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죽어도 돈만 벌면 된다?… 한국인 무시·차별하는 '코스트코-이케아'

[머니S리포트 - 화려한 외국계의 이면]②"일터서 죽었는데 사과조차 없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해외 본사로

[편집자주]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노조탄압과 구조조정, 자본 유출 등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이 글로벌에서 내세우는 선진 시스템과 복지는 한국엔 없다. 현장에서 직원이 사망했음에도 사과조차 안한다. 합법적인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등 '소통'은 안중에도 없다. 글로벌 본사 차원의 정리해고는 국내 법망을 교묘히 비껴간다. 이 같은 방법으로 거둔 이익은 본사의 몫이다.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은 고사하고 한국을 '봉' 취급하는 유통과 제약 분야 외국계 기업을 살펴봤다. 대부분 글로벌 톱 브랜드여서 충격적이다.

코스트코코리아와 이케아코리아가 한국에서 본사와 다른 직원 대우로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국내 코스트코 매장 간판. /사진=장동규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위스키로 한국서 돈 번 페르노리카·디아지오의 '돈 빼돌리기'
②사람 죽어도 돈만 벌면 된다?… 한국인 무시·차별하는 '코스트코-이케아'
③툭하면 "유 파이어"… 한국서 돈 벌면서 한국 직원 무시하는 글로벌 제약사들
④한국 제도·문화 모를 리 없는데… 외국계 기업의 여전한 '갑질'

직장에서 직원이 사망했다. 하지만 회사는 어떤 사과도 유감 표명도 없었다. 미국계 기업 '코스트코'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난 6월19일 코스트코코리아 하남점에서 카트를 밀던 직원 김씨가 숨졌다. 김씨는 사망 이틀 전인 6월17일부터 폭염 상황에 그대로 노출된 채 장시간 땀을 흘리며 과로했다.

김씨의 휴대폰 앱(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사망 직전 사흘 간 하루 평균 22㎞를 걸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는 사망 전날 근무 종료 후 가족들에게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잘 안된다'는 메시지를 남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 당일 김씨는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심해졌다. 오후 3시쯤 동료 직원에게 통증을 알렸지만 업무를 대신해 줄 직원이 없어 조퇴할 수 없었다. 저녁 7시쯤 결국 의식을 잃었다. 쓰러진 김씨는 구급차를 통해 인근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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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원인은 폐색전증과 탈수… 노조·유족 "산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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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스트코 매장. /사진=장동규 기자

병원에선 김씨의 사망 원인을 폐색전증과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라고 진단했다. 폐색전증은 혈관 안에서 혈액이 부분적으로 응고된 혈전이 폐의 혈관을 막은 상태다. 폐색전증의 위험 요인으론 심부정맥혈전증, 수술, 고혈압, 고정된 자세, 외상, 암 등이 있다. 갑자기 호흡곤란을 호소하고 가슴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마트산업노조와 유족 측은 김씨의 죽음이 산업 재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4년 2개월간 코스트코에서 장시간 서서 계산대 업무를 수행했다. 오래 고정된 자세로 서서 일하는 업무는 혈전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다른 대형마트의 경우 한 곳에서 2시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업무 매뉴얼 등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코스트코의 계산대 연속근무 시간은 3시간 이상이다. 다른 대형마트와 다르게 근무자용 의자가 비치돼 있지 않아 업무 자세 변경도 어렵다. 계속 서서 일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씨는 지난 6월5일부터 19일까지 카트 및 주차관리 업무에 투입됐다. 이 업무의 경우 근무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주차장이 열기가 배출되기 힘든 구조인데다 차량 엔진과 달궈진 차량 표면 열기까지 더해져 체감 온도는 더욱 높다. 사망 사흘 전 최고 기온은 각각 32.1도, 33.3도, 35.2도에 달했다.

주차장 내에는 근무자를 위한 국소냉방장치가 없었다. 인근 스타필드 주차장에는 산업용에어컨이 설치된 점을 고려하면 코스트코의 근무환경은 업계에서도 열악한 편이다. 휴식 시간도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에 따르면 폭염 시 1시간당 10~15분의 규칙적인 휴식이 필요하지만 김씨는 3일 동안 평균 3시간에 달하는 연속근무를 수행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코스트코에서 하루 4만보 이상을 걸으면서 철제카트를 옮기는 업무를 할 것으로 누가 생각이나 하겠냐. 미국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코스트코가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는 것부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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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식 복지' 이미지 이면엔 '최저 시급' 수준 이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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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코리아는 업계 최저 수준의 임금으로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사진은 국내 이케아 매장 간판. /사진=장동규 기자

스웨덴의 가구 및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 '이케아'는 저임금으로 직원을 쥐어짜는 대표적인 외국계 기업으로 꼽힌다. 자유롭고 평등한 조직문화를 지향한다며 '북유럽식 복지'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해외 다른 사업장과 달리 유독 한국 직원들에겐 차별 대우를 해왔다.

이케아 노조는 2020년 회사에 "한국법인 노동자들도 해외노동자들과 같이 동등하게 대우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노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이케아 직원은 평균 시급 15달러(당시 환율로 약 1만7000원)를 받지만 한국 직원들에겐 최저임금을 지급했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장은 "이케아는 주로 부피가 크고 무거운 가구를 다루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강한데 비해 임금은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업무는 힘들고 임금은 너무 낮아 근속기간이 짧고 전체 인원의 80%가 단기간 노동자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했다.

2시간, 4시간 등 초단기 근무를 시키는 이른바 '쪼개기 근무'도 문제가 됐다. 노조에선 이를 문제 삼았고 하루 최소 6시간의 노동시간 보장을 요구했다. 노사협의 끝에 현재 최소 노동시간 6시간이 보장된 상황이다.

이케아코리아의 저임금은 이익 극대화를 위함으로 분석된다. 이케아코리아의 회계연도 기준 2022년 매출은 6223억원, 영업이익은 219억원, 당기순이익은 133억원이다. 이케아코리아는 매출의 3%가량을 라이선스 비용으로 이케아 본사에 지불한다. 2022년 영업수수료는 201억원이다.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손지승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이케아코리아의 경우 한국에서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만 착취하고 대규모 라이선스 비용만 본사로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많은 외국계 기업의 특징이기도 한데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재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자본만 유출되고 있다"고 짚었다.

노동계는 외국계 기업이 한국 직원을 차별 대우하는 주된 이유는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도 되지 않고 처벌도 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연구원장은 "코스트코의 경우 직장 내 어린이집이 없는데 이를 만들지 않고 과태료를 내고 있다. 의무휴업을 지키지 않고 역시 과태료로 때우는 사례도 있다"면서 "이는 한국 법을 무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건희 마트산업노조 코스트코지회장은 "폭염 시 휴게시간 부여 등이 권고에 그치고 있다"며 "계류된 산업안전법을 개정해서 사업주가 지킬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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