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내국인 공유숙박’으로 내수 살린다더니… ‘독채 불가’ 논란에 정책 표류

세종=박소정 기자 2023. 8.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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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내국인 공유숙박 허용 발표한 정부
별안간 문체-과기부 ‘독채 논쟁’에 ‘스톱’
“안방에 집주인 있는채로 운영해야” VS
“그러면 누가 오냐, 관광 활성화 되겠나”

정부가 하반기 내수 활성화 방안으로 ‘내국인 공유숙박’ 규제를 완화해 서울·부산 등지에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부처간 이견으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집주인이 없는 상태의 ‘독채’를 공유숙박 가능 주택으로 허용할지를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문체부는 ‘호스트’(집주인)가 없는 독채 형태에는 공유숙박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즉 안방에 반드시 집주인이 있는 채로 거실이나 다른 방을 손님에게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업계와 규제 샌드박스 도입 부처인 과기부에선 문체부의 해석이 맞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독채 불가 조건의 공유숙박이라면 소비자가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미 에어비앤비에서는 도심에서 내국인에게 독채 숙소를 제공하는 등의 불법 행위가 빈번하다. 이를 단속하지도 못하면서 실증 특례 업체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관광 활성화와 내수 진작에 아무런 효과가 없는 맹탕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숙박 산업 전문 전시회 ‘코리아호텔쇼'에서 관계자가 호텔 키오스크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 “안방까지 내줘선 안 돼” 문체부-과기부 ‘독채 논쟁’

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수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도심에서의 내국인 공유숙박 허용 지역을 현재 서울에서 부산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도시 지역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공유숙박업은 불법이다. 단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통해 선정한 토종 공유숙박 플랫폼 ‘위홈’을 통해서만 서울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 정부는 위홈처럼 합법적인 공유숙박업체를 선정해, 대상 지역을 부산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해당 정책과 관련한 부처들은 자그마치 6곳이나 된다. 문체부(관광산업정책 추진), 과기부(ICT 규제샌드박스), 보건복지부(숙박업 공중위생 관리), 국토교통부(건축법 관리), 농림축산식품부(농어촌민박업), 기재부(조정 총괄) 등이다. 그런데 최근 문체부와 과기부 간 이견이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협의체 참가자들의 전언이다.

독채 형태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가 갈등의 원인이 됐다. 문체부는 건축법상 ‘주택’으로 분류되는 단독·다세대·연립 주택과 아파트에서의 공유숙박을 허용하되, 독채 형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독채란 집을 통째로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호스트가 없는 상태에서 집을 빌려주면 안 된다는 의미다.

이런 독채 불가 조건은 외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다. 현재 도시에서 공유숙박을 합법으로 운영하려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에 따라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가능하다. 주민 자신이 거주하면서 한국 가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라 집주인이 실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이를 일일이 체크하지 못하다 보니 에어비앤비에선 내·외국인 할 것 없이 ‘독채’를 내어주는 불법 민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유 경제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걸 공유하는 개념인데, 아예 집을 통째로 내주는 것은 그 취지에도 걸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무엇보다 독채까지 허용해버리면, 공유숙박의 전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4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숙박업경영자연합회 회원이 불법 공유숙박 합법화에 반대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숙박업경영자연합회는 불법 공유숙박이 대형 오피스텔, 아파트 등에서 성행하고 있다며 행정기관의 강력한 단속을 촉구했다. /숙박업경영자연합회 제공

◇ “에어비앤비 불법 놔두면서 합법 업체엔 엄격… 경쟁력 있겠나”

반면 업계와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담당 부처인 과기부는 독채 불가 조건이 현실에선 과도하고, 경제적 효과도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집주인이 상주하는 집에 어느 누가 머물려고 하겠느냐”며 “그런 조건이 붙는다면 소비자들은 에어비앤비에 있는 불법 독채 숙소에 머물고 말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갈등은 ‘공유 숙박업’과 관련한 제도가 우리나라에선 부재한 것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제도가 없다 보니 ‘독채를 빌려주면 안 된다’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다.

현재 국내에서 내국인 도심형 공유숙박을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위홈이 유일한데, 정부가 실증 특례를 내줄 당시 내건 ‘부가 조건’에는 “위홈의 전신 ‘코자자’와 연동 시 기존의 불법 소지 숙소(오피스텔·독채) 삭제 필요”라고 달려 있다. 이를 두고 문체부는 ‘독채를 금지한 것’으로, 업계는 ‘이전 플랫폼에 있었던 오피스텔·독채 건을 삭제하라는 것이지, 독채가 금지된다고 명시한 것은 아니다’란 해석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도심에서 내국인에게 오피스텔과 독채 등 형태의 공유숙박을 내주는 것이 불법인데도, 단속이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해 모두 암암리에 운영 중이다. 에어비앤비에서 결제를 해야만 주소를 공개하거나, 숙소 이용 조건에 ‘낯선 사람(구청 직원 등)이 묻는 경우 친구네 놀러왔다고 답변 부탁드린다’고 당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각 지자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강원·부산·제주에서 최근 5년간(2018~2022년) 미신고 숙박업으로 단속된 862건 중 약 80%인 664건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중개된 숙소였다.

조산구 위홈 대표는 “에어비앤비의 암암리 불법 운영은 활개를 치도록 두는 상황에서, 합법 공유숙박 업체에는 과도한 기준을 요구하는 현실”이라며 “서울에서의 공유 숙박 실증특례가 실효성이 없는 것처럼 부산으로 지역을 확대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불법 업체엔 눈 감고 합법 업체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역차별 문제’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기부와 플랫폼 업계, 그리고 문체부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두 부처의 입장 모두 일리가 있는 만큼, 독채 논란에 대한 합리적인 합의안을 도출해 보겠다”라고 했다. 정부는 업계 등 의견 수렴을 거쳐 연내 공유숙박 제도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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