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기계도 녹는 열기, 에어컨은 언감생심"…中企 한숨[역대급 폭염]
오르는 전기요금도 부담…"전용 요금제 도입 필요"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용접 작업할 때 공장의 현장온도는 60도를 넘어섭니다. 사람이 견디기 힘든 것은 물론 기계마저 고열에 녹아 고장이 날 정도입니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뿌리업종 중소기업 현장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용접·주물·열처리·금형·도금 등의 뿌리업종 공장의 제한된 환경과 전기요금 등의 문제로 공장 내부에 냉방 시설을 가동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용접·열처리·주물 등 공장의 내부 온도는 40도에서 높게는 60도까지 오르고 있어 중소제조업 근로자들이 온열질환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뿌리업종 중소제조업은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과 선풍기를 가동하기 어렵다. 제조업 공장은 생산 공정 특성상 소음이 크게 발생해 출입문과 창문을 항시 열어둬야 하는 데다가 공장 내 분진이 다량 발생하는 공정이면 선풍기도 틀기 어려워서다.
한 금속가공업체 대표는 "공장 건물 대부분은 철제 패널을 붙인 건물 형태다 보니 공간 전체가 뜨거운 열에 그대로 노출된다"며 "대형 에어컨을 사들여 가동한다고 해도 천장이 높고 공간이 넓어 전체적으로 냉방 효율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뿌리업종 중소제조업들은 대형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는 환경이어도 최근 가파르게 오른 전기요금 비용 부담에 현실적으로 가동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전기요금은 올해 1분기 역대 최고·최대 인상폭으로 ㎾h당 13.1원 오른 데 이어 4개월 만인 5월 kWh당 8.0원 또 올랐다. 전기요금은 지난해에도 4·7·10월 세 차례에 걸쳐 총 ㎾h당 19.3원 상향 조정됐다.
용접·주물·열처리·금형 등 뿌리 제조산업 부문은 생산 비용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30%에 달할 정도로 전기요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은종목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업체 대표들 의견을 들어보면 에어컨 설치비도 문제지만 전기요금이 더 겁 난다고 한다"며 "열기를 발산하는 작업현장에 에어컨을 가동하려면 대형 에어컨을 몇 개를 틀어도 부족한데 전기료가 너무 많이 오르다 보니 엄두가 나지 않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근로자들 각자 더위를 견디기 위해 개인용 선풍기나 이동용 냉방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라며 "실외기가 없는 모델들은 시원한 바람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으로 휴대용 냉방기기를 정부가 지원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부 업체들은 계속되는 폭염에 근로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휴가를 실시하고 있다.
서병문 한국주물공장협동조합 이사장은 "가장 더울 때인 7월말~8월초 피크 때 직원들이 며칠씩 여름휴가를 다녀오도록 하고 있다"며 "제가 운영하는 사업장도 지난달 29일부터 휴업하고 휴가 기간으로 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시엔 8월 중순이 지나면 더위가 한풀 꺾였는데 요즘엔 이상기후 때문에 8월 말까지 더위가 이어지기도 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계는 고물가·고금리·에너지요금 인상에 고충을 겪는 중소기업들이 공장 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려면 중소기업 전용 요금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력예비율이 충분한 6월, 11월에라도 여름·겨울철 전기요금이 아닌 봄·가을철 요금을 적용해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봄·가을철 요금은 여름·겨울철 요금에 비해 최대 30%가량 저렴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제조중소기업 309개사를 대상으로 '에너지비용 부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4.9%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부담 된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10곳중 7곳은 전기요금 인상시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답했다"며 "중소기업 부담을 줄이려면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신설,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요율 완화, 고효울 기기 교체지원 등 중장기 체질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ideae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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