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키에 관한 불편한 진실
지금부터 4만 년 전까지 지구에 우리 현생인류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좋으며 머리도 똑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인류가 같이 살았다. 최소 20만 년 이상 현생 인류와 같은 시간대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은 큰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 현생 인류보다 약 30% 이상의 식량이 필요했다.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기 위한 육류의 소비량이 상당이 높았고, 동물 사냥을 주로 창을 이용한 근접공격을 하여 사냥감보다 더 큰 덩치가 필요했다.
그러나 현생 인류는 잡식성으로 육류 소비가 적었으며 투창과 활 같은 무기를 만들어 사냥감과 직접 힘겨루기를 하지 않으며 안전하게 사냥을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현생 인류는 단단한 골격과 근육이 없어도 사냥을 하고, 몸이 가볍고 날렵하여 맹수들로부터 잘 피할 수 있었다. 현생 인류의 유전자에는 네안데르탈인에서 유래한 유전자가 1~4% 정도 있는 것으로 보아 두 인류는 혼혈자손도 있을 정도로 교류도 있었다. 뇌의 크기도 현생 인류보다 크고, 덩치도 좋았던 네안데르탈인 멸종의 이유는 진화론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여러 가지 가설이 있으나 몸이 가벼운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만큼 사냥을 잘하면서도 칼로리 소모를 더 적게 했다. 네안데르탈인이 같은 무기를 사용 했다 해도 그들은 무거운 몸 때문에 사냥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을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시기는 마지막 빙하기의 극심한 환경 변화가 있을 무렵이었는데, 에너지 소비가 많아 식량이 더 필요하며, 환경 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진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에 흡수되어 멸종된 것으로 추정한다.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되지 않고 우리의 조상이 되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큰 키에 벌어진 어깨를 가진 격투기 선수와 같은 완벽한 체격을 가졌을 것이다.
인간은 사냥을 위해 손톱과 이빨을 뾰족하게 진화하지 않고 활과 창을 만들었고,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피부의 털을 두껍고 길게 하기보다 바늘을 이용하여 옷을 만들었다. 이런 논리로 보면 큰 키와 덩치는 진화론적으로 아무 필요가 없다. 현대사회에서 큰 키와 체격이 꼭 필요할 때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처럼 불편함이 더 많다.
사람들은 이왕이면 큰 키와 체격을 원한다. 성장클리닉에서 호르몬 주사를 맞고 키높이 수술도 생각할 정도로 작은 키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다. 성장 호르몬이 많이 있어 좀 더 컸으면 할 수 있지만 과도한 성장 호르몬은 아주 심각한 병이 된다.
성장 호르몬은 시신경 아래에 있는 1g이 채 되지 않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된다. 뇌하수체가 커지는 병이 뇌하수체 종양이다. 뇌하수체 종양은 기능성과 비기능성으로 구분하는데 비기능성은 호르몬 분비를 하지 않는 세포가 자라는 종양으로 뇌하수체가 커지면서 시신경을 압박하여 시야 장애가 나타나거나 정상 호르몬 분비 세포를 억제하여 호르몬 기능저하 증상인 저성장, 갑상선 기능저하증, 성미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 기능성은 호르몬을 분비하는 세포가 자라는 종양으로 성장 호르몬을 분비하는 세포가 많이 자라는 경우 거인증, 말단 비대증이 되며, 유즙 분비 호르몬을 분비하는 세포가 많아지면 불임, 성기능 저하,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분비 세포가 많아지면 온몸의 잔털이 많아지며 복부비만, 달 모양의 둥근 얼굴이 발생한다.
특히 성장 기능성 뇌하수체 종양은 심각한 병으로 성장판이 닫히기 전의 어린 나이에 발생하면 거인증이 되며 성인에 발생하면 키는 자라지 않고 신체의 말단 부위인 코 턱 손 발등이 커지는 말단 비대증이 발생한다. 치료하지 않는 경우 심장비대와 심부전, 당뇨, 고혈압, 수면무호흡으로 기대수명이 짧아진다. 특히 큰 키에 따라 혈관이 길어져 심장질환으로 사망한다. 병적으로 큰 키와 덩치는 농구선수와 격투기 선수에게는 좋을지 모르나 생명을 단축하는 병으로 뇌하수체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