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톡] 달러·엔화 투자 열기 후끈… “환율도 변동성 커, 단기적 투자는 위험”

허지윤 기자 2023. 8.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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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화예금 잔액, 2개월 연속 증가세
통화 정책 전환 기대감 커져
달러화 가치 하락, 엔화 상승 전망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등 외화 자산에 투자하는 금융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 등과 마찬가지로 환율 역시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단기적인 환 차익을 노리고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은 최근 외화 투자 상품을 확대하고 고객의 눈길을 끌기 위한 혜택을 늘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발표한 ‘6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전달보다 30억4000만달러 늘어난 998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최근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외화 자산에 투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외화예금통장에 자금을 예치하는 것이다. 현재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 은행의 외화정기예금통장에 미국 달러화 자산을 3개월 이상 예치할 경우 적용 금리는 연 5%대 수준이다. 이날 기준 각 은행의 달러화정기예금의 연 이자율은 우리은행 5.31%, KB국민은행 5.30%, 신한은행 5.30%, 하나은행 5.24%다.

현재 시중 은행의 원화 정기예금통장에는 1년 이상 돈을 넣어야 최대 3.7%의 금리를 받는데, 달러화 예금 통장은 3개월 이상만 예치해도 5%대 금리가 적용된다. 원화 예금보다 달러화 예금의 금리 혜택이 더 큰 셈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더 높기 때문에 달러 자산 상품 금리도 원화 상품보다 더 높은 것이다.

그래픽=정서희

은행들은 달러화 예금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환율 우대나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등의 특판 상품 이벤트도 전개하고 있다.

Sh수협은행은 이달 ‘Sh똑똑환테크 외화적립예금’을 출시하면서 오는 10월 24일까지 가입하는 고객에 대해서는 최대 90%까지 환율을 우대해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우리은행은 1000달러부터 가입할 수 있는 세전 최대 금리 연 5.5197%짜리 외화정기예금 특판 상품을 출시했다. 가입자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가 전체의 32%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50대(27%), 60대 이상(19%), 30대(16%), 10~20대(7%) 순으로 나타났다.

달러 표시 머니마켓펀드(MMF)에 투자하는 상품도 늘고 있다. 최근 KB자산운용, IBK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달러 표시 MMF를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미국 초단기 국채, 달러 예금, 달러 CP 등에 투자한다. 기대 수익률은 연 5% 이상으로 외화예금이나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보다 높고, 입출금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박상철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채권운용팀장은 “현재 미국채 초단기 금리가 5%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달러MMF에 가입하기에 좋은 시기”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재투자 수익률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엔화 예금의 경우 달러화와 달리 적용 금리가 0%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금리를 고려하면 엔화를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금융 상품으로 투자해 굴리는 방법을 고려해보는 게 더 낫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엔화 매입 후 일본 주식, 미국 국채 ETF 등에 투자하는 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외환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 단기적인 환 차익을 노린 외화 매입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최근 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달러화와 엔화, 원화 등의 통화 가치가 곧 큰 폭으로 변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되면서 내년에는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엔화 가치는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정서희

미국의 경우 최근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어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반대로 중앙은행이 제로(0)금리 정책을 끝내고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28일 단기 기준금리를 연 -0.1%, 장기 기준금리는 0%±0.5%로 유지하되, 매입 운용 금리를 +0.5%에서 +1,0%로 상향 조정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장기 금리가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엔화 가치도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엔화 가치가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BOJ 역시 완만한 금리 상승을 유도할 가능성이 커 엔화 가치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향방이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는 사실상 시간 문제로 보인다”며 “달러화는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시중은행 PB팀장은 “달러에 투자하는 고액 자산가들 가운데 상당수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100원대에서 대량으로 매입해 1300원대에서 환 차익을 실현한 경우가 많았다”며 “이를 감안하면, 현재 1276원 수준인 원 달러 환율이 1200원 초반까지 내린 시점에 달러 자산을 확대하는 편이 낫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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