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떠나자 추락? 33년만 최악 시즌 보내는 세인트루이스[슬로우볼]

안형준 2023. 8.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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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전설'이 떠나고 팀이 무너진 것일까. 세인트루이스가 결국 팀 재정비에 돌입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7월 31일(한국시간) 두 건의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각각 트레이드를 단행해 마운드 전력을 대거 '처분'했다.

세인트루이스는 토론토로 우완 파이어볼러 조던 힉스를 보냈고 텍사스로는 올시즌 에이스 역할을 한 좌완 조던 몽고메리와 불펜투수 크리스 스트래턴을 보냈다. 에이스와 계투, 뒷문을 책임질 투수까지 두루 트레이드하며 올시즌 순위 경쟁을 포기했음을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알렸다.

세인트루이스는 31일까지 시즌 47승 60패, 승률 0.439를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최하위. 지구 선두인 신시내티 레즈와 승차는 벌써 11경기다.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도 10.5경기차로 뒤쳐진 세인트루이스는 내년을 기약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세인트루이스보다 승률이 낮은 팀은 5팀 밖에 없다.

상상하기 힘들었던 추락이다.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자 내셔널리그의 강자,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의 맹주였다. 142년 역사를 가진 구단이자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11번이나 들어올린 팀이었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지막 루징시즌은 무려 16년 전인 2007년이었다. 21세기에만 두 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21세기에 16번이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그야말로 '이기는 것이 당연한' 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그야말로 '몇 십 년'만에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승률 0.439는 지난 1995년(0.434) 이후 가장 낮은 승률. 그리고 세인트루이스가 마지막으로 지구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것은 무려 33년 전인 1990년이었다. 물론 아직 시즌을 마친 것은 아니지만 세인트루이스는 올시즌 대부분의 시간을 지구 최하위로 보내고 있다.

투자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지난해 승률 0.574를 기록하며 지구 우승을 차지한 세인트루이스는 오프시즌 FA 포수 최대어였던 윌슨 콘트레라스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하지만 시즌은 기대와 전혀 다르게 흘렀다. 팀 OPS 전체 7위의 타선은 여전히 나쁘지 않았지만 팀 평균자책점이 뒤에서 전체 7-8위권인 마운드가 무너지며 계속 뒤쳐졌다.

지난해와 올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안방'의 주인. 세인트루이스는 지난시즌을 끝으로 야디어 몰리나가 은퇴했다. 그리고 올해 '몰리나의 후계자'로 콘트레라스를 선택했다. 새 '안방 마님'을 맞이한 세인트루이스 마운드는 무너졌다. 지난해 몰리나가 마스크를 썼을 때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한 세인트루이스 마운드는 올해 콘트레라스가 마스크를 쓴 상황에서 평균자책점 4.89를 기록했다.

물론 마운드 붕괴의 책임을 전적으로 콘트레라스에게 물을 수는 없다. 올시즌 피치클락, 수비 시프트 제한, 견제 제한 등 투수들에게 일방적으로 '족쇄'를 채우는 스피드업 규정이 한꺼번에 도입됐다. 마운드 성적 저하는 이런 영향도 분명 있을 수 있다. 지난해 몰리나보다 더 포수 수비 이닝이 많았던 앤드류 키즈너도 성적이 떨어졌다. 지난해 키즈너와 함게 평균자책점 3.95, 피 OPS 0.701을 기록한 세인트루이스 투수진은 올해는 키즈너와 평균자책점 4.12, 피 OPS 0.752를 기록했다.

세 명의 주축 투수를 트레이드했지만 세인트루이스는 '파이어 세일'을 실시하지는 않았다. 트레이드 후보로 계속 거론된 놀란 아레나도를 지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중요한 대목. 몇 명의 노장 선수가 이탈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전력을 거의 온존하고 올시즌에 돌입한 세인트루이스는 여전히 탄탄한 로스터를 유지하고 있다.

아레나도(2027시즌까지 계약), 폴 골드슈미트(2024년까지), 콘트레라스(2026년까지) 등 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들의 계약이 내년에도 이어지는 세인트루이스는 타일러 오닐, 라스 눗바, 토미 에드먼 등 전성기 나이의 선수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전력들을 지키며 FA 자격 취득을 앞둔 투수들만 트레이드한 것은 곧바로 내년에 다시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의미다.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터줏대감'이지만 주춤하며 크게 넘어졌다. 30년만에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세인트루이스가 과연 올시즌을 어떻게 마칠지, 내년에는 다시 맹주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윌슨 콘트레라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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