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빌라왕에 당하고…'천정부지 월세값'에 우는 임차인들

CBS노컷뉴스 류효림 인턴기자 2023. 8. 1.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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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서울 화곡동 일대 부동산을 찾았다.

화곡동 일대에 집을 구하는 세입자라고 밝히고 전세 동향을 묻자 "전세 사기 여파는 이제 한물 갔다"며 "세입자들도 전세 매물을 많이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은 한 번 냉각되면 여파가 오래간다"며 "전세 사기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지역에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화되려면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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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화곡동 전세 거래 절반 수준, 미추홀은 6개월 간 0건
월세는 15~20% 가격 올라도 내놓는 즉시 소진
안전판 마련위해 특약 사항 늘어
향후 2년 간은 회복 어려울 듯
인천 미추홀구의 한 부동산. 조건희 인턴기자

"전세 사기 여파는 한물갔어요. 이제 전세도 없어서 못 팔아요"

지난달 27일 전세 사기 피해가 집중됐던 서울 화곡동 일대 부동산을 찾았다. 화곡동 일대에 집을 구하는 세입자라고 밝히고 전세 동향을 묻자 "전세 사기 여파는 이제 한물 갔다"며 "세입자들도 전세 매물을 많이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날 찾아간 부동산 여덟 곳 모두 전세 시장이 안정됐다며 세입자를 안심시켰다.


"6개월 동안 전세 계약은커녕 문의도 없었어요"

하지만 다음날 전화 통화에서는 상반된 답변을 받았다.

화곡동의 공인중개사 이씨는 "한 달 전세 계약 건수가 45건 내외였는데, 지금은 20건밖에 안 된다"며 전세 사기로 인한 여파를 체감한다고 전했다. 까치산역 인근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박씨 또한 "전세 거래가 반절로 줄었다"고 답했다.

인천 미추홀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미추홀구의 공인중개사 김씨는 "6개월 간 전세 계약은커녕 문의도 한 건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빌라왕' 사건 이후 세입자들의 전세 기피 현상이 심해진 탓이다. 김씨는 "중개인과 임대인에 대한 불신으로 부동산 시장 자체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화곡동의 다가구 연립주택 전세 거래 건수는 지난해 6월 791건이었지만 올해 6월 465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40% 감소했다. 데이터 상으로도 전세 계약 감소세가 확연하다.


월세는 오름세 '45만원이던 원룸 이제 55만원'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인근 부동산. 조건희 인턴기자

'빌라왕' 사기 사건과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임차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월세는 이제 대세가 된 듯 했다. 중개업계 설명에 따르면 기존 월세 45만 원이던 원룸이 지금은 55만원으로 오르는 등 전년동기 대비 10-15% 정도 월세가 올랐다. 화곡동 공인중개사 이씨는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호해서 월세는 들어오자마자 팔린다"며 "수요가 공급보다 많으니, 가격은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비싸진 월세에 빠듯한 살림살이의 세입자들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미추홀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임씨는 "4년 동안 자취를 했는데 월세가 이렇게 비쌌던 적이 없다"며 "보증금 300에 월세 35만 원이던 집이 50만 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임씨는 "월세가 너무 높아져 학생들이 학교에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 전했다.

높아진 전세 보증 문턱에 임대 사업자들도 울상이다. 공시 가격 비율이 기존 150%에서 140%로 축소된 데 이어 보증보험 가입도 올해 5월부터 기존 150%에서 126%로 축소됐다. 공인중개사 김씨는 "전세보증금 차액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을 받기도 한다"며 "선량한 집주인들이 졸지에 채무자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인천 미추홀구 다가구 연립주택 월세 가격이 오름세다. 조건희 인턴기자


전세 사기 사건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간 '신뢰'가 깨졌고, 향후 몇 년 간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부동산 중개업계 설명이다. 김씨는 "임차인들이 기존 10개 내외이던 특약을 이제 15개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임대인과 중개인에 대한 불신이 낳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은 한 번 냉각되면 여파가 오래간다"며 "전세 사기가 집중적으로 일어난 지역에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화되려면 최소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 박씨도 부동산 회복 시기를 빨라야 내년 겨울로 전망했다.

아울러 "전세 사기와 역전세로 전세 거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연립·다세대 전세값 약세와 월세 오름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금리가 인상되면서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인중개사 박씨는 "금리가 기존 2~3%대에서 5~6%대로 올라 전세 시장이 위축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금리가 낮아지면 전세 수요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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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류효림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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