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 사태’ 구원투수 웰브릿지자산운용, 부실 운영 논란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을 초래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투자자 손실 만회를 위해 설립된 웰브릿지자산운용이 부실 운영 논란에 휘말렸다. 회수 대상 기업의 횡령 의혹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수십억원대 손실 회수 가능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최근 '라임 사태'의 주범 이인광 에스모 회장이 실소유한 기업에서 불거진 횡령 의혹을 보도했다(제1761호 '[단독] 라임 사태 주범 이인광, 해외도피 중 원격경영으로 백억대 횡령 의혹' 기사 참조). 검찰의 수배를 피해 해외도피 중인 이 회장이 측근들을 동원해 자신이 실소유한 기업들을 원격경영해 왔으며, 이 중 한 기업에서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인광 회장 실소유 기업서 비자금 의혹
이 회장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김정수 전 리드 회장,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 등과 함께 '라임 회장단'으로 불린 기업사냥꾼이다. 그는 라임자산운용 자금 2500억원을 동원해 동양네트웍스(현 비케이탑스)와 에스모(현 에이팸), 에스모머티리얼즈(현 이엠네트웍스), 디에이테크놀로지 등 상장사를 연이어 인수했다.
이 중 비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곳은 이엠네트웍스다. 사건의 중심에는 이 회장이 대리인으로 내세운 홍아무개 회장이 있다. 강남 사채업자로 알려진 그는 지난해 5월 회생법원에 이엠네트웍스의 기업회생을 신청해 재고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작업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엠네트웍스는 회생법원에 경희토류 재고자산 약 134톤을 69억5117만원에 처분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3건의 계약을 통해 159억9009만원에 매각됐다. 차액 90억3889만원은 제3의 법인으로 흘러갔으며, 이 중 일부는 이 회장 측에 전달된 정황도 포착됐다. 이와 관련해 이엠네트웍스 관계자는 "3건의 계약을 통해 희토류 재고자산을 159억원에 매각한 것은 맞다"면서도 "횡령이나 배임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 최대 피해자는 이엠네트웍스 회생채권자인 웰브릿지자산운용이었다. 웰브릿지자산운용은 20개 라임펀드 판매사가 자본금 50억원을 공동 출자해 2020년 설립한 가교운용사다. 정관상 사업목적이 라임펀드 운용 및 회수, 펀드 투자자 자산 보호에 한정됐다.
웰브릿지자산운용은 2020년 말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4개 모펀드와 173개 자펀드(설정액 1조6679억원)를 포함해 3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이관받았다. 이 과정에서 웰브릿지자산운용은 이엠네트웍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식(RCPS) 142만3234주도 보유하게 됐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채권처럼 만기에 투자금 상환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이 있는 주식이다.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웰브릿지자산운용이 확보할 수 있는 이엠네트웍스 지분율은 약 74%에 달했다.
웰브릿지자산운용은 이엠네트웍스 재고자산 처분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지난 2월 전직 이엠네트웍스 고위 관계자로부터 내부고발을 접수했기 때문이다. 웰브릿지자산운용 임원과 준법감시인 등은 해당 내부고발자를 직접 만나 이엠네트웍스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 또 이를 증명할 각종 근거 자료도 확보했다.
그러나 이후 웰브릿지자산운용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3월 보유 중이던 상환전환우선주 전량을 홍 회장 측이 내세운 법인에 1주당 3500원에 매각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이를 통해 웰브릿지자산운용이 회수한 금액은 총 51억원이었다.
만일 웰브릿지자산운용이 비자금화가 의심되는 재고자산 매각 대금 90억원을 이엠네트웍스 자산에 편입시켰다면 더욱 많은 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이엠네트웍스 1주당 가격이 6900원 전후로 상승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가격을 적용하면 웰브릿지자산운용이 보유했던 이엠네트웍스 상환전환우선주의 가치는 98억원으로 올라가게 된다. 결국 웰브릿지자산운용은 약 47억원을 추가로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외부로 유출된 재고자산 매각 대금을 이엠네트웍스에 편입시키거나 상환전환우선주의 전환권을 행사해 이엠네트웍스 경영권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면 보다 많은 회수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 손실액의 10%도 회수 못 해
그러잖아도 웰브릿지자산운용은 그동안 회수 실적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웰브릿지자산운용이 설립 후 2년 동안 회수한 금액은 1663억원에 그쳤다. 설정액 기준 라임자산운용 손실액 1조6679억원의 10% 이하며, 웰브릿지자산운용이 이 기간 회수 목표로 제시한 3657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이마저도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 등 2개 국내 투자 모펀드에 한정된 성과다. 웰브릿지자산운용이 현재 운용 중인 모펀드 5개 중 나머지 3개는 해외무역금융매출채권 등에 투자한 펀드로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어서 사실상 회수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웰브릿지자산운용의 회수 목표 달성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웰브릿지자산운용 관계자는 "당초 목표한 5년보다 회수 기한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주들에게 추가적인 자본금 출자나 다른 사업을 위한 정관 변경 요청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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