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 민원팀장 소식에 세무공무원들 공분
보수적 내부 분위기도 한몫… 경찰 신고 등 인식 개선 지적도
동화성세무서의 민원팀장 실신 소식에 세무공무원 사회의 반발이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각 세무서의 민원 부서는 악성민원으로 인한 고충을 겪고 있지만, 국세청 차원의 실효성 있는 대책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4일 민원인을 상대하다 쓰러진 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 A씨가 8일째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당 팀장의 중환자실 입원이 길어지면서 일선 세무서 등 세무 공무원 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다른 지역의 세무서에서도 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의 실신 소식에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비록 해당 팀장과 근무지는 다르지만, 민원인을 상대하는 같은 세무공무원에게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말을 아끼면서도 안타까움과 함께 공감을 내비치는 분위기였다. 민원 업무를 처리하며 민원인과 크고 작은 갈등을 경험하는 일은 어느 현장에서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국세청 차원에서 악성민원에 대해 확실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민원 대응 매뉴얼’이란 제목의 게시글을 올린 국세청 직원 B씨는 “국세청 조직 차원에서 조금 더 확실한 대응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민원 응대에는 부족함이 없어야 하지만, 근무하는 직원들의 생사 여부까지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법원 등 다른 기관처럼 입구에 검문검색대를 설치하고, 민원인이 사무실에서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스피드게이트(출입통제 시스템)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무원이라는 이유 만으로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남겼다.
또 다른 직원은 ‘말의 힘’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난폭한 말은 외상적 공격과 다르게 죽음과의 물리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법적 처벌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며 “동화성세무서 민원인이, 서이초 학부모가 언어폭력을 행사해 (교사가) 죽음에 이르는 데 상당한 기여를 했음은 다수가 인정하는 합리적 정황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특유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 탓에 악성민원이 발생해도 경찰 신고 등 적극적인 대응은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다.
국세청 직원 C씨는 “직원이 민원인에게 맞아서 경찰에 신고하려 해도 본인에게 좋을 것이 없다며 철회하라고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악성민원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내부적인 의식과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부지방국세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 최근 일선 세무서에 악성민원 유형별 대응방안과 절차 등 메뉴얼을 배포했다. 해당 메뉴얼에는 전화응대, 대면응대 등으로 유형별로 구분해 단계에 따라 각 직원들이 대응해야 하는 절차 등이 담겼다. 특별취재반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동훈 “선심성 예산·쪽지 예산 관행 걱정하는 목소리 많아”
- [속보] 불백 50인분 주문하고 ‘노쇼’...인천서 군 간부 사칭 피해 잇따라
- ‘이재명 유죄’ 인천정가 뒤숭숭… 지방선거 셈법 분주
- “대남방송 폭격에 몸과 마음 만신창이” 강화 주민들 인천시 행감 출석
- 선광·삼성바이오 등 인천기업, 시민구단 '외면' [인천UTD, 2부 리그 강등③]
- 첫 관문부터 ‘의원직 상실형’ 받은 이재명…남은 선고, 재판 향방 주목
- ‘징역형’ 흔들리는 이재명... ‘대망론’ 굳어지는 김동연
- 보폭 넓히는 김동연… 비명계 플랜B ‘쏠린 눈’ [뉴스초점]
- ‘디지털교과서’ 도입 코앞인데… 인천 학교 ‘인터넷망’ 덜 깔렸다
- 화성 IBK기업은행, 4연승…선두권 추격 ‘고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