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 민원팀장 소식에 세무공무원들 공분

이나경 기자 2023. 8. 1. 0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악성민원으로 고충 겪는 민원부서… 국세청 차원 대응체계 필요
보수적 내부 분위기도 한몫… 경찰 신고 등 인식 개선 지적도
중부지방국세청 전경. 경기일보DB

 

동화성세무서의 민원팀장 실신 소식에 세무공무원 사회의 반발이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각 세무서의 민원 부서는 악성민원으로 인한 고충을 겪고 있지만, 국세청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4일 민원인을 상대하다 쓰러진 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 A씨가 8일째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당 팀장의 중환자실 입원이 길어지면서 일선 세무서 등 세무 공무원 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다른 지역의 세무서에서도 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의 실신 소식에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비록 해당 팀장과 근무지는 다르지만, 민원인을 상대하는 같은 세무공무원에게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말을 아끼면서도 안타까움과 함께 공감을 내비치는 분위기였다. 민원 업무를 처리하며 민원인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경험하는 일은 어느 현장에서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국세청 차원에서 악성민원에 대해 확실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민원 대응 매뉴얼’이란 제목의 게시글을 올린 국세청 직원 B씨는 “국세청 조직 차원에서 조금 더 확실한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민원 응대에는 부족함이 없어야 하지만, 근무하는 직원들의 생사 여부까지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법원 등 다른 기관처럼 입구에 검문검색대를 설치하고, 민원인이 사무실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스피드게이트(출입통제 시스템)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무원이라는 이유 만으로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남겼다.

또 다른 직원은 ‘말의 힘’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난폭한 말은 외상적 공격과 다르게 죽음과의 물리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며 “동화성세무서 민원인이, 서이초 학부모가 언어폭력을 행사해 (교사가) 죽음에 이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음은 다수가 인정하는 합리적 정황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특유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악성민원이 발생해도 경찰 신고 등 적극적인 대응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국세청 직원 C씨는 “직원이 민원인에게 맞아서 경찰에 신고하려 해도 본인에게 좋을 것이 없다며 철회하라고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악성민원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내부적인 의식과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부지방국세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 최근 일선 세무서에 악성민원 유형별 대응방안과 절차 등 메뉴얼을 배포했다. 해당 메뉴얼에는 전화응대, 대면응대 등으로 유형별로 구분해 단계에 따라 각 직원들이 대응해야 하는 절차 등이 담겼다. 특별취재반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