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HMM 인수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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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HMM 인수에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이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예비입찰 단계까지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다면 산은이 좀 더 HMM을 소유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관계자들 모두가 HMM 인수자를 까다롭게 바라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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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국내 최대 해운선사인 HMM의 매각절차가 시작됐다. 매각을 발표한 지 얼마 안 됐지만 SM과 동원, 하림 등의 기업이 참여 의사를 내치면서 자본시장에서는 흥행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정작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적절한 인수자가 없어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인수 후보자들의 자금력 때문이다. KDB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HMM 매각공고에서 입찰 대상으로 내놓은 주식은 3억9879만156주(38.9%)다. 오는 10월 중도상환일이 돌아오는 BW(6000억원), CB(4000억원)까지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 물량이다. 인수 가격은 5조원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7조원대까지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지금까지 인수 의사를 내비친 기업들은 인수 자금을 자체조달하기 어렵다. 이들은 사모펀드(PEF)와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정부의 기대와 어긋난다. HMM은 국내 최대 선사로 안정적인 경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향후 지분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해야 하는 PEF와는 성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해운업은 호황기에 선박을 주문해 불황기에 인도하는 경향이 있다. 선박 건조가격이 높고 주문에서 인도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현재는 다운사이클 초입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요구되고 있는 해상 탄소배출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다음 호황기를 기다릴 시간이 없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7일 2050년까지 해운업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데 합의했다. 향후 몇년간 이와 관련된 투자금을 들이지 않으면 HMM이 글로벌 해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설사 인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1조6800억원의 영구채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를 주식으로 모두 전환하면 산은과 해진공은 각각 16.39%씩 총 32.78%를 보유하게 된다. 영구채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산은 등 정부는 2대 주주로 남게 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HMM 인수에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이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예비입찰 단계까지 적절한 인수자를 찾지 못한다면 산은이 좀 더 HMM을 소유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매각만 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은 해운사에는 맞지 않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수출입 화물의 99.7%를 해운업이 책임지고 있고, 유사시에는 전시 병력과 군수품 등 전시화물의 운송도 맡는다. 원자력발전 연료봉 및 부품, 원유, 연료탄, 철광석, LNG 등과 같은 전략물자 운송은 100%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선사가 가지는 무게감은 이처럼 크다.
해운업계는 물동량 세계 6위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했을 때의 경험을 잊지 않았다. 관계자들 모두가 HMM 인수자를 까다롭게 바라보는 이유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달 HMM 매각과 관련해 "대한민국 해운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고, 자금동원과 경영 능력이 있는 업체가 인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 조건에 꼭 부합하는 후보자를 찾기를 업계가 간절하게 기대하고 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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