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폭탄 겁나요”…관공서 등으로 피서 가는 사람들

황병서 2023. 8. 1.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무리 더워도 '전기료 폭탄'이 무서워 에어컨을 켜질 못했어요. 선풍기로 버텼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이곳으로 출퇴근해요."

3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의 서울시청 내 시민청의 휴식공간에 앉아 있던 김모(76)씨는 "요즘처럼 더운 날엔 동네 친구와 이곳을 일주일에 4~5번 찾는다"며 "볼거리도 많고 시원한 바람도 나오니까 더위 식히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5도 웃도는 바깥날씨 속…선풍기로 버티기 ‘고역’
최근 5차례 오른 전기요금…24시 스터디 카페·만화방 찾아
“두 달만 버티면…6만원 회원권 끊고 스터디 카페로 피서”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아무리 더워도 ‘전기료 폭탄’이 무서워 에어컨을 켜질 못했어요. 선풍기로 버텼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이곳으로 출퇴근해요.”

31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의 서울시청 내 시민청의 휴식공간에 앉아 있던 김모(76)씨는 “요즘처럼 더운 날엔 동네 친구와 이곳을 일주일에 4~5번 찾는다”며 “볼거리도 많고 시원한 바람도 나오니까 더위 식히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31일 오전 11시께 서울 중구 서울시청 내 시민청에는 더위를 피해 몰려든 사람들로 붐볐다.(사진=황병서 기자)
장마가 끝난 뒤 폭염이 연일 전국을 강타하면서 김씨처럼 더위를 피해 관공서의 휴식공간 등으로 향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바깥온도가 35도를 웃도는 와중에도 이들 공간은 선선한 온도를 유지하며 사람들에게 ‘더위 피난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어린이 8명과 이곳을 찾은 유치원 교사 이모(31)씨는 “폭염 속 야외 활동을 대체할만한 다양한 시설이 있고, 아이들 또한 더위에 지치지 않을 공간으로 이곳을 찾았다”며 “아이들도 더워하지 않고 반응도 좋아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불볕더위 속에서 이곳을 찾는 것은 피서의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까지 총 5차례 걸쳐 ㎾h당 40.4원 오른 전기요금이 부담스러워서다.

시민청 안 의자에서 땀을 식히던 장모(64)씨는 “날이 더울 땐 부채 하나 들고 시민청에 찾아오면 여기가 지상낙원”이라며 “집에서 에어컨을 틀면 전기료에 아내 눈치가 보여서 이곳으로 나오는 게 마음 편하다”고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취업준비생인 강모(27)씨는 “혼자 있는 방에서 마냥 에어컨을 틀기엔 돈이 아까워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노트북을 켜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가난한 취준생 입장에선 최고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관공서의 휴식 공간뿐만 아니라 24시 스터디 카페, 만화방 등도 여름철 피서지로 꼽힌다.

서울 서대문구의 옥탑방에 거주 중인 대학생 김모(26)씨는 “에어컨이 있긴 하지만 껐다 켰다하면 요금이 더 나온다는 말에 차라리 24시간 스터디 카페로 가서 무더위를 나고 있다”며 “7~8월만 버티면 되니까 2개월 회원권을 6만원에 끊고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에 찬물 샤워를 해도 몇 시간 지나면 다시 더워지니까, 그 시간에 스터디 카페서 취업 준비 등을 알아보면서 쉬는 게 정신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말 동안 자식들과 만화방을 찾는 부모들도 있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오모(42)씨는 “남편과 9살 아들과 주말이면 만화방을 찾는다”며 “요즘은 만화방에서 끼니도 해결할 수 있고 읽다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도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자체 등에서 운영 중인 ‘무더위쉼터’ 등에 대한 접근성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직도 현장에선 무더위쉼터 등을 모르는 노인들이 많이 있는 만큼, 이들이 무더위쉼터로 이동해 피서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