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 장악해 인터넷 '쥐락펴락'… 일론 머스크 향한 우려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내세워 지구상 안 닿는 곳이 없는 광대역 위성 인터넷을 확보한 일론 머스크 CEO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토대로 국제 안보까지 '쥐락펴락' 하는 막강한 힘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 관련 '머스크 독식 체제'에 대한 전세계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기차 테슬라부터 인공지능, 우주 개발은 물론 트위터까지 인수하며 21세기 주요 산업을 장악한 일론 머스크의 영향력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도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즈(NYT)는 29일(현지시간) "머스크가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만큼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됐다"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 '스타링크' 전쟁, 재해 지역에도 끊김없는 인터넷 지원
NYT는 일례로 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이 지난 3월 17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해 나눈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스타링크의 지속적인 인터넷 공급에 달려있다"며 "인터넷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겠느냐"라고 물었다. NYT는 "밀리 의장은 대답할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스타링크를 관리하는 스페이스X는 머스크 CEO가 소유한 민간 회사이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고도 550km 정도 떨어진 우주 공간엔 7월 기준 총 4519개의 인공위성으로 구성된 위성 인터넷 네트워크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머스크 CEO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가 주인이다.
위성 인터넷은 지구 저궤도에 위성을 띄워 해양, 극지, 사막 등을 포함한 지구 곳곳에 초고속 인터넷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지구 전역을 감싸고 있는 수많은 위성 네트워크 덕분에 전쟁 지역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역에도 무리없이 인터넷 연결을 제공할 수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19년 첫 인공위성 발사를 기점으로 위성인터넷 서비스 사업인 '스타링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쏘아올린 인공위성만 해도 현재 4519개이며 그중 4487개 위성이 운영 중이다. 궤도에서 활발하게 운용중인 위성의 약 50% 이상이 스페이스X 소유인 셈이다.
● '제멋대로' 1인 독식 체제 우려…맞설 국가·기업 없어
스타링크는 현재 러시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선 거의 유일한 인터넷 공급원이다. 정찰·공격 AI드론을 지휘하기 위해선 인터넷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지도 본부는 스타링크의 서비스 공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NYT는 "머스크 CEO의 변덕스럽고 개인 중심적인 성향 때문에 전세계 군 관계자와 정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18개월 간 유럽과 중동 국가를 포함한 최소 9개국에서 미국 정부에 머스크 CEO의 '기술 권력'을 우려하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이미 머스크 CEO는 우크라이나로 공급되는 인터넷을 몇 차례 일방적으로 차단한 적이 있다. 인터넷 공급 재개를 요청하는 우크라이나 군의 요청도 거부했다. 2022년 10월 초 그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을 멈추자는 내용의 '평화 제안' 트윗을 본인 계정 트위터에 올렸다. 이후 우크라이나에선 스타링크 위성 신호가 끊겼다. 2023년 2월에도 우크라이나의 인터넷을 차단한 바 있다.
2022년 10월 중순엔 우크라이나 인터넷 공급과 관련한 입장을 하루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14일엔 "스타링크 서비스를 무한정 지원할 수 없다"며 미국 정부에 재정적 지원을 요구했다가, 다음날인 15일 갑자기 입장을 바꿔 "우크라이나 정부에 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라고 트윗을 올린 것이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성격의 머스크 1인 독식 체제를 둘러싼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미 국방부 자체가 이미 스타링크의 거대 고객인데다 일본도 스타링크 위성의 군사적 사용을 검토 중에 있다. 스페이스X는 매년 800개 가량의 새 위성을 발사하고 있으며 향후 총 4만2000개의 위성을 띄울 예정이다.
NYT는 "한 국가의 인터넷 공급망 차단 여부를 머스크 CEO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데다 민감한 정보까지 수집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그럼에도 "어떤 기업이나 정부도 그에게 맞설 수 없기 때문에 우려가 더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