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반대한 의원 징계…국힘 ‘다수당 횡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스티커를 노트북 컴퓨터에 붙이고 본회의장에서 이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동료 시의원에 대한 징계를 밀어붙여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14일 강원도 춘천시의회에서 진행된 기획행정위원회 행정사무감사다. 나유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절대 안 됩니다”라는 문구를 노트북 앞면에 부착한 채 감사를 진행하자, 국민의힘 소속인 김보건 기획행정위원장이 스티커를 떼라고 요구했고, 나 의원은 ‘정당한 의정활동의 일부’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지켜보던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망언과 괴담에 앞장서는 더불어망언당”이라는 스티커를 부착해 맞불을 놓았다.
이 문제는 의원 징계 논란으로 확대됐다. 김진호 춘천시의회 의장이 ‘회의 질서를 무시했다’며 나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려다 철회했고, 이에 맞서 나 의원은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12명(시의장 제외)이 공동명의로 징계요구서를 발의했다. ‘중앙 정쟁을 시민의 삶이 논의되어야 할 지방의회 본회의장에서까지 거론하며 물의를 빚었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 21일 회의를 열어 ‘경고’ 처분을 내렸고, 지난 28일 열린 본회의에서 확정됐다.
■ ‘오염수 반대’ 거론했다고 징계?
징계 처분을 받은 나 의원은 즉각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본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정당한 신상발언에 대해 징계한 것은 회의 질서를 위반하고 공정한 의정활동을 막는 심각한 횡포”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시의원들도 공동성명을 내어 “춘천시의회 슬로건은 ‘공정과 상식으로 다시 뛰는 춘천시의회’다. 그러나 과연 공정한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논란의 핵심은 시의원이 행정사무감사에서 ‘국가 현안’과 관련한 문구를 노트북에 부착하고, 이를 신상발언을 통해 거론하는 것이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지다.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징계를 결정하기 전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열었는데, 이 자문위원회조차도 ‘중앙 정치 무대에서 정쟁화되는 사안을 적시해 결과적으로 분란을 야기하게 한 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판단을 해볼 때 징계를 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결론 내렸다.
춘천시의회 조례를 보면, ‘윤리특별위원회는 징계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전에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윤리특위가 자문위의 판단과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춘천시의회는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13명으로 절대다수이며 더불어민주당 9명, 정의당 소속이 1명이다. 윤민섭 춘천시의원(정의당)은 “이번 징계는 법과 조례를 무시하고 오직 다수당의 힘만을 이용해 징계가 이뤄졌다. 타 지역 지방의회에서도 중앙정치 이슈로 정쟁이 발생하고 갈등이 빚어지는 곳도 있지만 다수당이 징계 카드까지 꺼내 든 곳은 없다”고 꼬집었다.
■ 타 지역 의회는 ‘방류 철회’ 건의문까지
국민의힘이 다수인 타 지역 의회 상황에 견줘 봐도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강릉시의회를 시작으로 지난 6월 고성군의회와 원주시의회가 오염수 방류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 3곳 의회 모두 국민의힘이 다수당이고 의장 또한 국민의힘 소속인데도 의회 차원에서 방류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반면 춘천시의회에서는 징계를 받았다. 허소영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대변인은 “국민의힘 소속 춘천시의원들 주장대로라면 결의문을 채택한 다른 지방의회 의원들도 전부 징계를 받아야 하느냐”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강원도당은 논평에서 “행정사무감사와는 무관한 오염수 방류 반대를 노트북에 붙이고 위원장의 경고도 무시하면서 의사진행을 방해해 의회 차원의 징계가 된 것이다. 아무런 과학적인 근거 없이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대를 외치며 정쟁화를 시도하다 제지당한 꼴”이라고 반박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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