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몬스터 교실', 아동학대는 누가 하고 있나

강윤주 2023. 8. 1.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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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학생한테 멱살이 잡혀도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할 수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말자' 스스로 체념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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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지난달 20일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등굣길 학생들이 추모 메시지를 적고 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이 학교 담임 교사 A씨가 학교 안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영화 '친구'의 한 대사. 교사는 호구조사를 하며 학생들을 마구 때리기 시작한다) 영화 속 그 시절만큼은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도 야만의 시대였다.

고교 시절, 방과 후 교실을 청소하던 중이었다. 점잖은 줄 알았던 남성 담임교사가 갑자기 욕을 퍼부으며 한 여학생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뒷걸음질 치다 고꾸라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발길질까지 하고서야 영문 모를 화풀이는 끝이 났다. 그날 이후 그 친구는 학교에서 보이지 않았고 학생들은 그 교사를 '지킬박사'라 부르며 피해 다녔다.

교실을 덮친 무차별 폭력은 공수(攻守)를 바꿔 이어졌다. 이제는 교사가 학생에게 매 맞는 시대가 됐다. 욕설을 하고, 교실을 뛰쳐나가고, 물건을 던지며 위협하는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바로잡아보려던 교사들이 폭행의 피해자가 됐다.

"학생한테 멱살이 잡혀도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할 수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말자' 스스로 체념하게 되더라고요."

최근 잇따른 교권 침해 사건을 접하다가 지난 3월 '코로나 키즈, 마음 재난보고서' 취재 당시 만난 교사들의 절규가 떠올랐다. 코로나 시기 3년이 남긴 그늘에서 신음하던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자는 기획이었지만 아이들 못지않게 선생님들도 병들어 가고 있었다.

지난달 26일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 시청 북문 앞 보라매공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를 기리는 추모제에서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대전= 뉴시스

교사들은 두 가지를 가장 힘들어했다.

①'몬스터 페어런트'= 문제 행동을 보이는 이른바 정서위기아동은 교사의 사랑과 인내만으로 보듬기에는 한계가 있다. 병원 치료나 전문 상담을 받아야 하지만 보통의 학부모들은 "우리 애는 전혀 문제없다"고 역정부터 내기 일쑤다. 극성스러운 자식 사랑은 교사를 향한 비상식적 요구와 괴롭힘, 협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본에선 학부모들의 부당한 민원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교사들이 늘자 '몬스터 페어런트(monster parent)'라는 말이 생겼다는데, 우리도 못지않아 보인다.

②3무(無)시스템= 부모가 비협조적이면 문제 아동을 위해 교사가 사실상 할 수 있는 건 없다. 최소한의 훈육을 할 권한도, 생활 지도 매뉴얼도, 그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다. 괜히 참교사가 되겠다고 '오버'해서 아동학대 교사가 되느니, 아이가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고 마는 거다.

어찌해야 하나. 정부여당의 말처럼 '교권의 적'인 학생인권조례만 없애 버리면 교사의 권위가 절로 회복되고 교실에 폭력은 사라질까. '지킬박사'에게 당한 것처럼 매 맞는 학생이나 늘지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손대야 할 건 따로 있다. ①교사가 아동의 치료를 권고하면 부모가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상담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②교사의 정당한 생활 지도를 뒷받침할 법적 매뉴얼을 정비하고 ③무분별한 학부모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에 대응할 중재 기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이다.

"국가가 '아동학대'를 한 거나 다름없죠. 몸도, 마음도 '아픈 아이'의 상태를 부모도, 교육 당국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은 채 방치해놓고 결국 '나쁜 아이'로 커가게 만들고 있으니까요."

폭력과 불신이 난무하는 '몬스터'가 된 교실에서 우리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던 건 정녕 누구일까.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게 해선, 교사들만 또 죽어나갈 뿐이다. 선생님이 사라진 교실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행복할 수는 없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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