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이 재촉하는 ‘반도체의 봄’…낸드에 발목 잡힐라 전전긍긍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추가 감산 예정…시장선 “내년 돼야 업황 개선”
D램 반도체 업황이 최근 점진적인 회복기에 들어선 모습이지만, 또 다른 축인 낸드플래시는 여전히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업계는 올 하반기에 낸드를 큰 폭으로 감산키로 하는 등 수익성 회복에 나섰다. D램과 낸드 메모리 모두 스마트폰·서버·PC에 장착돼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도로 쓰인다. 그런데도 유독 낸드만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31일 업계에 따르면, D램은 챗GPT 이후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위한 AI 서버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DDR5 등 고부가가치 D램 수요가 늘어난 반면, 낸드는 여전히 수요가 부진하고 재고 수준도 높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D램과 낸드 모두 추가 생산 조정(감산)을 진행 중”이라며 “특히 낸드 위주로 생산 하향 조정폭을 크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낸드 제품을 5~10% 추가 감산키로 결정했다.
D램은 처리 속도가 빠른 대신 용량이 작고 특히 전원이 꺼지면 저장됐던 데이터가 모두 사라지는 게 단점이다. PC·서버·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주변에 배치돼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 연산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는 주기억장치가 D램이다.
반면 낸드는 속도는 느리지만 용량이 크고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특성이 있어 보조기억장치로 사용된다. 하드디스크 대신 사용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USB, SD카드 등이 낸드플래시 제품이다. 최신 스마트폰은 저장용량에 따라 256GB(기가바이트), 512GB, 1TB(테라바이트) 등으로 나뉘는데 이것 역시 낸드플래시 용량을 기준으로 한 구분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세 업체의 독과점 구조인 D램과 달리, 낸드는 이들 업체 외에도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다수다. 경쟁이 치열하고 공급량도 많아 업황 개선 속도가 더디다.
낸드플래시는 범용 제품(메모리카드·USB용 16Gb×8 MLC) 기준 고정거래가격이 지난해 5월 4.81달러에서 지난 5월 3.82달러로, 지난 1년간 20.6% 하락했다.
또 최근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투자 확대에 나선 AI 서버에도 낸드보다 D램이 더 많이 들어간다. AI 서버에는 연산장치인 GPU에 데이터를 전달하는 DDR5 D램과,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데이터의 병목현상을 줄여주는 D램인 HBM이 기본적으로 탑재된다. 고가의 HBM 대신 그래픽용 D램인 GDDR이 여러 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낸드에서는 서버용 대용량 저장장치인 ‘엔터프라이즈 SSD’ 정도만 AI 서버에 탑재된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3~4분기에도 낸드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낸드는 더욱 빠른 제품보다는 더욱 싼 제품이 주력으로, 지금은 감산과 비용 절감, 그리고 재고 소진이 우선”이라며 “내년이 돼야 낸드 시장도 개선되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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