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日보다 삼중수소를 더 배출한다는 尹정부

CBS노컷뉴스 권민철 기자 2023. 8. 1.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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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괴담은 누가 퍼뜨리나? 국민인가 정부인가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박종민 기자

"우리 정부는 국민들께서 오염수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했을 때 느끼는 우려와 불안감을 '괴담'이라고 치부한 적이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을 괴담으로 '전혀' 치부한 적이 없을까?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캡처


불과 20여일 전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을 펴냈다.

이 괴담집을 정부 공식 사이트인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올리기도 했다.

이 가운데 괴담 6번만 놓고 보자.(사진 아래)

정부는 '다른 방법도 있는데 돈 아끼려 바다에 방류한다?'고 묻고 굵은 붉은 글씨로 '괴담'이라고 낙인찍었다.

그러나 일본이 다른 방법들도 있는데 굳이 바다 방류를 택한 것과, 바다 방류가 다른 방법들에 비해 가장 값싼 방법이라는 것은 모두 팩트다.

일본이 경제적인 이유로 해양 방류를 택했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우려 뿐 아니라 해외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핵물리학자인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페렝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최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2016년 도쿄전력이 오염수 처리에 대한 6가지 아이디어를 발표하면서 가장 저렴한 방안인 해양 방류와 매우 분명한 단점을 가진 다른 대안들을 섞어 제시했다"면서 "이는 마케팅 기법일 뿐 과학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캡처


윤석열 정부는 특히 이 괴담집에서 "삼중수소를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는 건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일반적인 처리방식"이라며 일본의 오염수 해양 투기에 면죄부를 줬다.

그러나 원자력 전문가들은 전례없는 원자로 용융(melt down, 녹아내림) 사고에서 초래되는 방사성물질과 정상적인 원자로 가동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을 비교 테이블에 함께 올려놔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일본 원자력 정책 전문가인 장정욱 마쓰야마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원자로 용융 과정에서는 정상적인 가동 때 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방사능 물질이 발생한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삼중수소만 가지고 이야기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교묘하게 삼중수소의 문제로 치환한 일본의 전술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다핵종처리시설(ALPS)을 통해 삼중수소를 뺀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을 걸러낸다며 일본 편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도쿄전력의 주장일 뿐 해당 시설의 기능과 능력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 해당 시설이 걸러낸다는 '대부분'의 방사성 물질이 전체 몇 종 가운데 몇 종을 말하는 것인지 일본측은 아직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는 해당 괴담집에서 "원전을 가진 국가들은 삼중수소를 배출 기준에 맞춰 바다에 방류한다"면서 오히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많은 삼중수소를 배출한다는 자학적 서술을 하기도 했다.

괴담집에 명시된 국가별 연간 삼중수소 배출량을 보면 우리나라는 214조 베크렐(TBq), 일본은 175조 베크렐로 그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이고 일본은 2019년 기준으로 비교 년도가 다르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면 가동 중단한 원전을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재가동해오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올해 기준으로 조건을 맞춰보면 일본이 가동중인 원자로는 33기로 우리나라 25기보다 8기가 더 많다.

우리나라가 더 많은 삼중수소를 배출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비교 년도를 달리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이 같은 설명은 일본 언론에 의해 재활용되고 있다.

일본 팩트체크 센터(JFC)는 지난 19일 "독자적으로 안전성을 조사해온 한국 정부는 방출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방사성 물질 농도 등은 기준에 부합하며 한국 수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삼중수소의 영향도 낮다고 말했다"며 오염수 배출은 위험하지 않다는 취지의 팩트체크 기사를 게재했다.

▶ 바로잡습니다.
본 보도 가운데 "올해 기준으로 조건을 맞춰보면 일본이 가동중인 원자로는 33기로 우리나라 25기보다 8기가 더 많다"는 부분은 국제 통계사이트인 'statista.com'에 나오는 '국가별 가동가능한(operable) 원자로 숫자'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가동가능한 원자로'를 '가동중인 원자로'로 잘못 옮긴 것이므로 바로잡습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원자력 발전소의 현재 운영 조건'에 따르면 운영중인 원자로는 11기, 일시중지중인 원자로는 22기로 파악됐습니다.  
본 보도에 대해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3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국가별로 가장 최근에 공개한 자료 중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국민들께 공개한 것일 뿐, 통계상의 착시를 주거나 조작을 가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기준연도를 2019년으로 동일하게 놓고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삼중수소 배출량이 일본보다 많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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