구성하는 이들은 늘 바뀝니다. 제가 원하는 색깔에 맞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 색깔만 고집하면 안 됩니다. 코칭스태프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저희 팀만의 색깔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선수들의 몸 상태나 장점도 고려해야 해요. 선수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합니다.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1년 만에 저희 팀만의 색깔을 만들기도 어렵습니다. 차근차근 만들어야 해요. 다만, 팀 성적이 빠르게 나온다면, 저희 팀만의 색깔도 빠르게 나올 겁니다.(웃음)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수 시절부터 원주 팬 분들의 응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군이 내 등 뒤에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팬들은 항상 든든한 존재였습니다. 이번에도 저희 DB를 많이 기대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원주 팬들의 기대에 항상 부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많은 팬들께서 최근 KBL에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젊은 감독들이 이번 시즌에 많이 합류했고요. 젊은 감독으로서 이전과 달라진 농구를 팬들과 함께 만들고 싶어요. 팬들께서 지금보다 조금 더 KBL에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저 또한 좋은 농구로 팬들의 관심에 보답하겠습니다. 체육관에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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