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진출 8년만에 매출 30배! 이 한국기업 비결이 뭐야?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베트남 북부의 대표 산업도시 하이퐁. 이곳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로부터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LG그룹의 최대 투자처 중 하나다. 2013년부터 LG전자를 시작으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모여 통합 생산라인을 구축했다. 소위 ‘LG 하이퐁 캠퍼스’로 불리며 LG그룹의 주요 생산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의 소모성 비핵심자재 공급 기업 서브원은 2014년 6월께 하이퐁에 베트남 법인을 설립했다. LG계열사와 동반 진출한 것. 현재 일선 현장에 필요한 각종 산업자재와 이중 수출 포장재 등의 구매 아웃소싱을 제공하고 있다.
서브원 베트남 법인은 LG 계열사 외에도 베트남 1위 케이블 솔루션 기업인 LS전선과 코오롱, 락앤락, 우아한형제들 등 베트남 진출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글로벌 기업 등 100여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2015년 98억원 수준의 매출이 작년 기준 3200억원으로 8년여 만에 30배 이상 급증한 배경이다.
정재호 서브원 베트남 법인장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아침 출근 시간 때면 LG하이퐁 캠퍼스가 있는 장줴공단까지 2km남짓 ‘LG로드’로 불리는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출근 행렬이 장관을 이룬다”고 전했다.
그는 베트남 제조업 기반이 아직 약하지만, 우수 품질의 구매 협력사를 발굴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으로 최근 현지 음식 배달 업체 3위로 급부상한 우아한형제들에 각종 친환경 배달 용기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서브원 하이퐁 물류센터는 규모가 약 1만㎡(축구장 1.4개 크기)에 이른다. 지름 약 8m의 초대형 실링팬 9개를 동시 가동, 물류센터 내부 온도를 조절하고, 상온 22도 이하에서 보관해야 하는 특수테이프·접착제나 각종 특수 공정용 전문 약품류 등은 별도 온도 조절 기능이 있는 창고에서 보관한다.
디스플레이 공정엔 다량 쓰이면서 필수적인 소모품이 많다. 예를 들어 클린룸에서 쓰는 장갑이나 와이퍼, 각종 생산설비 소모품인 케이블이나 센서 등이다. 정 법인장은 “발주 수량과 회전율이 높은 품목들로, 베트남 물류센터를 통해 재고 최적화 관리를 거쳐 약 220여개 품목을 안정적으로 적시에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는 베트남 진출 기업의 큰 애로사항이다. 현지에서 양질의 산업재를 공급할 협력업체 발굴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하이퐁 물류센터에서만 1만2000여개의 산업재를 취급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2만8000여개 협력사를 두고 있다. 업체들이 서브원처럼 MRO(기업운영자재) 기업을 활용하면 재고 관리 비용 절감과 적시 공급에 따른 생산 공정 효율 향상 등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도 베트남 진출 기업의 숙제다. 코로나 사태가 대표적 예다. 지난 2021년 6월 호치민에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베트남 정부는 시 전체를 봉쇄하는 수준의 강력한 방역 대책을 시행했다. 외출을 금지하면서 공장 가동을 위해선 전체 직원이 공장 내에서 숙식을 해결해야만 했다.
서브원 한 고객사의 경우 500여명의 현장 직원이 공장 내에서 쾌적한 환경 속에 숙식과 근무를 모두 해결해야 하는 게 급선무였다. 서브원 호치민 지사는 밀착 지원을 통해 양질의 텐트, 침낭 등 숙식용품을 신속히 확보·공급했다.
이처럼 서브원 베트남 법인은 아직 물류 환경이 열악한 베트남 현지에서 안정적인 부품 공급은 물론, 긴급한 리스크 관리도 지원하며 고객사의 안정적인 물류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이퐁 물류센터 내에 위치한 서브원 베트남 법인은 하노이·호치민 지사를 포함, 현지인 150여명과 주재원 13명 등 총 163명이 근무하는 중이다. 서브원은 베트남 현지 인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어 전공 학생 등을 영입, 서브원 공채로 활동하면서 영업 구매나 해외 기획 업무 등을 익히고 있다.
정 법인장은 “베트남 법인 직원의 평균 연령도 30세로 매우 젊다”며 “10년 뒤 정도면 베트남 국적의 법인장도 나올 수 있다. 회사 차원에서도 10년 가까이 투자해온 인재들인 만큼 베트남 법인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엔 김동철 서브원 대표의 초청으로 베트남 법인 현지 우수직원 13명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베트남 방문 시 현지 직원의 열정에 감탄, 김 대표가 직접 초청 행사를 준비한 것. 김 대표는 직접 직원들과 함께 광화문에서 삼성동까지 전철을 타고 이동하며 서울을 소개하는 등 각별한 기대를 보였다.
정 법인장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원자재 수급처 다변화와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베트남 법인의 단기적 과제로 꼽았다. 그는 “중장기적으론 중국을 대신할 베트남의 지위와 역할에 대비, 탄탄하게 현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B2B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구매 시스템을 안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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