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은 홈런만 기억하는 세상이 억울하다? 이렇게 잘했는데 철저하게 차별 대우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하성(28‧샌디에이고)의 2023년 7월은 무더운 여름 날씨를 집어 삼키고도 남을 만한 뜨거움이 있었다. 기존에 좋은 활약을 했던 수비와 주루는 물론, 공격에서도 대폭발하며 메이저리그 진출 후 최고의 한 달을 보냈다.
김하성은 31일(한국시간)까지 7월 23경기에 나가 타율 0.341, 5홈런, 9타점, 21득점, 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04라는 대활약을 펼쳤다. 타율도 높았고, 볼넷도 많이 골라 출루율(.451) 또한 리그 정상급이었다. 여기에 홈런까지 곧잘 나오고, 출루가 많으니 도루도 많이 보태는 등 선순환이 이어졌다. 스타 군단이라는 샌디에이고에서 당당히 리드오프 자리를 꿰찬 원동력이었다.
당장 샌디에이고 7월 최고의 타자 중 하나였을 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를 따져도 김하성보다 좋은 7월을 보낸 선수가 별로 없었을 정도였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의 7월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집계에 따르면 김하성은 1.6을 기록해 메이저리그 야수 전체 4위였다. 김하성보다 더 높은 WAR을 기록한 야수는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1.8),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1.7), 채스 맥코믹(휴스턴‧1.6)이 전부였다.
내셔널리그 7월 이달의 선수 후보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릴 만한 김하성에게 ‘7월 포지션 1위’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셔널리그 2루수 중 WAR이나 전체적인 공‧수 성적에서 김하성보다 확실히 낫다고 할 만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생각은 너무나도 달랐다. 31일 발표된 7월 올스타 멤버에서 김하성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MLB.com의 기자단 및 패널들이 투표에 참가한 결과, 7월 내셔널리그 최고의 2루수는 세인트루이스의 젊은 피 놀란 고먼(23)이었다. 2018년 세인트루이스의 1라운드 지명을 받고 화려하게 입단한 고먼은 마이너리그에서 차분하게 단계를 밟아 지난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올해는 팀의 주전 2루수로 뛰며 95경기에서 타율 0.241, 22홈런, 65타점을 기록 중이다. 30홈런 2루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타이틀의 탄생도 머지않았다.
그런 고먼은 7월 24경기에서 타율 0.263, 7홈런, 18타점, 16득점, 2도루, OPS 0.944를 기록했다. 분명 좋은 성적이다. 그러나 김하성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김하성은 고먼보다 더 많은 타석에 나가 더 높은 OPS(1.004)를 기록했다. 고먼보다 떨어지는 건 타점과 홈런 및 장타율. 다만 김하성이 7월 내내 리드오프로 나섰음을 고려하면 타점은 자연히 줄 수밖에 없었고, 김하성도 고먼(.600)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장타율(.553)을 기록했다.
WAR에서도 비교 대상은 아니었다. 김하성이 공‧수 모두에서 공헌도를 쌓으며 7월에만 1.6의 WAR을 쌓았다. 반대로 고먼의 WAR은 0.9로, ‘팬그래프’ 기준 7월 야수 전체 35위였다. 고먼은 수비에서 마이너스 평가를 받았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플러스 점수를 받은 김하성과 기록 차이는 분명했다. 고먼이 기대가중출루율(xwOBA)에서 지난 2주간 리그 정상급 성적을 거둔 것은 맞지만 엄연히 기록은 김하성이 위였다.
고먼의 활약이 좋았고 월간 7홈런의 장타율이 돋보이기는 했으나 전체적인 성적에서 김하성보다 앞선 평가를 받을 이유는 별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김하성이 내셔널리그 7월 최고 2루수를 차지했어야 한다는 근거가 더 차고 넘친다. 야구에는 사이클이 있고, 김하성도 이런 활약을 매번 이어 갈 수는 노릇. 그래서 이번에 찾아온 기회가 억울하게 날아간 것이 더 아쉽기만 하다.
MLB.com의 투표 인단들이 WAR을 아예 보지 않았다고 하기도 어렵다. 김하성에 앞선 세 명의 선수(벨린저‧마차도‧매코믹)는 모두 7월 올스타에 당당하게 선정됐기 때문이다. 김하성의 바로 뒤에 있던 5위 프레디 프리먼(LA 다저스), 6위 카일 터커(휴스턴)는 모두 올스타 명단에 포함됐고, 전체 11위인 에두아르드 줄리엔(미네소타) 또한 아메리칸리그 2루수 부문에서 올스타로 선정됐다. 유독 김하성만 박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공식적인 시상은 아닌 만큼 크게 의미를 둘 필요도 없지만, 김하성의 7월 활약이 뭔가 기록에 남아 기억되길 바라는 팬들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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