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폭염까지"… 과일·채솟값 급등에 신음하는 자영업계 [현장, 그곳&]
자고나면 치솟는 재룟값… 음식값은 그대로 ‘사면초가’ 울상
“날씨가 오락가락하는 탓인지 갑자기 채솟값이 너무 올랐어요. 납품 업자도, 식당 사장들도 ‘숨 못 쉬겠다’고 난리인 상황이죠.”
코로나19 사태로 식자재값이 폭등한 상태에서 최근 장마, 폭염 등 기상 악재까지 덮치면서 과일·채솟값이 급등하고 있다.
정부는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자영업계나 도소매 현장 등에선 여전히 신음 중이다.
31일 오전 4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채소2동. 꼭두새벽부터 채소 박스를 실어 나르는 도매상인과 구매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장 한 켠에선 채소 경매가 한창이었지만, 물건을 고르는 업체 관계자나 상인들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풋고추를 낙찰받은 구매자 A씨는 "한 달 전보다 5배가량은 뛴 것 같다. 나날이 채솟값이 뛰어 올라 원가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그 여파는 식당가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수원 팔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 역시 걱정이 크다.
식자재 구매 영수증을 보던 그는 “1주 전만 해도 상추 한 박스 가격이 11만5천 원이었는데 지금은 이보다도 더 뛴 상태”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출혈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일, 채솟값까지 인상되다 보니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 자료를 보면 지난 30일 기준 적상추 4㎏당 도매가 평균값은 7만220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1개월 전(2만2천432원)과 비교해도 222%나 뛴 수준이다.
시금치 역시 4㎏당 4만9천800원으로, 한 달 전(1만9천76원)보다 161.1% 올랐다. 이어 ▲브로콜리 8㎏당 4만1천260원(전월 대비 26.1%↑) ▲열무 4㎏당 1만2천266원(20.6%↑) ▲무 20㎏당 1만7천29원(8.8%↑) 등이 적게는 8%부터 많게는 222%까지 급등했다.
과일 가격도 엇비슷한 상황이다. ▲수박 1개당 2만2천740원(28.2%↑) ▲사과 10㎏당 7만9천380원(17.6%↑) ▲망고 5㎏당 5만4천320원(12.6%↑) 등 상당수 품목이 12~28.2%까지 몸값을 올렸다.
이처럼 농산물값이 고공행진한 주 이유는 ‘폭우·폭염’ 때문이다. 농지 침수 피해 등으로 생산량이 떨어지면서 소비 수요를 맞출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피해는 이번 폭염으로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과수·채소·축사·양식장 관련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대안을 꺼내기도 했지만 현장에선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는 지난 27일 과수·채소·축사·양식장 관련 폭염 피해가 없도록 차양막 설치, 환기 시설 가동 등을 지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배추·무 비축 물량 적기 방출 ▲시설채소에 대한 출하장려금 지원 등 농·축산물 수급 안정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채솟·과일값에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는 당분간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물가 안정을 위해선 유통 과정 모니터링 등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측 불가능한 농·수산물 시장이 불안정한 기후 여건까지 겹치며 가격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는 유통 과정 모니터링 등을 통해 안정적·체계적인 수급 체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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