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에코프로 뺨쳤던 네카오, 주가 곤두박질…실적으로 증명해야"
[센터장의 눈]⑧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편집자주]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신뢰를 잃고 있다. 시장 전망이 빗나가는 일도 적지 않고, 선행매매와 같은 범죄도 발생했다. 리서치센터에서 소신있게 내놓은 종목 의견은 '조리돌림' 수준으로 비난을 받고 있으며 오히려 신뢰하기 어려운 유튜브 등에 의존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그들은 주식시장을 수십년간 지켜온 전문가들이며 축적된 경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1>은 하반기 주식시장의 방향과 투자방법, 주목할만한 업종을 물었다. 또 최근 논란이 됐던 사안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서울=뉴스1) 박승희 강은성 기자 = "솔직히 말하면 네이버, 카카오는 현재로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트렌드에서 뒤처져 버렸어요. 성장주(株)는 성장에 대한 기대를 뒷받침할만한 혁신을 꾸준히 보여줘야 매력을 잃지 않는데, 네이버와 카카오는 그 '성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그래서 지금 주가 흐름이 어려운 겁니다. 혁신과 기대가 사라지면 '실적'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요구됩니다. 두 회사의 실적압박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올해만 1000% 이상 오른 에코프로(086520), 700% 오른 금양(001570) 등 이차전지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출렁임이 커지긴 했지만 여전히 상승동력이 강한 모양새다. 동학개미의 러브콜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때 동학개미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의 주가는 전고점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카오'라고도 불리는 이들 인터넷플랫폼 종목은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사회를 맞아 사상최고 주가를 연일 갈아치운 경험이 있다. 이에 힘입어 네이버의 일반주주(1% 미만 소액주주)는 100만명, 카카오는 200만명에 달해 국민주 칭호를 얻었다.
하지만 금리인상에 따른 유동성 경색과 미래가치 할인, 방역규제 해제에 따른 온택트(대면) 전환 등이 네카오의 주가를 강하게 눌렀다.
네이버는 고점(46만원) 대비 50% 하락하면서 반토막이 났다. 카카오는 70%나 추락하면서 17만3000원에 달했던 주가가 현재 5만원선을 간신히 회복한 수준에 그친다.
동학개미는 네카오가 고공행진을 하던 시점에 대부분 진입했기 때문에 주가가 일부 회복된 현 시점에도 여전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네카오에 대해 성장의 기대감과 실적 증명 두가지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리인상과 유동성 경색은 비단 우리나라만 겪은 일이 아니다. 미국도 같은 일을 겪었고 뉴욕증시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메타) 주가도 곤두박질 쳤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뉴욕증시 상승을 이끄는 주도주가 됐다.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을 주도하면서다.
네카오는 이같은 AI 붐에 뒤처졌다는 것이 김 센터장의 진단이다. 그는 "현재 플랫폼 산업의 중요 이슈 중 하나는 생성형 AI 붐"이라며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들은 지금까지는 '루저'였다. 유의미한 흐름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우리 한국 시장을 지배해 왔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까지 뛰어든 생성형 AI 트렌드(유행)에 제대로 부합해 한국 플랫폼 시장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국내 기업이 이런 전략을 어떻게 가져오는지에 대한 검증이 분명히 필요하다"고 했다.
인터넷플랫폼 업종은 과거 PC통신에서 초고속인터넷으로 전환될 때, 모바일 세상으로 바뀔때, 모바일 소통 및 쇼핑 시대가 도래했을때 각각 '퀀텀점프'를 했었다는 것이 김 센터장의 분석이다.
네카오도 이런 흐름을 타고 주가가 계단식 성장을 해왔다.
김 센터장은 "성장주는 다음 성장을 이어갈 혁신을 끊임없이 주주와 고객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은 모바일과 쇼핑 등으로 혁신을 제시하면서 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를 충족시켰기 때문에 주가가 고공행진을 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쇼핑 이후엔 '넥스트'가 없다. 글로벌 기업은 AI로 또 다른 혁신을 제시했지만 네카오는 쇼핑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성장의 넥스트를 제시해야 할 시점에 포시마크를 인수하며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이 '루저'가 된 결정적 장면이라고 김 센터장은 짚었다.
카카오는 성장의 전략은 커녕 기존에 갖고 있던 사업을 모조리 분할 상장시키면서 무분별한 확장 전략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보다 카카오의 주가 흐름이 더 답답한 이유다.
김 센터장은 "카카오는 무차별적인 확장 전략의 후유증을 앓고 있고, 네이버의 포시마크 인수도 전략 미스"라며 "서구권이 문화적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이상, 변방일 수밖에 없는 우리는 기술적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미래는 이대로 '끝'인 걸까. 희망은 없는 것일까.
김 센터장은 미국의 긴축 사이클 종료가 확인되면 4분기께부터 성장주로 분류되는 네이버, 카카오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소외됐던 이들 기업이 다시 물망에 오를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AI를 비롯한 신성장 트렌드 대응이 전제돼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는 "2~3년 동안 굉장히 오랜 조정을 받아왔기 때문에 플랫폼이나 인터넷 기업의 밸류에이션 부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진 않는다"며 "다만, 올해 내 투자자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네이버는 이달 24일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개발 성과가 인정받으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가치가 반등할 수 있단 기대감이 커졌고, 지난 한 달간 주가 상승률이 20%에 달했다. 카카오도 AI 관련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 센터장은 최근 증시를 뜨겁게 달군 이차전지(2차전지) 종목 쏠림 현상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는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쏠림이 집중되고, 밸류에이션과 수급이 이렇게 차별화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이런 부분에서 부작용이 분명히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차전지 수급 쏠림으로 인한 주가 급등락 사례가 속출하자, 증권사들은 일부 기업 분석을 중단했다. 특정 2차전지 관련주가 대표적인 성장주보다 고평가될 정도로 급등해 밸류에이션이 어려워졌다는 이유다. 에코프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74.75로 업종 PER(32.44)의 2배 이상이다.
김 센터장은 "2차전지 소재가 모든 섹터를 통틀어 고성장하고 있는 영역이 맞고, 실적의 방향성은 분명히 좋다"면서도 "공매도가 전면적으로 허용이 되면서 적정 가격을 찾는 과정이 필요한데, 공매도도 제한되고 있는 과정에서 수급이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업종과 종목을 다변화해 분산 투자할 것을 권했다. 새로운 성장모멘텀이 될 수 있는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이슈나 금리 인상기 소외됐던 제약·바이오·플랫폼 등 성장주, 2차 전지 내에서는 현재 관심받고 있는 양극재가 아닌 셀 업체들을 대안으로 삼을 것도 제안했다.
반도체주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김 센터장은 "외국인 지분율은 과거 역사적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며 우리 기업의 실적도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긴축 사이클이 종료되고 달러가 약세로 간다는 전망을 살펴보면, 우리 한국 증시를 비롯한 신흥국 증시의 매력이 높아질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2002년 한화증권 2007년 키움증권 연구위원 2017년 키움증권 기업분석팀 2020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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