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끝나자 폭염···‘스코어와 건강’ 둘 다 지키는 여름골프
수분 섭취는 미리미리···탈수땐 전해질 보충
장타 욕심은 버리고, 쇼트 게임은 과감하게
홀아웃 후엔 곧바로 그늘이나 카트서 휴식
장마가 끝나자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됐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골프도 잠시 쉬는 게 현명하다. 5시간 이상 야외에서 땀을 흘리다 보면 온열 질환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평소 지병이 있거나 몸이 약한 노년층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고 여름 내내 골프백을 창고에 넣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부득이 라운드를 나가야 할 때도 있다. 2주간의 짧은 휴식기를 마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도 3일 제주에서 개막하는 제주삼다수 마스터스부터 하반기 일정을 시작한다. 건강과 스코어를 모두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더위와의 전쟁은 꼼꼼한 준비부터=여름에는 챙겨야 할 게 많다. 가장 큰 적은 따가운 햇볕이다. 아무런 방어막이 없다면 1~2시간 이내에 피부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우산과 자외선 차단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산은 햇볕 차단뿐 아니라 언제 폭우가 내릴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백에 넣고 다녀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땀에 의해 씻길 수 있기 때문에 자주 덧발라야 효과가 유지된다. 자외선 차단지수(SPF) 40~50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고 라운드 30분 전 충분한 양을 골고루 발라준다. 특히 목덜미 부분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끈적임이 싫다면 스틱이나 스프레이 제품을 선택하면 된다.
모자는 평소보다 챙이 넓고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제품으로 준비한다. 옷은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기능성 의류 등을 입는 걸 추천한다. 팔 토시도 빠뜨리면 안 된다. 손에 땀이 나면 그립이 미끄러지므로 2~3켤레 여분의 장갑과 작은 수건 등을 백에 넣어두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투어 프로들은 얼음주머니와 미니선풍기도 챙긴다. 더울 때 수시로 얼음주머니를 머리나 목, 어깨 등에 올려놓고 그늘에서 미니선풍기를 사용하면 훨씬 빠르게 체온을 내릴 수 있어서다. KLPGA 투어 선수 박현경은 충분한 수분을 통한 컨디션 조절을 위해 대회장에 냉감 패드와 냉감 베개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갈증 느껴지면 이미 늦어···수분 섭취는 미리미리=여름철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수분 관리다. 수분은 우리 몸의 약 70%를 차지하는데 체중 대비 2%만 빠져도 어지럼증과 두통을 겪거나 쓰러질 수 있다.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탈수는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골프는 약 5시간 동안 4~5km를 걷기 때문에 라운드 전 미리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 갈증을 느끼기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는 말도 있다. 라운드 중에는 한꺼번에 벌컥벌컥 마시는 게 아니라 매 홀 조금씩 자주 마셔야 한다. KLPGA 투어 3년 연속 상금왕에 도전하고 있는 박민지는 한여름 18홀을 도는 동안 대략 3리터의 물을 마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배탈이 자주 나는 과민성 체질이라면 차가운 얼음물은 피해야 한다. 미지근한 물이나 약간 시원한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
그늘집에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나 커피는 어떨까. 차가운 맥주는 일시적으로 시원한 목 넘김의 청량감을 줄 수는 있지만 탈수를 일으키기 때문에 라운드 중에는 피해야 한다. 카페인 성분이 있는 커피 역시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체내 수분 손실을 악화시킨다. 당분이 많이 함유된 음료도 오히려 갈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낫다.
평소에는 물만으로도 충분한 수분 보충이 가능하지만 땀을 과도하게 흘렸다면 몸에서 빠져나간 전해질을 보충해줘야 한다. 스포츠선수들이 운동 중 이온음료를 마시는 이유다. 투어 프로들은 근력과 집중력 향상, 피로회복 등의 효과가 있는 아미노산을 물이나 이온음료에 타서 틈틈이 마시기도 한다.
골프 선수들이 애용하는 제품으로는 ‘먹는 링거’로 불리는 옥타미녹스가 대표적이다. 한국 최초 아미노산 에너지 제품 브랜드인 옥타미녹스는 2013년 출시된 이래 골프 선수들의 필수품처럼 됐다. 옥타미녹스를 섭취하는 여자 선수로는 고진영, 박성현, 김아림, 유해란, 박지영, 박주영, 김재희, 이예원 등이 있고 남자 선수 중에서는 올해 장타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정찬민, 최승빈을 비롯해 문경준, 장이근 등이 있다. 후원하는 골프 선수만 대략 190명이다. 옥타미녹스는 골프 외에 육상, 수영, 유도, 사이클, 마라톤, 사격 등 다양한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들도 후원하고 있다.
보건학 박사 출신으로 옥타미녹스를 개발한 주학 대표는 “골프는 장시간 집중력과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특히 여름에는 에너지 소비가 많아 더욱 빠르게 지친다”며 “아미노산은 단백질의 구성을 촉진하고 근육의 손상을 줄여주는 물질이다. 라운드 전반과 후반에 1포씩 섭취하면 컨디션 유지에 더욱 도움이 된다”고 했다.
속이 꽉 찬 근육으로 ‘한국의 브룩스 켑카’라 불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강자 서요섭은 아미노산 외에 단백질을 물에 타서 마시기도 한다. 수박, 오렌지, 키위, 포도 등 과일을 준비해 홀 중간 중간 먹으면서 수분과 영양을 동시에 보충하는 선수들도 많다.
▲마음 비우고 천천히···그늘에서 짬짬이 휴식=수분은 채우되 마음은 비워야 한다. 거리 욕심을 내 힘을 쓰다 보면 평소보다 체력 소모가 훨씬 크다. 덥고 땀을 많이 흘리면 집중력이 떨어져 샷도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럴 때 무모하게 장타를 치려고 덤비면 샷은 좌우로 엉망이 되게 마련이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더 큰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여름철 무성한 러프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체력, 스코어, 기분을 모두 갉아먹는다. 샷을 할 때를 제외하고 이동 중에는 항상 우산을 써서 햇볕을 막아야 한다. 뛰거나 빨리 걸으면 금세 체온이 올라가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코스 공략이나 루틴에도 적절한 변화를 줘야 한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평소 2~3번 연습스윙을 했다면 여름에는 한 번 정도로 줄인다. 실제 선수들도 그렇게 한다. 물이나 개울, OB 구역 등 위험 지역은 피하고 안전한 공략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게 현명하다.
반대로 쇼트게임은 과감할 필요가 있다. 여름에는 병충해와 높은 기온 때문에 그린을 짧게 깎을 수 없는 데다 잔디가 다른 계절에 비해 빨리 자라기 때문에 그린 스피드가 느린 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어프로치를 할 때는 평소보다 강하게 한다. 퍼팅도 마찬가지다. 브레이크를 덜 보고 미세한 경사는 무시하고 홀을 직접 겨냥해도 된다. 홀 아웃을 한 뒤에는 곧바로 그늘이나 카트 등으로 이동해 쉬도록 한다.
▲백숙과 장어 등 보양식으로 원기회복=땀을 너무 많이 흘리면 자칫 입맛과 기력을 잃을 수 있다. 라운드 후에는 가끔 보양식으로 원기회복을 하는 게 좋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백숙이 첫 손에 꼽힌다. 스태미나의 대표주자 장어도 인기다. 임희정과 서어진은 백숙과 장어 외에 흑염소 진액도 찾는다. 전예성은 쓰러진 소도 벌떡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로 만든 연포탕으로 기력을 보충한다. 이정민과 박보겸은 특별히 가리지 않고 먹고 싶은 걸 실컷 먹는 스타일이다. 김민별과 황정미는 평소 비타민으로 건강관리를 한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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