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인증합니다"... '현금챌린지'로 고물가 이겨내는 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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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직장인 박모(25)씨는 지난달부터 '현금바인더(현금을 분류해 넣을 수 있도록 만든 수첩)'를 정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알록달록 스티커로 꾸민 수첩에 요일별로 쓸 지폐를 넣은 뒤 그날그날 지출 내역을 정리한다.
두 달째 챌린지 전용 계정을 운영 중인 서모(32)씨는 "가끔 '현태기(현금생활+권태기)'가 올 때가 있는데 응원 댓글을 보며 힘을 낸다"면서 "SNS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며 속지 도안도 공유하는 게 현금챌린지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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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저금 도전, 나만의 절약팁 인증도
"댓글로 힘내고... 위기 극복도 즐겁게"
3년 차 직장인 박모(25)씨는 지난달부터 ‘현금바인더(현금을 분류해 넣을 수 있도록 만든 수첩)’를 정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알록달록 스티커로 꾸민 수첩에 요일별로 쓸 지폐를 넣은 뒤 그날그날 지출 내역을 정리한다. 일요일이 되면 한 주 동안 아낀 돈을 ‘저축박스’에 담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 계획성 있는 소비에 지출은 신용카드만 쓴 전달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박씨는 “550만 원 남은 학자금 대출을 다 갚는 게 목표”라며 “지폐를 세거나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같아 기분도 좋다”고 말했다.
휴대폰으로 결제까지 가능한 캐시리스(Cashlessㆍ비현금결제) 시대에 이게 무슨 말이냐 싶겠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오직 현금으로만 생활하는, 이른바 ‘현금챌린지’가 유행이다. 갈수록 편리함을 추구하는 시대상에는 역행하지만, 고물가 추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한 푼이라도 아껴보자”는 취지가 반영됐다. 여기에 무거운 주제도 ‘놀이’로 만드는 신세대 특성도 한몫해 즐거운 절약 문화가 인기몰이 중이다.
고물가에 젊은 '짠순이·짠돌이'가 뜬다
31일 한국일보가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검색어 추이를 분석해 보니, 최근 1년간 현금챌린지 또는 현금바인더가 가장 많이 조회된 날은 이달 18일이었다. 18일 지수를 100으로 봤을 때 지난해 말까지는 관련 조회량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가 올해 3월부터 검색 건수가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특히 40대 이하에서 증가세가 가팔랐다. 올 들어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현금챌린지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뜻이다.
돈 봉투 챌린지는 지난해 해외에서 SNS를 중심으로 먼저 인기를 끌었다. 하루 혹은 일주일 단위로 집세, 식비 등 목적에 따라 현금을 나눠 정해진 액수만큼만 사용하는 식이다. 남은 돈은 다시 취미생활, 반려동물 용품 등 품목별로 정리한 뒤 모은 금액만큼 수첩에 딸린 속지에 표시한다. 일주일 단위로 돈을 끼워 넣게 만든 저축박스를 활용해 ‘52주 연속 저금’에 도전하기도 하고, 부득이하게 카드를 쓴 날은 모형 화폐를 대신 채워 넣는다.
물론 현금을 집에만 묵히는 게 합리적 소비 행태는 아니다. 하지만 참여자들은 소비 습관을 점검하고 바로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6세 자녀와 함께 챌린지에 도전하고 있는 윤보라(31)씨는 “쓰는 돈이 눈에 보이니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효과가 확실하다”며 “아이에게도 좋아하는 캐릭터로 바인더를 만들어 용돈을 저금하게 하고, 목돈이 모이면 통장에 넣는다”고 말했다.
SNS로 절약 팁 공유... 또 하나의 놀이로
관심사를 공유하길 좋아하는 젊은 세대는 그저 ‘짠순이, 짠돌이’가 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저축템’을 SNS에 게시해 성공을 인증하고, 절약 꿀팁을 나누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날 기준 인스타그램엔 현금챌린지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5,000개 넘게 올라와 있다. 두 달째 챌린지 전용 계정을 운영 중인 서모(32)씨는 “가끔 ‘현태기(현금생활+권태기)’가 올 때가 있는데 응원 댓글을 보며 힘을 낸다”면서 “SNS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며 속지 도안도 공유하는 게 현금챌린지의 묘미”라고 설명했다.
긍정적 태도로 위기를 극복하는 트렌드가 각광 받는 건 여간해선 성취감과 안정감을 얻기 힘든 현 세태와 무관하지 않다. 소비심리학 전문가인 박인아 대구대 심리학과 교수는 “챌린지라는 행위를 통해 절약을 궁색한 처지가 아닌 현명한 소비자의 자세로 인정받는 셈”이라며 “어릴 적 가득 찬 돼지저금통을 보고 뿌듯해했던 기억처럼 성취를 눈으로 쉽게 확인하고 즐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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