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블록체인 기술 ‘테스트베드’ 부산과 기업유치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2023. 8.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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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요즘 서울의 지인들로부터 부산의 위상이 많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활주로 개수가 2개가 아닌 1개로 결정된 것은 아쉽지만 가덕신공항 건설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이 전력투구하고 있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보여지고 있는 것이 그 이유인 것 같다. 여기에 동남권 산업 도약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도 가시화되면서 도약의 분위기가 여실히 느껴지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분위기와 함께 이제는 실제 주요 산업이나 기업의 투자와 성장, 이를 통한 좋은 일자리의 증가라는 체감되는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블록체인 특화도시로의 발전은 이와 같은 실질적 성과를 이끌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금융위원회가 블록체인 관련 핵심 사업 중 하나인 STO사업 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증권사 등 금융권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STO(Security Token Offerings)는 토큰증권발행을 의미하며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인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금융위는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분산원장은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활용해 증권의 권리 내용과 권리자 등의 정보를 디지털네트워크 상에서 분산하여 기록하고 저장해 활용함으로써 위조나 변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은 적용영역이 단지 비트코인과 같은 코인 시장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만큼이나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거대한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른 4차 산업 기술에 비해 시장에서의 적용이 덜 활성화된 블록체인 기술이 이번 금융위의 STO 정책 방향의 발표로 인해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이러한 시장기회의 확대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블록체인 특화도시로 준비해 온 부산에는 중요한 기회라 할 수 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업무시설로 인정받고 있는 문현동 BIFC 건물 3개 층에 만들어진 블록체인 기업 입주 공간이나 부산시의 각종 사업에 블록체인 기술 적용 시도 등은 선발주자로서의 중요한 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주요 국내외 앵커기업의 투자나 유망 스타트업의 성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산에서 만들어지는 시장 기회의 확대가 절실하다.

금융위에서 발표한 STO와 관련한 각종 공공, 민간의 시장기회를 창출하는 것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가 시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제도적, 규제적, 시장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일례로 분산신원인증기술인 DID(Decentralized ID) 기술이 적용가능한 테스트베드 시장 기회를 부산의 각종 민간, 공공기관이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창출된 시장 기회를 부산에 기반을 둔 기업에 우선적으로 제공한다면 굳이 예산 기반의 지원사업이 없어도 기업들 스스로가 부산에 투자할 충분한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과 같은 신기술이 적용되어 실제 시장에서 매출로 이어지는 데 가장 큰 제약이 되고 있는 구체적인 규제와 제도적 걸림돌을 실제 사례를 가진 개별 기업들로부터 청취하고, 이를 공공기관이 해당 기업과 같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방식으로 규제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참석한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의 절실한 목소리를 듣다 보면, 규제 해소를 위해 만든 규제자유특구 관련 제도들은 기업들에 희망 고문을 하는 또 다른 규제로 작동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수많은 거미줄이 뒤엉켜 있는 것과 같은 철 지난 규제의 난맥상을 개별 중소기업 스스로 뚫고 나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이는데, 제도적 병폐와도 같은 규제 해결을 도와주는 공공기관과 우리 사회 전반의 역할은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부산이 이러한 규제의 병폐를 해결하고 시장이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테스트베드 시장이 된다면 국내외 수많은 기업들의 투자는 이어질 것이다. 정책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 기업은 시장을 따라 투자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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