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미술관 간편 사용법

김현지 이응노미술관 학예사 2023. 8. 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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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는 것이 좋을까? 이 물음에 답을 하기 전 우선 '정답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싶다.

미술작품을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면 필연적으로 조금 더 마음에 드는 것, 즉 '취향'이 생기게 되는데, 이 취향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감상이 폭을 넓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람자들이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을 것이 전시 기획자가 말하고 싶은 수많은 말 중에 가장 핵심적인 말들이 월텍스트로 나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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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이응노미술관 학예사

미술관에서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는 것이 좋을까? 이 물음에 답을 하기 전 우선 '정답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싶다. 이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그동안 미술 감상이 어렵게만 느껴졌다면 '감상'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를 내려놓고, 맘에 드는 이미지를 찾아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다 운이 좋으면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만나는 멋진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해도 괜찮다. 미술작품을 반복적으로 만나게 되면 필연적으로 조금 더 마음에 드는 것, 즉 '취향'이 생기게 되는데, 이 취향에 대한 궁금증을 바탕으로 감상이 폭을 넓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는 볼수록 매력 있는 대상도 있지 않은가? 모든 판단의 기준을 첫인상으로만 하기에는 스스로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작품을 마주하다 보면 문득 궁금해질 것이다. 이 그림을 그린 작가의 이름은 무엇일까? 왜 이런 작품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까? 이런 궁금증의 단계로 한 걸음 더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월텍스트(전시장 벽면에 쓰여있는 텍스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요즘의 전시 기획의 추세는 월텍스트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가독성 있게 보여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디자인적인 요소를 동원하는 것은 물론, 글 자체도 최대한 이해하기 쉽고 친절하게, 또 간결하게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관람자들이 한 가지 알아두면 좋을 것이 전시 기획자가 말하고 싶은 수많은 말 중에 가장 핵심적인 말들이 월텍스트로 나온다는 점이다. 전시를 설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개입. 그것이 월 텍스트인 것이다. 얼마나 중요하면 작품이 걸리는 벽면에다가 글씨를 적어 두었겠는가. 작품을 감상하다가 문득 궁금증이 생겼을 때 먼저 월텍스트를 가볍게 읽어본다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월텍스트 이외에도 관람객들의 편안한 감상을 위해 미술관은 다양한 편의 사항들을 제공하고 있다. 도슨트 전시설명, 오디오 가이드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도슨트(docent)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한 용어로, 소정의 지식을 갖춘 전시 해설사를 말한다. 관람객들은 굳이 글을 읽지 않더라도 전문 전시해설가의 설명을 통해 조금 더 편안하게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볼 수 있다.

여기서 또 중요한 부분은 '반복적인' 경험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여러 번 전시장에 방문하는 것. 반복적인 경험은 확실히 시야를 넓어지게 만든다.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그 어떤 재미있는 것이라도 '공부'부터 시작하면 흥미가 급격히 떨어진다. 미술은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다. 가볍게 보는 것에서 출발해서 파고드는 쪽으로 가야 더 재미있게 오랫동안 미술 감상과 함께할 수 있다.

관람객들에게 하나 다행인 점은 미술관에서는 관람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친절하게 다가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기도 하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본다면 '어떤 시간과 공간에 흠뻑 빠져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나와 작품과의 온전한 만남의 시간. 이 시간을 갖는 것만이 유일한 정답이며, 그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미술 감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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