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도·문화 모를 리 없는데… 외국계 기업의 여전한 '갑질'

김문수 기자 2023. 8. 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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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화려한 외국계의 이면]④"한국은 봉인가?" 갑질·노사관계 파행에 먹튀 논란까지

[편집자주]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노조탄압과 구조조정, 자본 유출 등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이 글로벌에서 내세우는 선진 시스템과 복지는 한국엔 없다. 현장에서 직원이 사망했음에도 사과조차 안한다. 합법적인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등 '소통'은 안중에도 없다. 글로벌 본사 차원의 정리해고는 국내 법망을 교묘히 비껴간다. 이 같은 방법으로 거둔 이익은 본사의 몫이다.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은 고사하고 한국을 '봉' 취급하는 유통과 제약 분야 외국계 기업을 살펴봤다. 대부분 글로벌 톱 브랜드여서 충격적이다.

글로벌 업체는 협력사에 대한 갑질과 전근대적인 노동탄압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위스키로 한국서 돈 번 페르노리카·디아지오의 '돈 빼돌리기'
②사람 죽어도 돈만 벌면 된다?… 한국인 무시·차별하는 '코스트코-이케아'
③툭하면 "유 파이어"… 한국서 돈 벌면서 한국 직원 무시하는 글로벌 제약사들
④한국 제도·문화 모를 리 없는데… 외국계 기업의 여전한 '갑질'
외국계 대형마트의 한국시장 진출은 여러 실패사례를 남겼다. 초대형 매장을 앞세운 월마트·까르푸·테스코 등 글로벌 3사 모두 한국을 떠났다. 현지화 전략 실패로 쓴맛을 본 이들 업체는 협력사에 대한 갑질과 전근대적인 노동탄압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외국계 대형마트 실패사… 비도덕적 경영 방식 '도마'


미국의 월마트와 프랑스의 까르푸는 한국에서 사업을 포기하고 떠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세계 1,2위 유통업체였던 월마트와 까르푸는 1998년과 1994년 각각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월마트는 1998년 네덜란드 합작법인 한국마크로 점포를 인수했고 한국까르푸는 1996년 중동점을 개점하며 영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서구식 창고형 매장을 고수하고 공산품 위주의 대용량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지만 각종 논란과 매출부진 등으로 2006년 한국을 떠났다. 영국의 대형유통업체인 테스코는 한국법인과 합작을 통해 시장에 진출했지만 갑질 논란을 빚었다.

전문가들은 이들 업체의 철수 배경으로 지역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영업방식과 기업문화가 한국 시장에서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장은 "한국 문화와 실정에 맞지 않는 사업, 납품업체 및 노동자들과의 갈등과 이에 따른 시장점유율 하락이 외국인투자기업의 실패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형구매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협력업체를 압박하는 갑질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한국까르푸는 2005년 최저가를 강조하기 위해 납품업체에 단가 인하를 요구했고 17억3700만원을 부당하게 깎았다. 당시 피해 조사기간 동안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로 1억원가량 피해를 본 업체도 있었다.

한국까르푸는 주문제조해 매입한 상품에서 발생하는 재고는 자체 처리해야 하는데도 200여만원 어치의 상품을 납품업체에 반품으로 떠넘겼다. 그 결과 한국까르푸는 2006년 납품대금 부당감액 등 불공정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3억8900만원을 부과받았다. 한국까르푸는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 종업원을 파견직으로 채우는 꼼수도 부렸다.
삼성물산과 결별한 이후 테스코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던 홈플러스는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테스코 간판 사진. /사진=로이터
납품업자로부터 계약서 없이 판촉사원을 파견토록 하고 인건비를 떠넘긴 사례도 있다. 삼성물산과 결별한 이후 테스코 완전 자회사로 편입됐던 홈플러스는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정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13년 4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닭강정 납품업자가 인건비를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종업원을 파견받아 37개 매장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원칙적으로 대형마트는 납품업자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을 수 없다.
공정위는 결국 홈플러스와 홈플러스데스코에 시정명령과 과징금(각각 3억3000만원, 2700만원)을 부과했다. 여기에 경품사기, 개인정보 불법유출 사건 등 비도덕적인 경영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외국계 기업 만행 여전… 제도장치 마련 '과제'


이 같은 외국계 기업의 행보는 여전히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현재 민주노동연구원과 국회에선 외국인투자기업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외국인투자기업(외국계 기업)은 외국인의 투자금액이 1억원 이상이면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나 출자총액의 10%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를 말한다.
김 원장은 "국내는 외국인투자기업이 하청기업이나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이들의 부당노동행위나 국내법 위반 등에 대해선 더욱 엄격한 감독과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수많은 외국인투자기업이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을 배당, 로열티 등으로 빼가는데다 매각 과정에선 엄청난 시세 차익을 챙긴다"며 "한국에서 벌어들인 부가가치를 대부분 해외로 가져가는 것에 대한 규제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과거 월마트는 매각대금으로 8250억원을 챙겼는데 매각 차익은 100억원 수준이었다. 10여년 동안 약 1조원을 한국에 투자한 까르푸는 1조7500억원에 한국지사를 매각했고 7500억원을 손에 넣었다. 홈플러스는 테스코에서 약 1조5000억원을 차입받고 8000억원을 투자받았다. 7조원의 매각대금을 고려할 때 테스코는 대략 5조원가량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기업의 철수와 폐업에 따른 고용 불안 문제도 해결과제로 꼽힌다. 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된 플라스틱제품 제조 및 유통업체 락앤락은 2021년 8개 점포 중 4개 점포를 폐점하는 과정에서 수십여명의 직원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장석우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투자기업은 사업을 언제든지 접을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폐업이나 청산 과정에서 노동자를 해고한다"며 "외국계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선 노동관계법과 상법 개정 등 모든 자본에 적용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상법, 채무자회생법 등을 개정해 정리해고에 대한 사용자 책임 범위의 확장과 요건 강화, 지배주주 책임 강화, 기업의 폐업 및 청산 규제 마련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장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외국 본사의 어려움을 빌미로 국내 법인의 정리해고를 시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처럼 단일 법인을 기준으로 한 재무제표도 함께 고려하며 그 중 불리한 것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리해고 과정에서 과반수 노동조합(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 근로자 대표)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도록 하고 회사의 비용부담으로 경영상황을 검증하도록 하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기자 ejw020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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