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말 많고 탈 많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물 대책이 없는 수도권의 거대 산업단지가 시민의 생활권을 위협하고 있다. 경기 용인 반도체 국가 산업단지(산단)를 둘러싸고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공모절차와 관계기관 사전협의, 전문가 평가위원회의 서면검토·현장실사·종합평가, 산업입지정책심의회를 거쳐 지난 3월15일 14개 국가산단 후보지를 선정해 공고했다. 이날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업부는 용인 삼성 반도체산단 1곳을 추가해 15개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용인 삼성 반도체산단은 기업이 공모 심사절차 없이 정부에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거대 산단은 절차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전기가 공급돼야 하고, 엄청난 물이 필요하다. 월성과 울진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10기를 합친 것보다 더 큰 10GWh의 발전시설이 뒷받침돼야 한다. RE100(기업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은 꿈도 꾸기 힘든 실정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삼성 반도체산단은 하루에 물 80만t을 써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160만명이 마시는 수돗물에 버금가는 양이다.
이렇게 많은 물을 써야 함에도 용인 삼성 반도체산단의 물 대책은 부실하다. 정부는 215만평에 달하는 용인 삼성 반도체산단 가동을 위해 팔당댐 물 추가 방류도 모자라 팔당 상류에 위치한 강원 화천댐 물의 상시 방류마저 고민하고 있다. 수력발전용 화천댐 물의 상시방류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평택 시민의 수돗물 공급원인 송탄상수원보호구역 해제다. 용인 삼성 반도체산단이 들어설 지역의 상당 부분이 현행법상 개발 행위가 제한되는 평택시 ‘송탄상수원보호구역’ 안에 있다. 정부가 현행법상 공장이 들어설 수 없는 곳을 국가 산단 후보지로 발표해 놓고 평택시에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평택시는 마실 물의 90%를 팔당에서 공급받고 있다. 나머지 8만명이 이용하는 10%는 진위천 송탄상수원과 안성천 유천상수원에서 받는다. 용인시 원삼면과 남사면에 들어서는 SK와 삼성 반도체 클러스터가 동시에 가동되면 평택 시민의 식수원인 송탄·유천 상수원이 훼손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늘고 있는 평택시는 인구 100만 특례시를 넘보고 있다. 팔당 물을 내주고 상수원마저 해제한다면 늘어나는 인구를 위한 식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루에 200만t이 넘는 반도체 공장 오염수가 쏠리게 될 평택호 수질대책은 얘기조차 꺼내기 힘들다. 용인시와 평택시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다수의 약자를 위한 정책을 폈더라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국민 모두에게 보장된 삶의 권리마저 내어 달라고 강요하는 일이 다시는 없기 바란다.
김현정 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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