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유토피아’, 웰메이드라 더 홧병나는[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2023. 8. 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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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공식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편파적인 한줄평 : 명치 끝이 답답해요.

생존 기로에 선 인간들의 민낯이 마구 찍힌다. 대지진보다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으려는 인간들이 더 재앙이다. 보고 있자니 명치 끝이 답답해진다. 웰메이드라서 더 홧병나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재난 드라마로, 주민 대표 ‘영탁’(이병헌)과 입주민들, 그리고 외부인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담는다. 웹툰 ‘유쾌한 왕따’를 원작으로 한 ‘콘크리트 유니버스’ 중 관객들에게 공개된 첫 주자기도 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한 장면.



한편의 심오한 연극 같다. 엄태화 감독은 ‘인간성 상실에 대한 질문’을 재난물이란 외피로 감싸고자 한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아파트 한채만 보존됐다’는 설정 아래 끌어올 수 있는 다양한 화두들을 심어놓는다. 아파트를 사수하기 위해 외부인들을 몰아내려는 입주민들에게선 극한에 몰린 인간의 이기심을 드러내고, 이후 대표를 뽑고 시스템화하는 과정에선 권력의 명암을 보여준다. 나아가 진정한 인간다움은 무엇인가란 대한 질문을 던지며 디스토피아적 이야기를 완성한다.

잘 짜인 이야기 구조다. 자연재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살기 위해 점점 더 치사해지는 인간들의 본성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물론 중반부 이후 ‘민성’(박서준)의 심적 변화가 조금 작위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위해서 기능적으로 필요한 캐릭터라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아니다. CG로 구현된 ‘지옥’같은 세상도 이질감 없이 펼쳐진다.

다만 있음직하게 연출된 ‘디스토피아’물이라는 점은 이번 여름 성수기 극장 대전에선 독이 될 수도 있겠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130분간 폐허 앞에 노출되기 때문에 답답하거나 홧병이 날 수도 있다. 이 체증은 엔딩까지도 시원하게 해갈되지 않아, 불편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서는 이도 있을 듯 하다.

이병헌의 연기력을 논하기엔 이젠 입이 아플 정도다. 그는 또 한 번 ‘이병헌’을 버리고 ‘김영탁’의 얼굴로 갈아낀다. 특히 후반부 김선영과 맞붙는 신은 두 명의 ‘연기 신’ 대결을 보는 것 같아 긴장하게 된다.

그에 비해 박보영과 박서준은 기존의 이미지를 활용한다. 변신을 기대한 팬들이라면 아쉽겠지만, 나름 안정적인 구실을 한다. 오는 8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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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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