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시부야 소극장, 7080가수는 라이브 카페… ‘풀뿌리 한류’ 주무대 될듯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3. 8. 1. 0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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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활동하는 한국 기획사 반응
지난해 일본 도쿄 시부야에서 현지 팬들을 만난 신인 걸그룹 ‘픽시’./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엔 스탠딩(관객 입석)으로 공연을 하는 30~50명 규모의 소규모 라이브 하우스가 셀 수 없이 많이 있습니다. 공연 비자 완화로 신인 그룹이 작은 공연장에서 시작해 인지도를 높여가는 작업을 더 잘하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인기 그룹 ‘카라’의 기획사 RBW의 왕재웅 일본법인장은 8월부터 규제가 완화되는 일본 ‘흥행 비자’가 데뷔한 지 얼마 안 되는 한국의 ‘초보 아이돌’에게 큰 기회가 되리라고 전망했다. 일본 아이돌 지망생들이 관객을 가까이에서 만나며 열성 팬을 모으는 장소로 활용하는 도쿄 시부야(渋谷) 등의 지하 소극장을 한국 가수들도 활용할 길이 넓어지리라는 것이다.

‘100명 이상 객석’ 비자 규제가 있던 이전까지는 200~300명 정도의 관객 동원력은 있어야 일본 무대 진출이 가능했다. 이젠 100명 무대도 설 수 있게 된다. 왕 법인장은 “(항공료 등) 방일(訪日) 비용을 감안하면 신인 아이돌은 한번 일본을 찾을 때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고 작은 무대에서라도 자주 공연하면서 일본에서 인지도를 높이는 빌드업(인기 구축)을 해야 성장할 수 있는데 전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제 바닥부터 시작하는 빌드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젊은 아이돌뿐 아니라 ‘추억 속 가수’들에게도 기회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의 1970~1980년대 인기 가수들은 중년 일본인과 재일 한국인 사이에서 나름의 틈새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규모를 갖춘 공연장에서 한 회 공연만 하고 돌아간다. 예를 들어, 오는 9월 3일 일본 도쿄의 후지대학 강당에서 ‘바람 바람 바람’으로 유명한 가수 김범룡씨가 민해경·이치현(벗님들)·곽종목(건아들)과 함께 ‘7080 레전드 콘서트’를 여는데, 한 회만 예정돼 있다. 비자 규제 완화 전에 기획된 공연이기 때문이다. 이 콘서트를 기획한 홍성협 아카데미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앞으로는 제대로 된 콘서트 이후에 도쿄의 신주쿠나 아카사카에 있는 라이브 카페에서 40~50명의 온전한 팬만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작은 추가 콘서트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과 술을 파는 라이브 카페에서의 공연은 외국인에겐 막혀 있었지만,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열린다.

이영훈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센터장은 “일본 흥행 비자는 예전 한일 관계가 좋을 때는 일주일이면 나오다가 관계가 나빠지면 한 달 이상 걸리는 일도 적지 않았다”면서 이번 규제 완화로 흥행 비자의 발급 기간이 단축될 것이란 기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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