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2패 직후에도 ‘숲’ 이야기만 하는 벨 감독
정작 패배 책임 피하려 한다는 지적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승강제가 없는) WK리그(여자 실업축구) 선수들을 보면 ‘이기면 좋다. 하지만 져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게 말도 안 된다고 봐요.”
콜린 벨(62)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 감독은 지난 30일 모로코와 벌인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0대1로 패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12~16세 어린 선수들이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 일본은 축구에 대한 30년 비전을 갖고 있다”고 했다. 벨 감독은 모로코전을 앞두고 호주 현지 훈련장에서도 “고강도 훈련은 중학교부터 대학교, 리그까지 하나의 틀로 이어져야 한다.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밀릴 것”이라고 했다. WK리그의 경쟁력과 시스템, 유망주 육성 등 한국 여자 축구 전반에 대한 지적을 이어간 것이다.
많은 축구 팬이 벨 감독 발언 자체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국의 여자 축구 선수는 1500여 명. 일본축구협회에 등록된 중학생 이상 여자 선수 2만7000여 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김가이(36) 하남중앙초 여자 축구부 감독은 “한국 여학생들은 운동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보통 늦은 나이인 초 5~6학년 때 축구를 처음 접한다. 한 팀이 기껏해야 15명 수준일 정도로 저변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벨 감독이 이 같은 발언을 한 건 시기상 적절치 않았다는 반응이 많다. 연령별 대표팀 어드바이저(자문)를 겸하는 벨 감독이 자신의 축구 철학을 피력할 순 있으나 대표팀 실력을 검증하는 무대인 월드컵에서 2경기 연속 패한 뒤 축구 저변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언급하는 것은 패배에 대한 변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19년부터 여자 대표팀을 이끈 벨 감독은 오랜 시간 월드컵을 준비했지만,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부정확한 슈팅과 패스, 연계 플레이 부족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벨호(號)엔 10년 이상 대표팀에서 발을 맞춘 선수가 많았는데도 조직력은 허술했다. 하지만 벨 감독은 독일과 3차전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어린 선수들이 경기를 더 많이 뛰어야 한다”며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원칙적인 이야기를 고수했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벨 감독이 나무를 보지 않고 지나치게 숲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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