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도면도 못 읽는 ‘건설 강국’
핵심 철근 부품(전단 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 지하 주차장 중에선 154개 모든 기둥에 철근이 없는 곳도 있는 것으로 31일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후, LH가 발주하고 2017~2022년 사이에 착공한 무량판 구조의 91개 아파트 단지 지하 주차장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였다. 전날 15개 아파트 단지에서 부실을 확인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아파트 명단과 설계·시공·감리 기업, 부실시공의 규모와 원인을 공개한 것이다. 설계 도면을 잘못 그리고, 다른 층의 엉뚱한 설계 도면으로 시공한 것 등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해외에서 세계 최고층 빌딩을 시공하는 ‘건설 강국’이지만, 정작 아파트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심각한 상황이 드러나자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해 전수 조사하고, 즉시 안전 조치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는 무량판 구조가 본격화된 2017년 이후 착공한 전국의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해 전수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무량판 구조는 지하 주차장을 지을 때 사용한다.
이날 국토부 발표에서 드러난 부실 아파트는 서울 수서역세권, 경기 남양주별내 등 수도권 8곳과 광주선운, 양산사송 등 지방 7곳이었다. 특히 내년 초 입주 예정인 경기도 양주회천 A15 지구 아파트(880가구)는 설계 오류로 지하 주차장 기둥 154곳 모두에서 철근이 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철근 누락은 설계, 시공, 감리 등 기본적인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지 시공사 명단에는 DL건설(옛 대림건설), 대보건설, 동문건설, 삼환기업, 이수건설 등 인지도가 높은 건설사들이 다수 포함됐다. 국토부와 LH는 해당 아파트에 대해 기둥 추가 설치 등 보강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해당 아파트 입주자들이 “어떻게 안전을 장담하느냐”며 반발해 파문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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