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은마 재건축 "거의 다 왔다" 고액 부담금에 용적률 상향 관건

신유진 기자 2023. 8. 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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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20년 만에 조합 설립 눈앞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7월24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정문. /사진=신유진 기자

서울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조합 설립을 앞에 두고 있다. 2003년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승인 이후 무려 20년 만이다. 다만 조합원 추가분담금 문제와 정비계획 및 구역지정 변경 절차도 남아 있어 해결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지만 조합설립인가를 앞두고 현장은 들떠있는 분위기다.


탄력받은 재건축… 5778가구로 거듭


은마아파트는 오는 8월19일 재건축 조합설립총회를 개최한다. 지난 5월 조합설립을 위한 기초 요건인 아파트 소유자 동의율 75%와 상가 소유자 동의율 50%를 모두 맞췄다. 앞서 은마는 2010년 안전진단 통과 이후 2017년 49층 정비계획안을 마련했지만 서울시의 '35층룰'에 가로막혀 심의도 받지 못했다. 만년 재건축 유망주로만 남는 듯 했으나 정부의 규제완화로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본회의에서 수정 가결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기존 14층 20개동 4424가구를 33개동(최고 35층) 5778가구(공공주택 678가구) 규모의 단지로 탈바꿈한다.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771가구.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가 목표다.



기대감 커진 은마 주민들


단지 내로 진입하니 추진위가 걸어놓은 '상가합의 및 조합설립동의율 달성'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사진=신유진 기자
지난 7월24일 찾은 강남구 대치동 316 일대 은마아파트. 44년 전인 1979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단지 입구마다 '방문차량 출입금지'가 적혀있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입구로 조금만 들어가면 차단봉이 가로막고 있어 외부차량은 진입조차 할 수 없었다. 단지 내로 진입하니 추진위가 걸어놓은 '상가합의 및 조합설립동의율 달성'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주차장은 외부차량이 진입할 수 없음에도 입주민들의 차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조합설립을 앞두고 주민들도 반기는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이모씨는 "죽기 전까지 재건축을 못할 줄 알았는데 다음달 총회를 연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며 "완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선 조합이라도 제대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윤모씨는 "재건축의 상징이라지만 사실 여기는 20년 동안 정비구역 지정도 못 받았다"며 "지난해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고 올 2월 재건축 결정고시가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35층→49층 층수 변경 계획


주차장은 외부차량이 진입할 수 없음에도 입주민들의 차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사진=신유진 기자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지난해 최고 35층 5578가구로 하는 정비계획안이 서울시를 통과했으나 추진위는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대로 층수를 49층으로 높이고 가구 수도 늘리는 방향으로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시간이 지체되면 안됐기 때문에 지난해는 정비계획안 통과를 목표로 35층으로 계획안을 짰다"며 "올해부터 서울시에서 층수 상향을 허용하는 만큼 49층으로 층수 변경을 계획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추가 분담금도 난관으로 남아 있다. 은마아파트의 현재 용적률은 204%다. 서울시의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 정비 계획 결정 및 정비 구역 지정안'에 따르면 공공주택 건설에 따른 상한용적률 완화에 따라 용적률은 250%(법적상한용적률 300%)로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 분양가는 3.3㎡(평)당 7100만원으로 추정됐다. 앞서 분양가 5669만원으로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했음에도 현재 정비계획안으로 재건축 시 조합원 추가분담금은 최고 7억원에 달한다.

현재 은마아파트 주택형은 76㎡(이하 전용면적)와 84㎡ 2개로 정비계획 상 지어지는 주택형은 59~109㎡다. 76㎡를 소유한 조합원이 새 아파트 84㎡를 분양받을 경우 추가 분담금은 3억1600만원이며 ▲91㎡ 4억8200만원 ▲109㎡ 7억7000만원 등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더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도 조합원들에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에 추진위는 층수를 49층으로 높이고 용적률을 300%대로 상향하는 정비계획 변경이 통과된다면 조합원 추가 분담금이 줄고 사업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속도가 중요… 현 시공사 삼성물산·GS건설 안고 갈 듯


은마아파트 단지 내 상가. 부지면적은 6000㎡ 규모로 대규모 상가다. /사진=신유진 기자

추진위는 3년 내 철거와 이주까지 속전속결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2002년 당시 재건축 시공권을 수주했던 삼성물산·GS건설 컨소시엄과 사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최정희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시공사 재선정에 나설 경우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시공사 변경 시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현 시공사와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속통합기획과 신탁사업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신탁사 선정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미 시공사가 정해졌기 때문에 조합설립 후 소유주들과 소통만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신탁사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는 상가 소유주들의 합의와 조합설립동의율을 맞춘 것에 대해 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은마상가는 소유주만 500여명에 달하며 부지면적은 6000㎡ 규모인 대규모 상가다. 소유주들의 의견을 다 맞추기도 힘들뿐더러 재건축 진행 시 철거나 준공 등의 문제로 영업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생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소유주들은 사실상 지금껏 재건축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은마아파트 상가 내부. 수많은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상가 소유주들의 동의를 받은 것과 관련해 추진위 관계자는 "은마상가의 경우 한 소유주가 상가 내 23실을 갖고 있고 소유주들과도 의사소통을 꾸준히 하던 인물로 영향력이 상당했다"고 했다. 해당 소유주는 한 법인의 대표자로 상가 내 회장으로도 선출된 인물이다. 추진위 측 역시 이 소유주를 꾸준히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기대감으로 이 일대 부동산 시장 변화도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반짝 수요만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에 따른 기대감에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대치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실거주 목적으로만 매매할 수 있어 전반적으로 거래가 줄어들 것으로 보여 기대감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반기 강남 일대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상반기에 매물이 많이 거래됐고 최근 금리가 상승하는 추세에 역전세난 문제도 발생할 수 있어 부동산 시장이 소강 상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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