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로 한국서 돈 번 페르노리카·디아지오의 '돈 빼돌리기'

조승예 기자 2023. 8. 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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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화려한 외국계의 이면]①불법 리베이트에 노조탄압은 기본… 도 넘는 자본 유출

[편집자주]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노조탄압과 구조조정, 자본 유출 등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이 글로벌에서 내세우는 선진 시스템과 복지는 한국엔 없다. 현장에서 직원이 사망했음에도 사과조차 안한다. 합법적인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등 '소통'은 안중에도 없다. 글로벌 본사 차원의 정리해고는 국내 법망을 교묘히 비껴간다. 이 같은 방법으로 거둔 이익은 본사의 몫이다.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은 고사하고 한국을 '봉' 취급하는 유통과 제약 분야 외국계 기업을 살펴봤다. 대부분 글로벌 톱 브랜드여서 충격적이다.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이사가 올초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열린 팝업스토어 ‘시바스 리갈 길’ 오픈 기념 미디어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위스키로 한국서 돈 번 페르노리카·디아지오의 '돈 빼돌리기'
②사람 죽어도 돈만 벌면 된다?… 한국인 무시·차별하는 '코스트코-이케아'
③툭하면 "유 파이어"… 한국서 돈 벌면서 한국 직원 무시하는 글로벌 제약사들
④한국 제도·문화 모를 리 없는데… 외국계 기업의 여전한 '갑질'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위스키 열풍'이 일면서 국내 시장을 장악한 프랑스계 페르노리카코리아와 영국계 디아지오코리아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주류회사의 이면엔 불법 리베이트와 노조 탄압이 관행처럼 자행되고 있다. 국내 연구개발(R&D)이나 설비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금마저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배당이나 로열티 명목으로 해외 본사에 그대로 송금하면서 자본 유출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페르노리카코리아, 불법 리베이트에 노조 이슈… 자본유출 일삼아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발렌타인,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 앱솔루트 보드카 등 세계적 명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기업 페르노리카의 한국 법인이다. 국내에서 거둔 수익을 고액의 주주배당을 통해 모기업으로 보내는 전형적인 자본 유출 행태를 일삼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 회계연도(2021년 7월1일~2022년 6월30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1598억원을, 당기순이익은 53% 늘어난 29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95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5%에 육박한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본사에서 상품을 최대한 낮은 가격에 들여와 한국에서 최대한 비싸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원가는 402억원으로 매출(1598억원)의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배당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2020년 이익잉여금 0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도 순이익 192억원을 모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순이익 전액도 페르노이드 리카르드 아시아(Pernod Ricard Asia)에 배당으로 돌아갔다. 페르노리카가 한국 사회에 환원한 기부금은 1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노동조합은 지난 5월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불법행위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한국노총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불법 리베이트와 노조 이슈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7년간의 임금협약 미체결, 6년간의 단체협약 미체결이란 파행적인 노사관계로 도마에 올랐다.

장 끌로드 투불 전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는 노조위원장이 된 직원을 약 15개월 동안 직무 재배치를 논의하기 위해 유급 휴가 보내는 등 혐의로 노동청의 수사를 받은 적이 있으나 최종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투불 대표는 2021년 5월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부당노동행위 혐의와 관련해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투불 대표는 인사청문회 다음 날 새로운 부임한 지역의 업무 수행을 위해 프랑스 본국으로 출국했다. 새로 부임한 프란츠 호튼 대표는 노동청과 상급노조의 중재와 도움을 받아 수차례 교섭에 임했으나 최종합의에 이르지 못해 노사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태다.

지난해에는 과거에 유흥업소에 600억원이 넘는 리베이트를 제공해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부과 조치를 받았다. 이후 중부지방국세청이 정기 세무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이외에도 노동조합이 부당노동행위, 생리휴가거부, 체불임금, 근로자참여증진법 위반 등 각종 노동 법률 위반 의혹을 제기해 현재 노동청 수사를 받고 있다.

이강호 페르노리카노조 위원장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이 회사를 직접 방문해 지도했고 상급단체인 전국식품노련 위원장도 교섭에 참여했지만 여전히 난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자의 고혈로 만든 수익이 노동자 탄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여러 불법행위를 하고도 외국기업과 외국인이란 이유로 대한민국 행정부가 방관한다면 결국에는 국민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꼬집었다.


디아지오코리아, 노동법 위반으로 검찰 송치… 대표는 최근 사의 표명


지난해 여의도 디아지오코리아 본사 앞에서 디아지오코리아 불법매각 저지 및 척결을 위한 전국식품산업노련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한국노총
디아지오코리아는 영국에 글로벌 본사를 둔 주류 제조 기업 디아지오의 한국법인이다. 조니워커 등 고급 위스키부터 기네스 맥주 등 다양한 브랜드로 글로벌 주류시장 매출 1위 기업이다. 디아지오코리아 역시 지분 100%를 보유한 디아지오 아틀란틱에 배당이란 명목으로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해외에 보내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2019년과 2020년 순이익으로 각각 88억원과 95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각각 328억원과 220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2021년에는 순이익 321억원을 모두 배당금으로 지급해 이익잉여금 0원을 기록했다.

디아지오코리아도 노조 탄압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노조 쟁의 중 불법 대체인력을 투입해 노동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지기도 했다. 당시 디아지오코리아가 윈저 브랜드를 매각한 것에 대해 노조가 반발하고 업무를 중단하자 공장 가동을 위해 영업소 지점장과 외부 용역을 파견하면서 문제를 일으켰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베이사이드PE 컨소시엄과 윈저 운영권을 2000억원에 매각한다는 계약을 맺고 기존 디아지오코리아를 윈저글로벌(존속법인)과 디아지오코리아(신설법인)로 분할했지만 베이사이드PE 컨소시엄 측에서 기한 내 윈저 인수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서 매각은 불발됐다. 2020년 9월 취임한 댄 해밀턴 디아지오코리아 대표는 최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기간 한국 전용 위스키 윈저 브랜드 매각이 불발되자 책임론이 불가피한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장석우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외국계 자본에 의한 노동자 권리 중대 침해 사례가 매우 빈번하게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타깃으로 하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외국계 자본에만 핀셋 적용되는 법적·제도적 규제를 도입할 경우 한국이 세계 각국과 체결하고 있는 투자조약 상 내국민대우나 최혜국 대우, 공정공평대우 원칙 등에 위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그렇기에 노동관계법과 상법 개정 등 모든 자본에 적용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승예 기자 csysy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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