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백화점 식품관 같네”... ‘메가푸드마켓 2.0′ 1호점 낸 부산 홈플러스

부산=김은영 기자 2023. 8. 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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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역성장 고리 끊은 메가푸드마켓... ‘2.0 버전’으로 도약
백화점처럼... 델리·제빵, 중앙에 배치해 목적구매 노려
밀키트 옆 사리·라면 옆 햇반... 연관 진열로 매출 효율 극대화
개편 후 일주일간 매출 129↑, 방문객 수 48%↑
지난 28일 '메가푸드마켓 2.0' 매장으로 개편한 홈플러스 부산 센텀시점 입구. /김은영 기자

“백화점 식품관 같네.”

지난 28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 1호점은 평일 오전 시간에도 카트를 끌고 장을 보는 고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매장에 들어서자 먼저 눈길을 끈 건 즉석조리식품이 진열된 ‘델리 앳 홈’ 코너다. 보통의 대형마트가 신선식품을 매장 중앙에 두는 데 반해, 이 매장은 마치 백화점 식품관 입구처럼 즉석조리식품과 제빵 매대를 중앙에 배치했다.

홈플러스를 대표하는 ‘당당치킨’과 ‘당당버거’를 비롯해 150여 개의 즉석조리식품이 진열됐다. 디저트를 골라 살 수 있는 매대는 이제훈 홈플러스 사장의 아이디어로 설치됐다.

매장 운영을 총괄하는 김현욱 홈플러스 센텀시티 점장은 “예전엔 대형마트에 오면 한두 시간씩 장을 봤다면, 요즘엔 사고 싶은 걸 구매하는 목적 구매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딤섬, 철판요리, 바비큐 등 20여 종은 조리 과정을 볼 수 있는 멀티 키친을 도입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라면 옆 햇반, 밀키트 옆 사리 진열했더니 매출 ‘껑충’

홈플러스 센텀시티점은 지난 20일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 1호점으로 새로운 타이틀을 달았다. 앞서 지난해 2월부터 홈플러스가 선보인 메가푸드마켓은 먹거리와 체험 콘텐츠를 강조한 미래형 마트로 앞서 18개 점포가 개점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 매장 중앙에 위치한 '델리 앳 홈' 코너. 당당치킨, 당당버거 등 150여종의 즉석조리식품을 선보인다. /김은영 기자

이번 매장은 기존 점포의 고객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적용, 고객 편의를 높이고 매출 효율을 극대화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센텀시티점은 다양한 연령대가 포진돼 다양한 수요를 집중시킬 수 있는 강점이 있는 점포로, 업그레이드된 메가푸드마켓 2.0 버전을 선보이기에 적합한 매장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고기를 손질해 주는 ‘스테이크 하우스 2.0′, 역시 고객이 주문한 회와 초밥을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싱싱회관’을 비롯해 간편식을 한데 모은 ‘다이닝 스트리트’, 국내외 라면을 맛별로 진열한 ‘라면 박물관’, 홈텐딩(집에서 직접 칵테일을 만들어 즐기는 것) 트렌드를 반영한 ‘믹솔로지 존’ 등 전문관 콘셉트로 매장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고객들의 상품별 장보기 빈도와 구매 연관 상품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구매 동선을 개선했다. 밀키트 옆에 사리류, 라면 옆에 즉석밥, 와인 옆에 치즈 등을 배치해 연관 매출을 올리는 식이다. 캡슐 커피 매대에는 커피머신 등 관련 소품을 함께 배치해 원스톱 쇼핑을 구현했다.

실제 매장 개편 일주일간 매출을 살펴보면 밀키트와 사리류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라면과 즉석밥 매출은 각각 76%, 63% 늘었다. 라면과 같은 생필품 매출이 갑자기 증가하는 건 드문 일로, 진열 효과가 반영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 내 '라면 박물관'. 국내외 라면을 맛별로 구분해 진열했다. /김은영 기자

김 점장은 “원래 커피머신은 위층 가전 매장에 있는데, 고객들이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연관 진열을 했다”라며 “운영상 카테고리 제한 없이 진열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고객들의 편의성을 고려해 각 상품 담당자가 협력했다”고 말했다.

팝업(임시) 매장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주말 나들이 고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구성한 ‘위크엔드 어웨이’가 대표적이다. 현재 ‘여름 바캉스’를 주제로 조리도구와 물놀이용품 등을 선보이고 있으며, 3개월마다 상품을 교체할 예정이다.

◇12년 역성장 고리 끊은 메가푸드마켓... 2.0으로 도약

인근 경쟁사에 비해 우수한 배송 서비스도 이 매장의 자랑이다. 홈플러스 센텀시티점은 30대 이상의 배송 차량을 두고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을 해주는데,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 내 '커피 갤러리'. 캡슐 커피를 커피머신과 함께 진열해 원스톱 쇼핑을 유도했다. /김은영 기자

이는 주변 상권의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다. 해당 상권은 바로 옆에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이 있고, 차로 10분 거리에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와 이마트 트레이더스 홀세일클럽, 이마트 등이 있어 어지간한 경쟁력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매장이다. 이에 점포 내부를 백화점 못지 않게 고급스럽게 구성하고, 배송 서비스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걸었다.

메가푸드마켓 2.0으로 개편한 후 일주일간 홈플러스 센텀시티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했다. 고객 수는 48% 늘었다. 전월 동기와 비교하면 각각 217%, 80%씩 증가한 것이다.

부문별 매출은 델리가 전년 대비 215% 증가했고, 베이커리는 175%, 믹솔로지 칵테일은 201%, 스테이크하우스는 168% 오름세를 보였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약 1000억원을 들여 18개 점포를 메가푸드마켓으로 전환했다. 먹거리와 체험을 강화한 매장으로, 개편 매장 모두 매출이 이전 대비 두 자릿수 성장하며 12년간 이어진 홈플러스의 역성장 고리를 끊어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손민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2022 회계연도(2022년 3월 1일~2023년 2월 28일) 매출이 6조 60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9억원(약 1.9%) 증가했다.

회사 측은 올 1분기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7% 이상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추산한다.

실적이 발표된 지난 6월 이제훈 사장은 “투자→매출 증가→이익 증가→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대규모의 선제적 투자를 단행했다”라고 밝혔다.

올해는 기존 리뉴얼 점포들의 강점을 집약하고 단점을 보완한 메가푸드마켓 2.0 점포를 확대할 방침이다. 센텀시티점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 강동점이 다음 달 개장을 목표로 재단장(리뉴얼) 공사를 진행 중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메가푸드마켓 2.0은 고객 관점의 구매 편의성을 중심으로 장점을 확대한 매장”이라며 “1호점인 부산 센텀시티점과 리뉴얼 중인 강동점의 고객 반응을 보고 추가 개편을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2.0 '홈 앳 델리' 코너의 디저트 매대. 디저트를 직접 골라 담을 수 있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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