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빠진 ‘순살 아파트’, 설계~시공~감리 모든 과정 부실했다 [뉴스 투데이]

박세준 2023. 8.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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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철근 누락’ 아파트 공개… 元 “건설 이권 카르텔 척결”
남양주 등 1만1168가구 규모
LH “특정 업체 문제라기보다
건설업 시스템 구조상의 문제”
경실련 “수주과정에 전관특혜”
LH “공익감사 청구 적극 수용”
元 “정밀 진단 거쳐 보강할 것”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단지 중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트린 15개 단지가 공개됐다. 철근 누락은 일부 건설 단계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 과정부터 시공, 감리 등 모든 단계에서 드러났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철근 누락 LH 아파트 명단과 해당 아파트 설계·시공·감리사를 공개했다.
정부가 31일 파주 운정, 남양주 별내 등 지하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 명단과 해당 아파트 설계·시공·감리사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4월29일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 LH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철근 누락으로 지하주차장 1∼2층의 지붕 구조물이 붕괴된 모습. 인천=뉴스1
철근 누락 단지의 가구수는 모두 1만1168가구 규모다. 임대가 10개 단지 8300가구로, 가구수 기준 74%를 차지하며 분양은 5개 단지 2868가구 규모다.

원 장관은 “현재 국토부에서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아파트 현황 파악을 완료했고, 향후 구체적인 안전점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문제가 있을 경우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보강공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철근 누락 아파트 시공사는 시공능력평가 13위의 대림건설을 비롯해 대보건설, 양우종합건설, 삼환기업, 이수건설, 한신건설 등 13곳이었다. 단지별로 2∼4개 업체가 함께 시공을 했고, 설계도 각각 다른 업체가 했다.

부실 시공의 정도나 원인도 제각각이었다. 양주회천 A15는 무량판 전체 기둥 154개 모두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조사됐다. 남양주별내 A25에서는 302개 기둥 중 126개, 음성금석 A2에서는 123개 기둥 중 101개에서 철근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서역세권 A3, 수원당수 A3, 양산사송 A2, 파주운정3 A23의 철근 누락 기둥은 10개 미만이었다.
파주운정 A34, 충남도청이전도시 RH11 등은 10곳은 설계 단계에서 철근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다른 층 도면으로 잘못 배근 작업을 진행한 남양주별내 A25, 음성금석 A2 등을 비롯해 5곳의 단지는 시공상의 문제로 철근이 누락됐다. 15개 단지 모두 감리 단계에서 이런 문제들을 잡아내지 못했고, 발주청인 LH도 설계·시공·감리 과정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특정 업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건설업 시스템 구조상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LH에 대해선 전관예우 관행이 설계와 구조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원인이 LH의 전관특혜에 있다며 감사원 감사 청구 계획을 밝혔다.

경실련은 LH 출신을 영입한 건설사들이 사업 수주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고 LH가 이들의 부실한 업무 처리를 방치하면서 붕괴 사고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LH는 이에 대해 “공익감사 청구를 적극 수용하고 감사원 조사에도 협조하겠다"며 "비위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하는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업체 선정 시 심사위원은 100%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고 심사 전 과정을 유튜브 생중계로 공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LH 무량판 구조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이번에 문제가 된 LH 아파트는 지하주차장 상부에 건물이 없어 주거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아파트는 관련 법령에 따라 2~4년 주기로 정밀안전점검을 받고 있는 만큼 모든 아파트의 안전 문제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입주가 진행 중인 3개 단지에 대해선 기둥을 덧대고 슬래브 등 보강 공사를 마쳤고, 4개 단지는 보강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8개 단지에 대해선 신속히 보강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보강 조치가 끝나면 주민들이 추천하는 전문기관에서 정밀안전 점검을 거치기로 했다.

원 장관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을 척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설계·시공·감리·LH 담당자에게 어떤 책임이 있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내부적으로 정밀 조사해 인사 조처와 수사 의뢰, 고발 조치까지 할 계획”이라며 “LH 안팎의 총체적 부실을 부른 이권 카르텔을 정면 겨냥해 끝까지 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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